은미씨의 한강편지 90_청둥맘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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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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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90
청둥맘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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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하늘못 청둥맘(Mom)의 육아일기
2021.04.23

아홉 마리 우리 아가들 너무 이쁘고 귀엽죠!

남편이 멀리 일 나가서 저 혼자 독박육아에 힘들지만사람들이 우리 아가들을 이뻐해주셔서 기분 좋고 힘이 나요.
제가 봐도 우리 아가들 너무 이뻐 죽겠어요^^ 호호.

며칠 전에는 어떤 분들이 아가들 태어났다고 집 앞에 꽃도 심어주고 축하 명패도 달아주더라구요아홉 아이들 키우려면 돈과 먹이가 많이 필요한데센스가 부족한 그분들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옆 동네 수달못에는 열두 마리 아가들을 키우는 청둥맘이 있다고 들었는데한번 만나러 가야겠습니다저보다 더 힘들 것 같아요같이 수다떨고 시간 보내야죠.
도대체 아빠들은 왜 이렇게 안 돌아오는지..아휴!

(최진우 박사님이 받아쓴 청둥맘의 육아일기입니다.)

#청둥맘의 기쁨과 슬픔
당신에게,

그 날 라일락 향기는 유난했어요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그 봄날버드나무조차 초록 줄기를 흔들며 사랑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죠지금 이 순간잠시 물가에 진흙을 디디고 주위를 둘러보는 이 시간그날의 라일락 향기는 어디로 흩어졌을까 생각해봅니다지금은 고적한 한낮

김금희 작가의 소설 제목이 떠오르는군요. ‘너무 한낮의 연애’. 우리의 사랑이 너무 빨랐을까요?

이 곳 샛강에서 우리는 서둘러 사랑했고우리 아가들이 가장 먼저 태어났어요아홉 마리아가들은 내 곁을 부지런히 헤엄치며내가 물가에 띄워주는 버드나무 여린 잎을 받아먹기도 했어요그 중에 막내들은 호기심이 많아 자꾸 두리번거리기도 하고새로운 게 나타나면 다가가 보기도 해서 애가 탔어요낯선 것들은 위험하지만세상에 처음 나온 아가들은 무서움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경이로움이니까요.

고양이 네 마리가 샛강에 살고 있어요작년 장마에 몇 마리가 어디론가 떠났지만또 노랑이 엄마는 새끼들을 낳았더군요노랑이 엄마는 출산 후유증으로 배에 이상이 생겨 결국 죽었다고 해요슬픈 일이죠우리를 위협하는 고양이지만죽음은 다 슬프지요게다가 새끼를 낳고 나서 먼저 떠나는 어미의 죽음은 더욱

고양이 엄마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이 방정맞은 생각이었을까요결국 그 새끼들 중 한 마리가 우리 막내들을 해치웠으니까요사납게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했어요세상에 나와서 일주일도 채 살지 못한 아가들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어요다른 아가들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내 곁에는 지금 세 마리밖에 없어요이 아가들은 나처럼 어미아비가 되도록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이제 샛강에 수달도 다녀간다고 하고족제비도 있던데 하루하루 엄마 마음은 동동거리네요.

아홉 마리 아가들이 내 옆에서 헤엄치고먹이를 물고잠수를 하고장난질을 칠 때나는 얼마나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는지 몰라요이 공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내가 아홉 마리 아가를 낳았다고 금줄을 치고 야단법석을 할 때도 내심 고마웠지요우리 가족이 샛강에서 이렇게 환영받는구나 하는 진심을 느꼈으니까요.

한편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며칠 전에 어떤 남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제치고 휘적휘적 우리가 사는 물 속으로 들어왔어요그의 손에는 나무 작대기가 들려 있었죠그는 그냥 장난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요그러나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아가들을 얼른 미나리와 노란꽃창포 옆 풀섶에 숨겼어요마침 근처를 지나던 여자가 소리쳐 그 남자를 불러냈기 망정이죠. (그 여자는 우리를 위해 축하 금줄을 치던 여자였어요.)

요즘 샛강에서는 우리들이 그랬듯이 사랑에 빠진 오리 커플들이 많이 보여요이제 곧 그들도 우리처럼 아가들을 낳겠죠샛강은 곳곳에 어린 오리들이 쫑쫑쫑 귀여운 소리가 잉어들의 첨벙거리는 사이로 들려오겠죠.

그러나 내 곁엔 이제 세 마리의 아가들 밖에 없어요너무 서두른 사랑이었을까요당신이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2021. 04.29.
샛강 하늘못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애들 엄마가.

(청둥맘의 편지를 은미씨가 대신 썼습니다.)
*글의 제목 청둥맘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 소설 제목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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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자 : 2021. 05.13(목), 06.10(목) (요일당 5회) 
□ 시    간 : 매회 10:00~11:40(100분)
□ 장    소 : 여의샛강생태공원 및 선유도공원
□ 인    원 : 각 6명 *글쓰기반(화요일/6명) *행복채움반(목요일/6명)
                  코로나 상황으로 소수 운영합니다.
□ 참가후원금 : 이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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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자 : 2021. 05.19(수), 05.29(토) (2회) 
□ 시    간 : 매회 10:00~15:00
□ 장    소 : 여의샛강생태공원 및 여의샛강센터 일대
□ 인    원 : 총 48 명 (1회당  24명 × 2회)
□ 참가비: 조합원 무료 초대 
   (비조합원은 1인당 1만원의 후원금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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