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의 가을이 깊어갑니다.
지난 10월 25일 저녁에는 샛강동물창립총회가 열렸습니다. 역사적인 이 총회는 샛강이 1998년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진 후 처음 있는 자리였어요. 올해 들어 샛강으로 이주한 동물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동물들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겠다 싶어 개최되었습니다. 샛강 생태못에서 열린 총회 소식을 박새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샛강 동물들의 보편적 복지를 위한 한목소리, 샛강동물창립총회 열려
안녕하세요. 진박새 기자입니다.
그제 열린 샛강동물총회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총회 장소로는 요즘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물고기나 참게들이 참여하기 용이하게 수달못과 생태못이 거론되었는데요. 수달못은 도로 소음이 심하고 지나다니는 인간들이 많아 뱁새들이 반대했어요. 그래서 생태못에서 열린 샛강 총회에 상당히 많은 동물들이 참석하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잉어, 강준치, 납자루, 얼룩동사리, 메기, 줄새우, 쏘가리, 꺽정이, 붕어, 망둥어, 돌고기, 민물검정망둑, 배스, 치리, 참게, 피라미. 어류는 자기들 집 근처가 총회장이라 다수 참여했습니다. 뱁새, 박새,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물총새, 왜가리, 오색딱따구리, 직박구리에 더해 인간들이나 동물계에서도 그다지 환대를 받지 못하는 까치와 비둘기도 참여했습니다. 덩치가 커서 단연 눈길을 끄는 수달, 너구리, 족제비, 토끼에 더해 길고양이도 참석했고요. 계절이 계절인지라 두꺼비, 맹꽁이 같은 양서류와 왕매미 같은 곤충들은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열리는 총회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총회 개최 배경에는 올해 들어 샛강 이주 동물들이 급격히 늘다 보니 서로 어울려 살기 위하여 협의가 필요하고, 또 만일에 있을 수도 있는 인간의 개발과 같은 외부 위협 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책 마련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목이 그렇다는 것이고, 저처럼 샛강 토박이도 있지만 새로 이주해온 동물들이 많으니 서로 인사나 나누고 지내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여겨집니다.
총회 진행 중에 다소 긴장된 순간도 있었습니다. 수달이 등장하자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또한 엄마 너구리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인사를 하자, 고양이가 대체 집을 어디에 지을 생각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어요. 박새와 뱁새들은 직박구리를 보더니 샛강숲의 맛있는 열매는 직박구리들이 다 쪼아 먹는 거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어요. 재치가 뛰어난 토끼가 나서서 중재하지 않았더라면 총회장이 아수라장이 될 뻔 했는데요. 여름부터 샛강에 와서 살기 시작한 토선생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다같이 샛강에서 살 수 있다며 좌중을 설득했어요.
샛강동물총회에서는 수달이 대표로 선출되었고, 뱁새가 사무국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양서류와 곤충류의 고른 참여를 위해 계절별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샛강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보편적 복지를 위하여 인간들이 해줘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수달 대표는 동물들의 요청사항을 수렴하여 샛강을 위탁 관리 중인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처음 열린 샛강동물총회를 축하하며 수궁가 한 대목 공연도 있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사랑받아온 수궁가 속 토끼의 후손인 샛강 토끼가 불러 그 의미가 더욱 컸는데요. 이 노래는 본래 살던 땅이 가장 좋은 곳이고, 성공과 출세보다는 동무들과 서로 어울려 즐겨 놀며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 대목 들려드리며 소식을 마칩니다.
토끼가 주부와 이별하고 오죽이나 좋겠느냐. 본디 토끼란 게 구덩이 안에서도 달리는 짐승이니 깡장깡장 뛰어가며 그 기색이 무섭구나. 반갑도다, 반갑도다. 청산과 녹수가 그 옛날과 다름없고, 눈앞에 보이는 게 모두 전에 보던 데라. 푸른 봉, 흰 구름은 내가 앉아 졸던 데, 나무 열매 떨어진 곳 내가 주워 먹던 데라.
“너구리 아재 평안하오, 오소리 형님 잘 있던가. 벼슬 생각 부디 말고 이사 생각 부디 마소. 벼슬하던 몸 위태롭고, 타관 가면 천대받네. 몸에 익은 청산풍월 낯익은 우리 동무 주야상종 즐겨 노세.” (<토끼전> 구윤숙, 손영달 풀어 읽음. 북드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