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 하늘못 청둥맘(Mom)의 육아일기 2021.04.23
아홉 마리 우리 아가들 너무 이쁘고 귀엽죠!
남편이 멀리 일 나가서 저 혼자 독박육아에 힘들지만, 사람들이 우리 아가들을 이뻐해주셔서 기분 좋고 힘이 나요. 제가 봐도 우리 아가들 너무 이뻐 죽겠어요^^ 호호.
며칠 전에는 어떤 분들이 아가들 태어났다고 집 앞에 꽃도 심어주고 축하 명패도 달아주더라구요. 아홉 아이들 키우려면 돈과 먹이가 많이 필요한데, 센스가 부족한 그분들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옆 동네 수달못에는 열두 마리 아가들을 키우는 청둥맘이 있다고 들었는데, 한번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저보다 더 힘들 것 같아요. 같이 수다떨고 시간 보내야죠. 도대체 아빠들은 왜 이렇게 안 돌아오는지..아휴!
(최진우 박사님이 받아쓴 청둥맘의 육아일기입니다.)
#청둥맘의 기쁨과 슬픔 당신에게,
그 날 라일락 향기는 유난했어요. 우리가 사랑을 나누던 그 봄날, 버드나무조차 초록 줄기를 흔들며 사랑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았죠. 지금 이 순간, 잠시 물가에 진흙을 디디고 주위를 둘러보는 이 시간, 그날의 라일락 향기는 어디로 흩어졌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고적한 한낮…
김금희 작가의 소설 제목이 떠오르는군요. ‘너무 한낮의 연애’. 우리의 사랑이 너무 빨랐을까요?
이 곳 샛강에서 우리는 서둘러 사랑했고, 우리 아가들이 가장 먼저 태어났어요. 아홉 마리. 아가들은 내 곁을 부지런히 헤엄치며, 내가 물가에 띄워주는 버드나무 여린 잎을 받아먹기도 했어요. 그 중에 막내들은 호기심이 많아 자꾸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새로운 게 나타나면 다가가 보기도 해서 애가 탔어요. 낯선 것들은 위험하지만, 세상에 처음 나온 아가들은 무서움이 아니라 모든 것이 경이로움이니까요.
고양이 네 마리가 샛강에 살고 있어요. 작년 장마에 몇 마리가 어디론가 떠났지만, 또 노랑이 엄마는 새끼들을 낳았더군요. 노랑이 엄마는 출산 후유증으로 배에 이상이 생겨 결국 죽었다고 해요. 슬픈 일이죠. 우리를 위협하는 고양이지만, 죽음은 다 슬프지요. 게다가 새끼를 낳고 나서 먼저 떠나는 어미의 죽음은 더욱…
고양이 엄마 죽음을 안타까워한 것이 방정맞은 생각이었을까요. 결국 그 새끼들 중 한 마리가 우리 막내들을 해치웠으니까요. 사납게,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했어요. 세상에 나와서 일주일도 채 살지 못한 아가들이 그렇게 내 곁을 떠나고 말았어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슬퍼할 겨를도 없었어요. 다른 아가들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내 곁에는 지금 세 마리밖에 없어요. 이 아가들은 나처럼 어미, 아비가 되도록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제 샛강에 수달도 다녀간다고 하고, 족제비도 있던데 하루하루 엄마 마음은 동동거리네요.
아홉 마리 아가들이 내 옆에서 헤엄치고, 먹이를 물고, 잠수를 하고, 장난질을 칠 때, 나는 얼마나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는지 몰라요. 이 공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내가 아홉 마리 아가를 낳았다고 금줄을 치고 야단법석을 할 때도 내심 고마웠지요. 우리 가족이 샛강에서 이렇게 환영받는구나 하는 진심을 느꼈으니까요.
한편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며칠 전에 어떤 남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제치고 휘적휘적 우리가 사는 물 속으로 들어왔어요. 그의 손에는 나무 작대기가 들려 있었죠. 그는 그냥 ‘장난’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지요. 그러나 나는 공포에 사로잡혀 아가들을 얼른 미나리와 노란꽃창포 옆 풀섶에 숨겼어요. 마침 근처를 지나던 여자가 소리쳐 그 남자를 불러냈기 망정이죠. (그 여자는 우리를 위해 축하 금줄을 치던 여자였어요.)
요즘 샛강에서는 우리들이 그랬듯이 사랑에 빠진 오리 커플들이 많이 보여요. 이제 곧 그들도 우리처럼 아가들을 낳겠죠. 샛강은 곳곳에 어린 오리들이 쫑쫑쫑 귀여운 소리가 잉어들의 첨벙거리는 사이로 들려오겠죠.
그러나 내 곁엔 이제 세 마리의 아가들 밖에 없어요. 너무 서두른 사랑이었을까요. 당신이 돌아와줬으면 좋겠어요…
2021. 04.29. 샛강 하늘못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애들 엄마가.
(청둥맘의 편지를 은미씨가 대신 썼습니다.) *글의 제목 ‘청둥맘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 소설 제목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져왔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