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민규님
한강에서 일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존재들을 마주치고 만납니다. 그 존재들은 물론 사람도 있고 꽃과 풀과 나무, 새와 곤충과 거북이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 존재들이 시적인 것들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동강에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하시는 김민규 선생님이 단톡방에 공유해준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미 비오리가 무려 21마리의 아가들을 데리고 강물 위에서 헤엄치는 모습이었어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을 떼지 못했어요.
비오리 엄마는 스물 한 마리의 아가들을 데리고 당당하게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진에서는 아가 몇몇이 아예 엄마의 어깻죽지에 올라타 물 위를 떠내려가고 있기도 했고요.
“와, 이 엄마는 참 다복하구나. 아가가 스물 한 마리라니!”
나중에 김민규 선생님의 추측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 아가들은 한 엄마의 아가들이 아니라 자기 새끼들과 다른 엄마의 새끼들까지 거두어 돌보고 있는 것 같다고. 다른 비오리 엄마는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새끼들을 돌볼 수 없는 처지라는 것.
이 이야기를 듣고 나자, 비오리 새끼들 스물 한 마리와 엄마 비오리는 제 마음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 내 아가나 남의 아가나 할 것 없이 같이 품어 키우는 엄마. 그 위대함에 뭉클했습니다. 근래 한강에서 만난 가장 시적인 것이었지요.
샛강에서도 수시로 시적인 것들을 만납니다.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나무와 나무, 아침저녁으로 물가에서 깃을 다듬으며 목욕하는 직박구리, 순식간에 환하게 피어난 분홍 백일홍, 버림받은 토끼와 흙의 냄새를 한껏 맡는 거북이…
자연에 반해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시적인 것들은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무심히 버리는 쓰레기와 오물, 재미삼아 물고기를 작대기로 내리치던 사내, 노상방뇨 하고는 적발되자 자신은 교양이 있는 고급 아파트 주민이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사람… 그렇기에 많은 시인들은 사람보다는 자연을 더 오래 지켜보고 시어를 골라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사람들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것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수달 서식지 보호를 위한 모금을 했는데 그리 입소문을 내지 않았는데도 목표였던 500만원이 달성되었습니다.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마음을 보태 만들어준 돈이었어요. 주위를 돌아보고 마음을 보태는 일, 그것이 또한 시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토요일 시인은 젖은 구두를 신고 몇 시간이나 샛강에 머물다 가셨습니다. 괜찮으신지 걱정하자 시인은 ‘구두는 아직도 축축하지만… 좋은 분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와서 마음은 뽀송뽀송하다’고 말씀해주시네요.
이제 시작된 장마가 얼마나 많은 비를 뿌릴지 모르겠습니다. 습하고 축축한 날들이 있겠지요. 그러나 일상에서 시적인 것들과 예술적인 것들을 끝없이 발견하고 향유하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음만은 잘 마른 빨래처럼 뽀송뽀송 하시길 기원합니다.
나희덕 시인의 시를 한 편 나누며 편지 마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2021.07.06.
시적인 것들이 머무는 샛강 숲에서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