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29_재두루미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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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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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29
재두루미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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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항습지를 찾아오는 재두루미 개체수가 좀 늘었습니다. 그저께까지 2주 동안 14마리를 유지하다가 어제는 12마리로 줄어 마음이 안 좋았는데 오늘은 30마리의 재두루미와 만났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재두루미가 이즈미에서 북상하면서 장항습지와 여주지역을 들릴 것이라 확신합니다. 즐감하시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저녁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어제 저녁 한강조합 이사회 단톡방에 사진이 몇 장 올라왔습니다. 장항습지 무논에서 겨울을 나는 재두루미들 사진인데 박평수 이사님이 올려준 겁니다. 그는 이 겨울 내내 재두루미를 기다리고 그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 장항습지 사고 이전까지 저희는 겨울마다 재두루미를 위해 논에 물을 대기도 하고, 볍씨를 뿌려주며 그들의 겨울나기를 도왔습니다. 그러나 지뢰 사고 이후 장항습지를 돌보는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세상의 어느 겨울보다 더 황량한 겨울이 그곳에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알 리 없는 재두루미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을 나기 위해 장항습지를 찾아왔습니다.

 

누구보다도 눈물을 많이 삼켰을 박평수 이사님은 여전히 그곳으로 발길을 향합니다. 추운 들녘에 홀로 서서 재두루미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이 쉬는 모습에 안도하고, 그들이 춤추는 몸짓을 벅찬 마음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평안한 겨울나기를 기원합니다. 재두루미들도 그의 마음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봄이 올 때까지 그들이 겨울을 잘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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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돌이와 갑순이

입춘 지나고 며칠, 이제야 드디어 샛강에도 봄이 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햇빛의 톤이 한결 부드럽게 다가오고 새들도 여유롭게 시간을 나고 있습니다.

 

샛강에 작년 여름께부터 두 마리의 토끼가 살고 있습니다. 전에 편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둘은 꽤 떨어진 곳에 살았죠. 그래서 만날 일이 없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보니 사이좋게 함께 있더군요!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생태공원에 토끼는 안 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토끼도 그렇고 고양이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토끼도 고양이도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다들 누군가 버린 반려동물들입니다…

 

토끼를 쫓아낼 수도 없지만 살아가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래도 저래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추운 겨울 얼어 죽든 굶어 죽든 해도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눈이 몹시 많이 내리고 혹한의 찬바람이 매서운 밤이면 가끔 토끼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서 그 작은 몸을 쉬고 있을까 하는.

 

일요일 오후에 샛숲을 걷다가 갑돌이와 갑순이 (제가 지은 토끼들 이름입니다.)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둘은 서로 곁을 지키며 열심히 뭔가 오물오물 먹더군요. 작은 몸을 어찌나 바지런히 움직이던지요.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하지 않아 한참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은 마른 풀을 주둥이로 걷어내고 땅에서 조금씩 올라오는 연한 초록 풀들을 먹었습니다. 갑순이는 앞발로 한결 부드러워진 흙을 파고 발라당 뒹굴며 놀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아 어디서 얼어 죽지는 않았을까 하던 차에 그토록 바지런히 지내는 모습을 보니 기뻤습니다. 저들은 겨울을 무사히 잘 났구나, 잘 살아냈구나…

 

겨울 동안 몇 분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가까운 이들의 어머님이나 아버님, 형님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근래에는 오랫동안 함께 환경운동을 해오신 분의 부고도 접했습니다. 추운 겨울을 더 춥게 하고, 코로나로 황폐해진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하는 소식이었습니다. 우리 곁에 조금은 더 계실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던 분들을 잃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이 참 소중합니다. 이제 겨울에서 봄으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해가 우리와 머무는 시간이 나날이 길어집니다. 다들 더 건강해지시고, 더 행복해지시고 기분 좋은 봄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샛강 매화는 꽃을 틔울 채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우리도 우리 안에 있는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날들이길 기원합니다. 이런 희망이 담긴 시를 한 편 나눕니다.

 

<따뜻한 흙>  

조은

 

잠시 앉았다 온 곳에서

씨앗들이 묻어 왔다

 

씨앗들이 내 몸으로 흐르는

물길을 알았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씨앗들이 물이 순환하는 곳에서 풍기는

흙내를 맡으며 발아되는지

잉태의 기억도 생산의 기억도 없는

내 몸이 낯설다

 

언젠가 내게도

뿌리내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 뿌리에서 꽃을 보려는 시절이 있었다

다시는 그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내 고통은 그곳에서

샘물처럼 올라온다

 

씨앗을 달고 그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나무들 물오르는 샛강에서

2022.02.10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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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곽정난 조합원님>
한강인이 되신 멋진 조합원님들을 한 분씩 만나봅니다. 
곽정난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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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곽정난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강이 시작되는 두물머리 근처에서 살고 있어요. 오랫동안 서울 생활을 하다가 강 옆에서 살고 싶어서 몇 년 전에 이사를 갔어요.

자연을 닮은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오랫동안 품어오고 있고요, 그 방법들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환경교육 연구자로 15년 정도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나무, 실, 초 같은 걸로 꼼지꼼지 뭘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요.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도 좋아합니다.


Q. 한강 조합원이 되신 계기가 뭔가요?

두물머리활짝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 기반의 생태문화예술교육을 해오고 있었는데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대표님들을 비롯한 한강의 몇몇 조합원분들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한강에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연구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조합원이 되었어요.

저는 사실 강과는 별다른 인연은 없던 사람인데요, 고향에도 강이 없었고, 서울 살 때도 딱히 강과 친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걸 보고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고 그러다가 두물머리 4대강 사업 반대 투쟁을 하던 농민들과 함께 농지를 지키고 시민텃밭도 일구면서 강와 연을 맺게 되었어요.

그 후로 아이들과 자연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퍼머컬처 디자인 코스도 열고, 강 정원 프로젝트도 하는 등 강에 기반한 여러 활동을 하면서, 비로소 저도 강을 배우고 강의 아름다움을 체화할 수 있었어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해나가는 여러 가지 일들은 강과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더 나아가 새로운 강문화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강문화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실질적인 정책과 사례를 만들어나가는 한강의 행보에 저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자연을 닮은 삶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어요. 좀더 시골로 이사를 가서 먹거리 자립도 어느 정도 해보고 소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으로 일상 구조를 바꾸고 싶어요.

한강에서 추진하는 강문화 관련된 연구 작업과 여주 지역 활동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는 작년에 공동체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을 했었는데 이제 봄이 오고 있으니 봄맞이를 어떻게 할까 궁리도 하고요. 나의 정원에는 어떤 농작물과 꽃과 허브를 심을지도 이렇게 저렇게 상상해보면서 새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한강은 여러모로 이상적인 활동을 해나가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요.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이라는 구체적인 장소를 가꾸고 운영해나가는 일부터 여주 같은 지역에서 사례를 만드는 일, 그리고 강에 관한 정책연구와 기초연구 등도 하면서 비전과 방안을 제시하는 일까지. 이상만 있고 실행력이 딸리는 것이 아니고, 실행만 있고 비전을 만들지 못하는 것도 아닌 통합적인 행보를 해나가는 거죠.

한강의 이러한 다채로운 활동에 조합원들이 참여하셔서 재미와 의미를 찾고 또 새로운 것을 제시해주시면 좋겠어요. 조합원 수가 꽤 많은데 조합원들끼리의 교류가 더 활발해지고 크고 작은 모임들도 만들어지면 좋을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조합 활동을 통해 강과 더 친해지고 더 많은 자연과 연결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조합원이 되어 
강문화를 시민과 함께 즐기는 사회를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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