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145_찔레와 인동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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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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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45
찔레와 인동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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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이원하 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일부)

 

유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초여름 푸르름이 맑고 싱그럽지요. 창밖의 푸르름을 바라보며 이원하 시인의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제주 종달리에 피어난 수국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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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계절의 변화를 피고 지는 꽃으로 가늠합니다. 샛강에서도 5월에는 아까시와 찔레가 한창이었죠. 달달한 향내가 바람을 타고 스며들었어요. 이어서 노랑꽃창포가 꽃대를 높이 올리고 가지런히 수변에 피어났습니다. 그 아래 어디쯤에서 참개구리가 울기도 했고요.

 

여름으로 접어들며 인동초가 피어납니다. 샛강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줄사철나무 사이에나 찔레덩굴 옆에서 조용히 작은 얼굴들을 내밀고 있어요. 간혹 벌이나 나비가 꽃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흔하게 봐오던 찔레나 인동초를 보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납니다. 찔레와 인동초 덩굴과 함께 보낸 유년의 시간들도 덩달아 떠오릅니다. 시골에서 이런 꽃들은 꽃 이상의 것이었어요.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기쁨을 주는 심미적 존재만이 아니라 저를 먹이고 키워준 자연이었어요.

 

어린 시절엔 허기질 때가 많았어요. 찬 없이 보리밥과 된장국으로 밥을 먹고 나서 들일을 도우러 나서면 이내 배가 고파지거든요. 찔레는 어린 순이 나올 때 부드러운 것으로 골라 똑똑 따서 먹었어요. 인동초 꽃은 뒤쪽에 입을 대고 꿀을 빨아먹었고요. 이제는 허기가 사라졌지만 찔레덩굴이나 인동초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그 꽃들이 저에게 줬던 기쁨과 포근함을 떠올리죠.

 

찔레 덩굴 앞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자주 봅니다. 그 작은 새들은 경쾌한 몸짓으로 가시가 종종종 달린 찔레 덩굴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지요. 붉은 열매를 단 겨울의 찔레덩굴에는 직박구리가 자주 찾아오고요.

 

이제는 희미한 음영으로 꽃이 진 자리만 남은 찔레, 하늘을 향해 덩굴을 뻗어 나가는 인동초를 보며 그들의 성실한 生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하염없이 베풀고 포용하는 자연 어머니의 인자함을 생각합니다. 피고 지며 열매 맺는 그들이 있어 작은 새들부터 우리 인간들까지 의지하여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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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을 거닐다

강길을 걷는 일, 강의 아름다움을 보고 강가의 모래밭에서 쉬는 일, 강바람을 느끼고 낮게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일, 다정한 친구와 묵묵히 걸어가는 일. 바로 한강조합이 언제나 하고 싶어하는 일입니다.

 

코로나로 몇 년 동안 멈추었던 한강 트레킹이 다시 시작됩니다. 첫 시작으로 한강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동강을 찾아갑니다. 여름을 잘 나기 위하여 자연에서 충전이 필요하신 분이라면 같이 가실까요. 저도 가보려고요.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 보내시기 바라며.

 

초여름의 샛강숲에서

2022.06.02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함정희 조합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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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가는비 함정희입니다.

가는비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소리 없이 내리는 비가 싹을 틔우는 부슬비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고문서 번역을 하던 선배가 저를 지켜보고 지어준 별명인데 선배는 제가 그 이름처럼 살았으면 하셨습니다. 그 의미가 너무 좋아 30여 년째 쓰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잘하는 것도 특별한 재능도 없지만, 꾸준히 한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담은 의미가 세상에 틔울 싹이 된다면 열심히 살아보자 그렇게 말이죠.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즘은 샛강에서 지역학교 연계한 생태전환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오랫동안 학교 밖을 나와보지 못했던 우리 어린이들이 꽃을 심고 샛강을 누비며 숲 체험을 합니다. 어린 손이 심은 꽃은 어른 손길로 다시 심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좀 못하면 어떨까요? 어른은 그러라고 어른인 것을….

샛강에 아이들 소리로 활기가 넘칩니다. 장난을 치고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꼭 한 번 더 해보는 아이들, 그래서 더 재밌고 웃음이 납니다. 덩달아 신나고 좋습니다. 샛강이 우리를 품듯 이제 할머니의 너른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피게 됩니다.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5월, 샛강은 거인의 정원에 아이들이 온 것처럼 신나고 따듯했습니다. 그 속에서 자연과 내가 따로가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과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샛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들은 알아야 하고 어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지켜내고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찾아와 함께 해준 어린이들로 인해 제가 더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샛숲학교 샛숲지기가 되어 더 많은 어린이와 시민들이 찾아와 샛강에서 즐기고 함께 연대하는 공동체를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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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트레킹-한강을 즐기고 한강을 말하기 
동강 연포마을
동강 트레킹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원시의 강, 울창한 숲, 압도적인 경관으로 언제나 놀라움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특별한 코스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일시 : 6월 11일(토) 7시(압구정 현대아파트 앞 출발) 
 ■ 접수 : https://forms.gle/CrPRdnDmP5MkRcFu9
 ■ 모집인원 : 40명
 ■ 준비물 : 참가비 50,000원,  편한 복장, 모자, 텀블러, 손수건, 즐거운 마음.
                (우리은행 1005-503-602257) 

 

 ■ 문의 : 02-203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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