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합원님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템즈 강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호텔에서 편지를 씁니다. 8월 셋째 주부터 이곳 템즈 강에서 시작된 <세계의 강들> 축제에 참여하고자 며칠 전에 런던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열린 <세계의 강문화와 지속가능사회> 컨퍼런스에서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진 한강조합의 사례를 가지고 기조발제를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모인 강을 사랑하는 많은 세계 시민들이 저희 한강의 사례에 주목했고, 점심 시간과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도 저에게 찾아와 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한강에서 시민참여모델을 만들어내고, 기존에 없던 강문화를 융성시켰으며, 지역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한강조합에는 함께 하는 조합원님들이 있으며, 초기부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봉사, 지성과 공감대가 모여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제1의 한강의 기적이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었다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선합니다.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를 덮친 2020년~2021년이 다소 어려웠다고 대답했습니다. 당시 아직 신생 조직이고 저돌적이고 진취적으로 나가려고 하던 마당에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사회 분위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세계가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았고, 저희는 새로운 전환을 치열하게 모색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차분히 한강의 꿈과 비전을 이뤄가는 직원들, 응원과 참여로 함께 해준 조합원들이 계셨습니다.
10년 동안 여러 좋은 일들 중에서 가장 흐뭇했던 일들은 직원들이 한강에서 성장하여 전세계로 뻗어 나간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강조합 출신이 금강조합, 낙동강조합, 영산강조합을 창립했습니다. 최근에 섬진강조합도 설립 추진중에 있고요. 해외에서도 한강조합에 교환연수를 왔던 캄보디아, 태국, 독일 직원들이 메콩 강과 나일 강에서 한강 모델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템즈 강에서의 축제가 끝나면 저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강네트워크 회의에 참여하고 나서 귀국할 예정입니다. 내년 세계 강네트워크 회의는 한강조합과 서울시가 주관하여 서울 한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합원님들께서는 이 국제 행사에 적극 참여하시어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단계부터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상들이 이런 말을 할 때에는 세상의 변화에 수동적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강조합은 달랐습니다. 우리가 적극 나서서 우리 ‘강산’을 바꾸었습니다. 생명의 강, 문화의 강으로 가꾸고,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었습니다. 수달이 아이들과 놀고, 서울 한강에도 꼬마물떼새가 모래밭에 알을 낳는 강산으로 변화시켰습니다.
한강조합이 만든 10년의 기적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한강이 세계의 강들과 연대하는 일, 세계 시민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는 일에도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2028년 8월 25일
한강조합 창립 10주년에
템즈 강에서 제3대 이사장 한강 드림
*한강조합 10주년에 미래에서 온 축하편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