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한강 선생님들께, 9월의 첫날에 편지를 씁니다.
여름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어둑한 골목길을 걷는데 민소매 옷에 드러난 팔이 서늘했습니다. 같이 우산을 받쳐 쓴 친구의 팔이 닿았는데, 그 온기가 어찌나 기분 좋고 따스하게 다가오던지요.
어릴 때 어머니는 종종 “여름 친구는 필요없다.” 하셨는데, 날이 너무 더우니 가까이 누군가와 살 맞대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었어요. 가을을 기다리는 비가 내린 어제 밤에는 가을 친구, 겨울 친구가 곁에 있어 손도 잡고 팔도 맞대고 등도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코로나 4단계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러 ‘사회적’이 아닌 ‘물리적’이라고 해봤습니다. 전에 외국 뉴스에서 social distancing이 아닌 physical distancing이 더 맞는 말이 아니냐고 한 게 생각나서요.) 팬데믹이 사회 곳곳에 타격을 주지만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가까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샛강놀자 시작합니다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 공모사업에 관심과 호응이 상당했습니다. 34개팀 지원에 18개팀을 선정하느라 심사위원단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한 심사위원님은 아예 하루 휴가를 내서 심사에 집중하셨다고 합니다.) 선정 시에 취약계층 배려 프로그램, 청년층, 지역 기반 시민들 팀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제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될 <샛강놀자> 팀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습니다. 김진희 교육학자를 모셔 줌으로 특강도 진행했고요. 시민팀들이 활동을 하는 중에도 서로 존중하고, 실천하고 봉사하며, 잘 소통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가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특강이었습니다.
이제 샛강에 오시면 삼삼오오 시민들이 샛강을 가꾸거나, 나무와 꽃을 조사하거나, 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샛강놀자>에서 같이 놀고 싶으시다면 차차 자세한 프로그램 소개해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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