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후기

중랑천, 생다진천, 여주 남한강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로
가꾸고 즐기는 프로그램과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강의집한강살롱 후기 | 허재영 교수님과 함께한 "강은 흐르고, 공동체는 만나야 합니다"

2026-06-02
조회수 59


강은 흐르고, 공동체는 만나야 합니다

5월 28일 저녁, 한강의집에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주치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처음 오신 분들과는 짧은 자기소개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먼저였습니다. 그렇게 자리가 따뜻하게 채워진 뒤, 하천 정책의 원로이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고문이신 허재영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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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의 범람원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강의는 한 장의 오래된 지도로 시작되었습니다. 1925년, 을축년 한강 대홍수 당시 경성 일대의 침수 범위를 기록한 지도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상당 부분이 강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우리는 강의 범람원을 빌려 쓰고 있습니다." 허재영 교수님의 말이 잠시 방 안을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앞에는 뚝섬에서 고깃배를 저어 돌아오던 사공의 1910년 사진이 있었고, 마포나루가 사람과 배와 물자로 북적이던 1929년 사진도 있었습니다. 1950년대 한강 백사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 사진도요. 같은 강인데 지금과는 너무 달라서, 잠시 그 장면들 앞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강은 장소가 아니라 순환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강을 장소로 이해합니다." 산책하는 곳, 운동하는 곳, 쉬는 곳. 맞는 말이지만, 허재영 교수님은 그것이 강의 전부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강은 하늘과 땅과 바다로 연결되고,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며,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도랑에서 소하천으로, 중하천에서 대하천으로, 하구를 거쳐 바다로 이어지는 흐름 전체가 하나의 살아있는 연결망이었습니다.

잎맥이 물과 양분을 온 잎으로 전달하는 구조가 강의 유역망과 닮아 있다는 비유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연생태계는 서로 닮아 있다는,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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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강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나

수렵채집 시대의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였습니다. 농업혁명 이후 강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제국의 시대를 거치며 생태계는 대규모로 착취되었습니다. 산업혁명은 수억 년 동안 저장된 태양에너지를 한꺼번에 소비하는 체계를 만들었고, 지금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라 불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지구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지질학적 힘이 되어버린 시대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허재영 교수님은 문제가 "인간" 자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동체 기반 농업, 전통적 물관리, 지역 생태 지식처럼 생태계를 유지해온 방식들도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사토야마(里山)처럼, 사람이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오히려 풍부한 자연이 형성되고 유지된 사례가 그 증거였습니다.


강은 하나인데, 정책은 여러 개

지금 우리나라 강의 현실도 짚었습니다. 국가하천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방하천은 지자체가, 소하천은 행정안전부가 따로 관리합니다. 물의 용도에 따라서도 생활용수, 농업용수, 발전용수로 나뉘어 제각각의 부처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강은 연결되어 흐르는데, 그것을 다루는 제도는 분절되어 있는 셈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하구 약 463개 중 228개가 닫혀 있다는 숫자도 무겁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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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우물 물을 먹는 생명 공동체입니다"


강의는 이 문장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유역 단위의 통합 관리, 보와 하구둑의 생태적 개방, 시민 참여형 거버넌스.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하며, 강의 흐름을 되돌려주는 것이 곧 공동체의 혈맥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각자 다른 자리에서 강을 곁에 두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날 한 자리에서 만나, 강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마지막에는 '한강살롱' 현수막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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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한강살롱에서 만나요

다음 한강살롱은 6월 23일(화) 오후 6시 30분, 한강의집에서 열립니다. 이번에는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종걸 교수님을 모십니다. "성장을 넘어 행복으로, 낮은 곳으로부터의 연대와 혁신"이라는 주제로, 숫자로는 담기지 않는 행복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 신청 링크: https://forms.gle/MvwwNr5DneLVdm2S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