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110_우리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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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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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10
우리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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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야겠습니다.

그 정도로 사색하고 그 정도로 존재하고 그 정도로 경험하고 그 정도로 나다워지는 때는 혼자서 걸어서 여행할 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두 발로 걷는 일은 내 머리에 활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한곳에 머물러 있으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할까몸이 움직여야 마음도 움직인다고 할까. ‘(루소)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로션을 발라도 푸석거리는 것 같은 얼굴피로한 눈자위그리고 미간에 조금 더 깊어진 듯한 주름.

언제부터인가 짜증이 늘었습니다일이라는 것이 잘 되기도 하고꼬이기도 하는 것이며일상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압니다그럼에도 일이 제 맘 같지 않은 것에 저도 모르게 찌푸리게 되거나 시무룩해지곤 합니다어쩌면 2년 여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알게 모르게 지친 탓도 있겠습니다.

도돌이표처럼 종종 찾아오는 이런 마음을 좀 바꿔야겠다 싶습니다제 눈치를 보는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구요그래서 떠올린 것이 다시 걷자입니다

한강조합이 창립 3년을 지나며 규모와 활동도 제법 커지고 우리사회에서도 긍정적인 반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제가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한강길을 걸으며 꿨던 꿈이 제 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습니다칭찬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그런데 연이은 줌 회의연구 보고서 작성과 기획 문서 쓰기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전화하고 설명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그런 일들의 연속에 다소 힘이 빠졌나 봅니다.

꿈을 꾸며 혼자 걸었던 4년 전 겨울참 행복했습니다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에서 내리는 함박눈과 강길에서 느끼는 제법 매운 겨울바람도 달콤한 자연의 입맞춤 같았습니다그 길에서강과 산이 펼쳐진 길을 걸으며 저는 루소의 말처럼 그 정도로 존재하고그 정도로 경험하고그 정도로 나다워지는 때를 가졌나 봅니다.

아무래도 다시 걸어야겠습니다.

(이 글은 염키호테 대표님의 마음을 상상하여 은미씨가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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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걸어요.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 (리베카 솔닛 - <걷기의 인문학서문 중)  

최근 자전거를 며칠 자전거를 탔습니다저는 삼십 년도 더 전에 몇 번 자전거를 탔던 것이 전부라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말하기가 그렇습니다만 요즘 따릉이 이용이 편하다고 해서 회원권을 끊고 시도해보았어요.

사람에게 부딪치거나 가시덤불에 쓰러지는 일이 없어야 하기에 한적한 시간에 노을공원 자락 넓은 길을 천천히 달렸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저녁바람이 몹시 상쾌하게 불었어요내리막길을 가는데 귀에 윙윙 바람 스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물결 속을 헤엄치듯바람결을 스치며 달리니 홀로 탁 트인 자연과 대기를 만난 듯 가슴이 벅찼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구름 사이로 물든 노을을 보며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집에서 한강공원으로 나갈 수 있어 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걸었습니다여기저기 반겨주는 수크렁과 여름을 건너면서도 여전히 피어 있는 백일홍 같은 꽃들그리고 씨앗이 여물어가는 느릅나무와 노을에 잘 어울리는 버드나무도 보았습니다조금 높은 둔덕을 지날 때에는 시원한 바람이 제 곁을 달리며 윙윙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걷다 보면시 구절이나 노래 가락이 두서없이 떠오르기도 하고한참 보지 못한 사람들이 얼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따로 사는 아이는 이 저녁에 끼니로 뭘 먹었을까 생각도 해보고요가끔은 마음 속 어지러이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차근차근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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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물길트레킹

한강조합은 강길을 걷습니다창립 이후 강길을 계속 걸었습니다만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여럿이 함께 걷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어요그래도 저희는 경관이 아름답고 이야기가 있는 강길을 계속 발굴하고 걸어보고 있어요.

애초에 시민들과 함께 걷는 강길 트레킹 여행을 준비했습니다오랜 역사와 살아있는 생태가 있는 여강길천혜의 비경이 아름다운 영월 동강 어라연길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가 경이로운 경관을 펼치는 한탄강 계곡길평화롭게 두 물이 합쳐지고 넉넉하게 흐르는 양평 두물머리길그리고 서울 한강의 역사와 도심 속 비밀의 숲이 있는 선유도와 샛강길.

이 모든 길들을 선생님들과 같이 걸으려고 준비했습니다그러나 당장 모여서 같이 걷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대신 영상으로 이 길들을 촬영하며 먼저 걷겠습니다영상을 보시고 같은 길을 따라 걸어보셔요길 안내자로 특별한 분들을 모시고 영상에 담습니다지난 주에는 여강길에서 유별남 사진작가와 여강길 박희진 국장이 안내자로 나섰고이번 주 선유도와 샛강에서는 김기창 소설가와 제가 함께 안내합니다.

함께 걸었다 목적 없는 것처럼 정말로 없었으니까

걷는 건 우리의 의식이었다 갈 곳 없이 갈 데까지 가 보는 일
도시 건물의 그림자가 우리 어깨를 덮을 때 우리는 우리가 있던 농촌을 생각하며 눈 감았다 눈 뜨면 거기에 성장 중인 푸른 벼들이 있었으니까
(‘천막에서/축사로’ 송승언 시 일부)  

가을을 걸으며 평온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2021.09.28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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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참여하는 2021년 한강사진전이 시작됩니다.
올 해의 주제는 '한방울의 추억, 한줄기의 사랑, 그리고 한강에서의 행복'고,
부제는 '수려한 자연과 생태계를 품고 있는 한강',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순간의 배경이 된 한강'입니다.
대상과 최우수상에는 환경장관상과 상금이, 우수상에는 한강유역청장상과 상금이 있으며,
입선까지 포함해 총 33 작품에 시상하는 규모가 크고 전통이 깊은 사진전입니다.
특히 올 해는 휴대폰 분야를 신설하고 시민들의 일상과 한강을 담는 작품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바랍니다. 
접수 : 생태체험 통합시스템 사진공모전 안내 https://www.hanriver.or.kr/ecology/40100_info.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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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부터 보구곶리까지 494km의 한강!
한강의 생태를 가꾸고 문화를 일궈서 시민들과 함께 누리기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 할까요?
자유롭게 작성하여 SNS(공개계정)에 인증샷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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