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49_폭우 내리는 숲에서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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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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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49
폭우 내리는 숲에서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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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뙤약볕이 이글이글 대지를 달구었습니다. 간밤의 폭우가 먼 옛날의 일이라도 되는 듯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물은 빠른 속도로 빠지고 있지만 여전히 숲 속에는 흥건히 웅덩이나 소를 이룬 곳이 많습니다. 저는 샛강 주산책로를 지나 샛길로 한발씩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내 훅 하고 끼쳐오는 물비린내…… 큰 비가 지나간 땅에서 서서히 썩어가는 것들, 새로이 살아가려는 것들이 어우러져 만드는 냄새 같습니다.

 

손에는 핸드폰을 단단히 쥐고 샌들 신은 발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소금쟁이들이 헤엄치며 제 종아리 옆을 지나가고 물 위로 삐죽 내민 질경이 풀 위로 실잠자리 한 쌍이 사이좋게 사랑놀이도 한창입니다.

 

물웅덩이 숲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멀지 않은 산책로에서는 우리 팀장님들이 일하며 외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겨우 몇 십 미터 지척인데, 마치 다른 세계라도 되는 양 저는 물비린내 피어오르는 숲 안으로 자꾸만 걸음을 옮겼지요. 약간의 두려움과 의혹을 품고. 숲에서 혹시 마주하게 될 어떤 장면을 혼자 상상하면서 천천히 주위를 살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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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강물이 범람하고 장대비가 내리는 샛강숲에서 그 남자는 본 것은.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밖에 나서면 발목이 찰방찰방 물이 젖었습니다. 낮부터 팔당댐 방류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샛강 수위도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우리들은 공원 출입구 곳곳을 막고, 시설물들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묶어 두느라 분주했습니다. 팔당댐 방류량은 시시각각 알림이 오고, 그게 아니더라도 눈으로 숲에 물이 차오르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종일 지치게 일한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저 혼자 남았습니다. 사실 명색이 여의샛강생태공원 운영 책임자인데 저는 현장에 나가지 않고 안애서만 이래라 저래라 요청을 했거든요. 그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호기롭게 몇 시간 더 대기해 보겠노라 했지요.

 

우선 어둑해지기 전에 우산을 받치고 샛강문화다리에 올라갔습니다. 평소의 퇴근길 인파도 별로 보이지 않는 다리 위에서 비에 젖어가며 점점 더 잠겨가는 숲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다리를 내려오는데 혼자 여유롭게 샛강을 산책중인(!!!) 여자를 발견하여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위험해요. 어서 나와요, 어서요!

 

센터로 돌아와 주출입구를 잠갔습니다. 찬 기운과 빗소리가 주위를 감쌌습니다. 라디오 볼륨을 높였습니다. 어두운 것, 차가운 것을 밀어내기라도 하듯이 감미로운 음악으로 허공을 채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남은 건 한가로이 라디오를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 펼치려던 책을 덮고 발코니로 나갔습니다. 샛강에 위험은 없나,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나 보려고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아래 숲의 입구에서 한 남자가 우산을 받치고 쭈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은 어느덧 저녁 여덟 시를 향해 가는데, 어둠은 곧 숲을 삼킬텐데, 대체 저 남자는 뭘 하는 것일까…..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 거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홍수이고 물이 넘치고 있어요. 어서 나와요!

 

저는 혼자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한참 뒤에야 남자가 위를 올려다보고 저를 발견했어요.

 

개를 찾으러 왔어요. 뭐라고요? 우리 개를 이 근처에서 봤다는 이가 있어서… 아니 이 비 오는 날 개가 어디 있다고. 얼른 나가요. 제가 경찰서에도 말하고 왔는데, 개를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저씨 되었고요. 근처에 개 없고요. 위험하니까 저기 앞으로 당장 나오세요!

 

남자는 무슨 끈인가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일어섰습니다. (아니, 자기 개를 찾는데 끈 매듭은 왜 묶어?) 잠시 뒤에 보니 남자는 더 이상 공원 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별 이상한 사람이 다 있네 하고, 이제 책이나 좀 읽자 하고, 노래나 좀 듣자 하고, 몇몇 사람들 공원에서 내모는 것도 지치네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퍼뜩 저에게 이상한 상상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비 오는 어둑한 저녁, 중년의 남자, 양복을 입은, 우산을 받친, 그리고 끈으로 매듭을 짓고 개를 찾는다는 남자… 어, 이건 혹시 뭔가 극단적인?

 

경찰에 신고를 할까 말까, 산책로에 들어갔다 올까 말까. 동료에게도 전화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참 묻고… 그러다 제가 소설책을 너무 많이 읽은 모양이라고 결론내리고 귀가했어요.

 

다음 날, 홍수에 떠밀려와 사람 키만큼 쌓인 나무조각 더미를 보고 흠칫 놀라긴 했습니다. 물이 다 빠지고 난 오후 늦게는 좀더 용기를 내어 구석구석 다녔습니다. 그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과연 그 남자는 그 밤에 자기 개를 찾았을까요?

 

홍수에 많은 것들이 망가지고 부서졌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몇몇 분들이 와서 복구의 손길을 보태주셨습니다. 못 오신 분들은 미안하다면서 수박을 후원해주셨습니다. (보내주신 수박을 다 먹으려면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

 

샛강 소식에 귀 기울여 주시고 함께 아껴주시는 선생님들께 언제나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이번 주말부터는 여러 공연들이나 좋은 프로그램이 샛강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폭염과 폭우가 지나가는 여름에 언제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홍수가 지나가고 회복하는 샛강에서

2022.07.05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이영원 조합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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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평생을 에너지 관련 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1980년대 중반에 대학원에서 환경을 공부하기도 했으나, 사회에 나와서는 한 정유회사에 삼십 년 넘게 다녔습니다. 정유사에서는 에너지 정책 및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정부부처, 언론기관 및 시민단체들과 소통하는 일을 주로 하였습니다. 일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하고, 에너지 사용이 환경문제와 동전의 양면 관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재는 직장을 옮겨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개발하는 회사에 다니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Q.한강 조합원이 되신 계기는요?

2000년대 초반에 사회적 분위기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관심이 고조되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제가 다니던 회사도 당시 홍보팀장인 저에게 회사의 장기 사회공헌 활동 계획인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실무 책임을 맡겼습니다. 이때 수립된 마스터플랜에 회사의 사회공헌활동 1단계 목표로 공장이 위치한 지역친화기업으로, 2단계 목표로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로 정하고 한강살리기 운동을 주요사업으로 정했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1단계 목표인 지역친화기업으로 거듭나기는 성공해 지금도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2단계 목표는 중간에 다른 것으로 조정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해,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으로서 늘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평소 알고 지내던 염형철 대표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설립 계획을 듣고 바로 발기인으로 참여하였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2019년 봄부터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일주일에 한두 차례 샛강에 노력 봉사를 하러 다녔습니다. 자원 봉사하러 오신 직장인이나 학생들과 가시박 등 유해식물을 제거하고, 큰나무 밑 치목을 개활지로 옮겨 심고, 88도로변에 소음과 미세먼지 비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철나무 심는 작업도 거들었습니다. 남한강 지류의 수원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용태 팀장과 속리산 등 여러 산을 헤매고 다닌 기억도 새롭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해상풍력발전사업을 개발하는 회사에 재취업해 다니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화석에너지만 취급하다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을 위해 재생 에너지 관련 일을 하려다 보니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아 올해는 한강조합에 거의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여유가 조금 생겨 한강조합이 주최하는 두물머리와 동강 생태체험도 다녀오고, 샛강 클래식 음악회도 참석했습니다.

장맛비가 극성스럽게 창문을 때리고 있습니다. 이 비 그치면 샛강엔 또 가시박이 무성히 자라날 것인데, 제거작업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한강조합에서 일하시는 분들께 늘 고맙고 조합원으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한강조합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더 많은 분들이 한강조합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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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위한 가치있는 트레킹 & 카약 타기

남한강 수변에 위치한 갈산공원.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지와 양평을 대표하는 도보여행길 물소리길 4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입니다. 

양평의 강변 트레킹과 카약을 타며 강변 쓰레기를 줍습니다.


◎ 일시 : 2022 7. 16(토). 09:00-16:00

◎ 집결 : 경의중앙선 양평역 1번 출구 

 ■ 접수 : https://forms.gle/HxL8WFGZPCKEekj48

 ■ 모집인원 : 40명

 ■ 준비물 : 참가비_조합원 27,000원 / 비조합원 35,000원 (우리은행 1005-503-602257) 

                   편한 복장, 모자, 텀블러, 손수건, 즐거운 마음.

 ■ 문의 : 02-2039-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