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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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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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길을 묻다> 저자 김영 교수. 사진 조현 기자
<고전에 길을 묻다> 저자 김영 교수. 사진 조현 기자

1.동서양과 고금을 막론하고 ‘오늘날 우리의 역사 현실’이라는 점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린다(동서고금취사)

2.책을 읽되 사회 공동체와 나라, 세계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는다(독서불망구국)

3.박학다식과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책을 읽는다(문제해결형독서)

김영(68) 인하대 명예교수가 최근에 낸 <고전에 길을 묻다>(청아출판사 펴냄)에서 밝힌 자신의 독서관이다. 그는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뒤 공부방인 자락서실에서 조용히 읽고 싶었던 책이나 읽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그런 독서관이 그를 서실에만 갇혀있을 수 없게 한다. 그는 역사 의식, 문제의식을 잊지않으며, 세상과 소통을 쉬지않는다. ‘고전에 길을 묻는 것’도 자신을 성찰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함이다.

김 교수는 연세대 국문학과 같은과 대학원 때 경기도 남양주 태동고전연구소 지곡서당 임창순 선생에게 3년간 전통 서당식으로 한문 고전을 배웠다. 그는 태동고전연구소를 마치고 강원대 국문학과 교수에 이어 1992년부터 인하대 사범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옮겨 사대 학장과 교육대학원장, 교수회 의장을 지냈다. 교수 시절 민족문학사학회 대표, 한국한문학회 회장 등을 지내고, 2016년엔 인하대 총동창회가 주는 ‘인하참스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퇴임후에도 ’자락(自樂)서당’에서 후학들과 함께 고전모임을 이끌고 있고, 지금은 서울 여의도 샛강공원 방문자센터에서 매주 토요일 ‘샛숲학교노자생태교실’을 열어 노자를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고전에 길을 묻다>에서 퇴계와 율곡, 연암 박지원 등의 독서관과 경책을 전해준다.

‘연암은 일찍이 사람들은 세(勢)와 이(利)와 명(名)이 있는 곳으로 쏠린다고 했다. 말하자면 권력 있고, 돈 많고, 명성 있는 자에게 사람이 꾄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면서 낮은 곳으로 흐르라고 했고, 장일순 선생은 ‘밑으로 기어라’라고 하면서 하심을 강조했다. 권세와 이익과 명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세속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성스럽게 보이는 목사, 승려, 신부나, 진리와 정론을 탐구한다는 교수와 언론인,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회 운동가들에게서도 간단이-솔직히 말하면 자주- 그런 모습을 발견한다. 그런데 종교인, 지식인, 운동가들이 조금 수양을 하면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은 어느 정도 자제가 가능하지만, 끝까지 달라붙은 것은 명성이 아닐까’

김 교수는 이 ‘기억과 다짐’이란 장에서 ‘옛일을 잊지 않는 것은 뒷일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는 <전국책>의 경구를 전한다.

김 교수는 지난번 대통령선서에서 현 여권의 인천시 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날 에스엔에스에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들은 모두 물러나고 이제부터 적재적소에 인물을 기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고전을 읽고, 주장은 많되, 이를 자신이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않은 시대에 그는 드문 고전의 실천가가 아닐 수 없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행위의 동기를 관찰하고, 그 사람이 어디에 만족하는지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규모를 알 수 잇다. 사람이 어찌 자기 자신을 숨길 수가 있겠는가’

그가 <고전에 길을 묻다>의 ‘사람에 대한 평가’편에서 소개한 <논어>의 경구를 그 스스로 새기는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한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인데도 여전히 배우는 서생을 자처한다. 그는 나이의 고하를 따지지않고, 제자에게도 배웠다는 것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는가하면 최근에 읽은 책들에서 감명 받은 내용을 담은 서평을 나누는데 주저하지않는다. 최근엔 김근수 가톨릭해방신학연구소장의 <예수 평전>을 페이스북에서 상세히 소개했다.

서울 여의도 샛강에서 매주 토요일 노자생태교실을 이끌고 있는 김영 교수(맨 오른쪽)
서울 여의도 샛강에서 매주 토요일 노자생태교실을 이끌고 있는 김영 교수(맨 오른쪽)

또 한참 후배인 경희대 전호근 교수의 <장자> 강의를 직접 들으러 다니는가하면,<고전에~>에선 더 후배인 문광 스님의 <탄허 선사의 사교 회통 사상>을 통해 탄허 스님의 장자 내편의 종지를 명쾌하게 공부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3인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며 늘 열려있던 공자의 자세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그는 매년 프랑스에 사는 딸과 손녀딸을 만나러 가는 길이 코로나19로 봉쇄되어 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기 어려움에도 이를 <장자> 내편의 100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겠다는 다짐을 써놓았다. 최치원 선생은 열 두살에 당나라에 유학 가면서 남이 백 번을 읽으면 나는 천 번을 읽어야겠다는 ‘인백기천’(人百己千)을 다짐했고, 유불선에 두루 통달했던 탄허 스님도 <장자>를 천번이나 읽었다는 것을 새기며 자신도 더욱 절차탁마하겠다는 것이다. 머리엔 하얀서리가 앉아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청춘인 것이다. 고전공부가 현학을 위함이 아니라 성찰을 위한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가 <고전에~> 첫장에서 ‘자기를 아는 사람’이란 장에서 노자의 글을 소개한 것에서 글을 읽는 자세가 분명해진다.

‘다른 사람을 아는 자는 지혜롭고./자기를 아는 자는 현명하다./다른 사람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고./자기를 이기는 자는 그 뜻이 굿세다./만족할 줄을 아는 자는 부유하고,/힘써 행하는 자는 뜻이 있다./그 근본의 자리를 잃지 않는 자는 오래 가고,/몸이 죽어도 잊히지 않는 자는 영원히 산다.’<노자> 33장.

김 교수는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자기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아는 이는 현명한 사람”이라면서 노자의 이 글을 이렇게 풀이해주었다.

“자기 감정과 욕심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강한 사람이다./만족할 줄 아는 사람보다 더 큰 부자는 없고,/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정진할 수 있는 것은 확고한 지향이 있기 때문이다./항상 중심을 잃지않고 근본 도리를 지키면 오래 유지될 수 있고, 죽어도 그 명성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어 영원히 살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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