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 잉어공주가 나타난다면
“오늘밤 꿈 속에는 잉어공주가 나타날 것 같아요.”
최진우 박사는 어제 한창 일하던 중에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 염키호테 님을 만났어요.
“갑시다. 잉어 구하러.”
그들은 장화를 신고 삽을 들고 샛강 생태연못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물고기는 와글와글, 사람들은 웅성웅성, 물이 튀는 소리, 외치는 소리, 철벅거리는 소리, 비난하는 소리…
올 봄은 벌써 따뜻합니다. 윤중로 벚꽃이 만개하여 한낮에 점심을 먹은 시민들이 벚꽃 아래 걷는 모습을 봅니다. 이어 팔뚝보다 굵은 잉어들이 알이 잔뜩 밴 몸을 이끌고 샛강 물줄기 위로 떼를 지어 올라옵니다. 예년보다 보름 이상 이른 산란철이 시작된 모양입니다.
샛강공원 안에는 한강 물과 인근 지하철에서 나오는 물을 보내는 물줄기가 다섯 군데가 있습니다. 생태연못과 여의못 쪽으로 수로를 통해 물이 흘러 들어갑니다. 문제는 물을 인위적으로 보내는 것이라 시간을 조절하여 공급을 했다 끊었다 하는 것이죠.
힘찬 물줄기 따라 위로 올라왔던 잉어 떼가 난데없이 끊기는 물줄기에 진흙 뻘 위에서 몸부림치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펼쳐지게 됩니다. 꽃 구경 나왔던 시민들이 물고기 구하라고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그보다 조금 빨리 한강 직원들은 물이 다 빠져나가기 못하게 나무 둥치와 진흙으로 작은 보를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모든 물고기를 구했습니다. 진우 박사님이나 염키호테님은 바지가 다 젖었지만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진우 박사님은 생각했어요. 꿈에 잉어 공주님이 나타날 것만 같다고.
#샛숲학교 봄학기 막춤교실 열려, 가을에는 수달춤 교실도. – 강사로 나선 조은미 씨에 대한 자격 논란 분분해
2021.04.01 한강신문
기발하고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요즘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샛숲학교 (영등포구 여의샛강생태공원 소재)에서 봄 기획으로 4월 1일부터 ‘샛숲에서 제각각 막춤 교실’(이하 막춤교실)을 열어 화제다.
강사로 나선 조은미씨는 한강조합 공동대표이자 샛숲학교 교장을 맡고 있으며, 애초 상반기 커리큘럼에 없던 특별 편성을 무리하게 넣었고, 명망이 있는 수준급 댄서들이 강사를 하겠다는 걸 마다하고 극구 본인이 맡겠다고 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평생교육장이자 인문의 숲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샛숲학교에서는 그간 ‘노자생태교실’ ‘시가 있는 한낮의 샛강 산책’ ‘숲의 속살 속속들이’ ‘ 기후실천투어’ 등 생태와 인문을 결합한 좋은 프로그램을 선보여왔다. 그러나, 뜬금없이 막춤교실 수업을 개설하여 샛숲학교 성격에 맞는지는 차치하고, 댄서 경력이라고는 전무한 조은미 씨가 강사를 맡은 것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샛숲학교 교장이라는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겠냐는 조심스런 의견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로부터 나왔다.
이에 본지 김선영 기자는 조은미씨를 만나 막춤교실을 연 배경과 강사 자격 논란에 대해 직접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김기자: ‘샛숲에서 제각각 막춤 교실’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개설 계기는 무엇인지요?
조은미: 아, 코로나! 바로 코로나 때문이지요. (그는 검지를 세우고 마치 허공에 코로나가 있기라도 한 양 건드릴 태세였다. 김기자는 움찔해서 몸을 뒤로 뺐다.)
김기자: 좀더 상세히 설명해주시죠. 코로나와 막춤이 무슨 관계인지요?
조은미: 오케이. 기자님도 아실 거예요. 코로나 블루~~ 다들 얼마나 힘들어요? (그는 이번에는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을 했다.) 몸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Sound mind in a sound body. 서양에서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다’ 그런 속담도 있지만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답니다. 호호호. 막춤은 바로 코로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백신이지요.
김기자: 흐음… 알겠습니다. 취지는 참 좋군요. 그러나 본인이 강사로 나서서 논란이 되는 건 아시는지요? 해외에서도 잘 알려진 수준급 댄서들이 강사를 자청했는데도 마다하고 본인이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은미: 어머, 기자님. ‘고집’이라뇨? (그는 실제로 버럭 화를 냈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뿐입니다. 저의 댄서 경력은 1988년으로 거슬러갑니다. 제주중앙여고 샐비어 축제에서 현대무용 공연을 했고요. 당시 제주시민회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연이었죠. 이후 저의 공식 무대활동은 2018년 겨울 수원시민회관에서 밸리댄스를 한 것이 전부입니다만, 무대가 아닌 일상에서는 꾸준히 춤을 추고 있습니다. 비록 집에서는 같이 사는 고양이 (이름: 마루, 나이: 7세)가 못마땅해 하며 하악질을 하긴 합니다만, 그건 고양이 시선에서 인간의 춤을 평가해서 그래요. 저는 BTS 안무도 퇴근하고 집에 가서 연습하고 있어요. 요즘 같이 일이 바쁜 때 그게 얼마나 지극한 노력인지 아시죠?
김기자: 잘 이해했습니다. 사실 저도 인터뷰 전 사전 조사를 좀 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밸리댄스 공연 영상도 보았는데요. 그건 유치원 애들 재롱잔치 수준이던데요? 아니, 요즘 유치원 애들은 더 잘하죠. 게다가 그룹 댄스인데 교장 선생님만 혼자서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동작이 앞서 나가던데요?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은미: 그건 제가 자발적으로 팀원들을 리드한 것입니다. 팀원들이 다음 동작을 까먹으면 곤란하니 반박자 앞서 동작을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죠.
김기자: 아, 그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왜 이번 강좌 제목이 ‘막춤’인가요? 좀 저급하지 않나요? 게다가 샛숲학교는 생태와 인문의 융합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제 생각엔 좀더 품격있는 전통무용인 학춤 같은 걸 하는 게 낫지 싶은데요?
조은미: 노노노. (이번에도 검지를 세워 기자 눈 앞에서 흔든다.) 학은 샛강에 없어요. 장항습지에는 겨울철에 쉬다 가죠. 샛강에 학도 없는데 학춤을 추면 생태 정보에 혼선을 줄 수 있어요. 참, 근간에 샛강에서 수달 똥을 발견하곤 하는데요. 조만간 수달 춤은 계발하여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마 가을 학기쯤?
김선영 기자: 그럼 가을 학기에는 샛강 곳곳에서 수달춤을 추는 시민들을 볼 수 있겠군요. 아무튼 논란이 있는 사안인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김선영 기자는 조은미 씨가 요새 말로 ‘4차원’ 같다고 인터뷰 소감을 전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샛숲학교 막춤교실은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최대 6명까지만 모집한다고 한다. 코로나 단계가 완화될 때까지 소규모로 진행하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을 서둘러야 한다.
(이 기사는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
#재은과 진우의 벚꽃 샛강 기후실천투어
강을 지키기 위해 왕성하게 활동해온 재은 님, 나무와 숲을 위해 열정을 바쳐온 진우 님. 두 분이 이끄는 샛강 기후투어가 다음 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열립니다. 벚꽃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가장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낸 4월의 샛강에서 투어에 참여하여 기후시민이 되어 보세요.
아늑한 봄날을 보내시길 바라며.
2021.04.02
찬란한 4월 봄의 향연 속에서
한강조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