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강변 아이들 2주쯤 전에 여주 도리강변에 갔습니다. 유난히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예쁜 날이었어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강을 가꾸고 돌보는 일. 그것이 이번 한강이 진행한 <도리강변 푸르게> 프로젝트였어요.
오후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도리강변으로 온다고 해서 일찌감치 기다렸습니다. 인적이 드문 강변에 일찍 도착해 모래밭을 발로 차보기도 하고, 억새를 잡아당기며 강물 구경을 해도 시간이 낙낙하게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하자 저도 체온계를 들고 접수며 안내 역할을 부지런히 했어요.
한강의 다른 곳에서 온 어린 나무들이 줄지어 서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참느릅나무, 뽕나무, 그리고 팽나무. 이렇게 강변에서 흔하게 보는 나무들이 도리강변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풀과 모래가 주인인 도리섬에 이 나무들을 심고 한 십 년 기다리면 울창해지겠죠.
아이들은 나무의 여린 가지를 부드럽게 만지며 교감하기도 하고, 심고 나서는 작은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그들의 이름을 달았으니 그들은 나무를 돌봐주기로 약속한 셈입니다.
이어 아이들은 씨앗날리기와 달리기를 하며 놀았습니다. 정희 과장님이 고안하고 제작한 도토리 씨앗 투석기는 어설프기만 해서 도토리가 멀리 날아가기도 전에 망가지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고 달리고, 또 씨앗을 날렸습니다.
도리강변에 딱 한 그루 서 있는 팽나무. 그 나무에게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은 아이들은 처음 보는구나. 내가 혼자 바라보던 강물을 이제 다른 나무들과 같이 볼 수 있다니… 참느릅나무야, 뽕나무야. 이 강변에 온 것을 환영해. 아이들아. 이곳에서 너희들의 깔깔 웃음을 종종 들려주렴. 나에게 매달려 놀고, 내 열매를 따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