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0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6월 한강유람단은 전라북도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고군산군도의 섬길을 걷고, 하제마을의 600살 팽나무 할매를 만나고, 영화로 먼저 만났던 수라갯벌에 두 발을 딛는 하루였습니다.
이날의 안내자는 23년째 새만금을 지켜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장 정희정 박사님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선유도에서 장자도 대장봉까지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해 다도해의 경관은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었습니다.
섬과 섬이 만들어내는 푸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이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었습니다. 한강애인들 중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어 그 바다를 담았고, 누군가는 그냥 서서 바람을 맞았습니다.

오후에는 하제마을로 이동했습니다. 군산공항 인근, 일제강점기부터 차례로 사라진 상제·중제·하제 마을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그 마을 어귀에 600살 팽나무 한 그루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은 되고 있지만, 이웃도 집도 다 사라진 빈 들판에 울타리만 둘러쳐진 채 서 있는 모습이 어쩐지 처연했습니다.
한강애인들이 팽나무 앞에 섰습니다. 수백 년 전 이 마을 아이들이 오디 열매를 따먹으며 드나들었을 그 나무가, 지금은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두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팽나무는 보호수가 되어 울타리로 둘러싸여, 아무도 가까이 닿지 못한 채 우뚝 서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을까요"라고 쓴 한 참가자의 소감처럼, 나무는 말이 없었지만 그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M/V]The Song of Bar-tailed Godwit 큰뒷부리도요의 노래[뮤직비디오] 에 등장한 새만금의 도요새.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3~4월, 일주일 이상 쉬지 않고 비행하며 40%의 몸무게를 잃고 서해 갯벌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에서 충분히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알래스카까지 쉬지 않는 비행을 시작합니다. 경로 중 한 곳을 잃게 된다면 큰뒷부리도요는 살아갈 수 없죠. 그 경로 중 한 곳이 바로 새만금입니다. 개발이 진행되며 많은 도요들이 아사했습니다.
그런 새만금을 지키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장 정희정 박사님과 함께 도착한 수라갯벌에는 여전히 새들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유람단에 참여한 은미씨는 2003년, 새만금 삼보일배 순례단이 서울 입성할 때 다섯 살 아들을 업고 걸으며 남태령에서 낙성대까지 따라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에 도착했을 때, 스마트폰 지도에는 아직 푸른 바다로 표시되어 있지만, 눈앞의 수라갯벌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쓰임을 정하지도 못한 채 육지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다음은 엄은희 박사님이 페이스북에 남긴 후기 일부입니다.
영화 〈수라〉를 본 이들이 남긴 후기 중 "아름다운 것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할 죄와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 스마트폰 지도에는 아직 푸른 바다로 표시된 수라갯벌이 이미 거대한 포크레인의 발아래 딛겨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 헛헛함과 서글픔이 점점 내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영화 제목 <수라>는 '비단에 놓은 수'라는 뜻이라 한다. 이토록 찬란한 생명의 비단길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지워나가고 있는 걸까.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창밖으로는 산도, 농촌 마을도, 이제 막 모내기를 끝낸 논도 온통 싱그러운 녹색의 물결로 넘실댄다. 이 눈부신 초록의 생명력이 오늘 우리가 걷고 온 수라갯벌에도, 하제마을의 팽나무에도 남김없이 가닿기를 바라는데.
오늘의 여정을 함께한 '한강애인'들의 마음에도 이 풍경과 기억이 저마다 깊게 새겨졌으리라 믿는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의 마음에 생명의 숨결을 새겨 넣는다면, 이 여전한 개발의 시대 속에서도 생명과 인간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지고 연장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두워져가는 창밖의 초록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출처: 엄은희 Facebook
* 이날의 사진은 이영원, 장소란, 정희정 님을 비롯한 한강유람단 참가자들이 단체 카톡방에 나눠주신 것들입니다.


2026.06.20
흐린 하늘 아래, 바람이 선선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6월 한강유람단은 전라북도 군산으로 향했습니다.
고군산군도의 섬길을 걷고, 하제마을의 600살 팽나무 할매를 만나고, 영화로 먼저 만났던 수라갯벌에 두 발을 딛는 하루였습니다.
이날의 안내자는 23년째 새만금을 지켜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장 정희정 박사님이었습니다.
오전에는 선유도에서 장자도 대장봉까지 올랐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해 다도해의 경관은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었습니다.
섬과 섬이 만들어내는 푸른 풍경을 눈에 담으며, 이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었습니다. 한강애인들 중 누군가는 카메라를 들어 그 바다를 담았고, 누군가는 그냥 서서 바람을 맞았습니다.
오후에는 하제마을로 이동했습니다. 군산공항 인근, 일제강점기부터 차례로 사라진 상제·중제·하제 마을이 있던 자리였습니다.
그 마을 어귀에 600살 팽나무 한 그루가 혼자 서 있었습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은 되고 있지만, 이웃도 집도 다 사라진 빈 들판에 울타리만 둘러쳐진 채 서 있는 모습이 어쩐지 처연했습니다.
한강애인들이 팽나무 앞에 섰습니다. 수백 년 전 이 마을 아이들이 오디 열매를 따먹으며 드나들었을 그 나무가, 지금은 찾아오는 이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두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팽나무는 보호수가 되어 울타리로 둘러싸여, 아무도 가까이 닿지 못한 채 우뚝 서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얼마나 그립고 보고 싶을까요"라고 쓴 한 참가자의 소감처럼, 나무는 말이 없었지만 그 고독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M/V]The Song of Bar-tailed Godwit 큰뒷부리도요의 노래[뮤직비디오] 에 등장한 새만금의 도요새.
큰뒷부리도요는 매년 3~4월, 일주일 이상 쉬지 않고 비행하며 40%의 몸무게를 잃고 서해 갯벌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먹이가 풍부한 갯벌에서 충분히 체력을 회복한 뒤, 다시 알래스카까지 쉬지 않는 비행을 시작합니다. 경로 중 한 곳을 잃게 된다면 큰뒷부리도요는 살아갈 수 없죠. 그 경로 중 한 곳이 바로 새만금입니다. 개발이 진행되며 많은 도요들이 아사했습니다.
그런 새만금을 지키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장 정희정 박사님과 함께 도착한 수라갯벌에는 여전히 새들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유람단에 참여한 은미씨는 2003년, 새만금 삼보일배 순례단이 서울 입성할 때 다섯 살 아들을 업고 걸으며 남태령에서 낙성대까지 따라갔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라갯벌에 도착했을 때, 스마트폰 지도에는 아직 푸른 바다로 표시되어 있지만, 눈앞의 수라갯벌은 이미 달라져 있었습니다.
쓰임을 정하지도 못한 채 육지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다음은 엄은희 박사님이 페이스북에 남긴 후기 일부입니다.
출처: 엄은희 Facebook
* 이날의 사진은 이영원, 장소란, 정희정 님을 비롯한 한강유람단 참가자들이 단체 카톡방에 나눠주신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