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02_한강별 Y048호의 아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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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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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02
한강별 Y048호의 아재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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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B612호의 어린 왕자
소행성 B612호에 사는 어린 왕자에게는 약간 심술궂은 허영심은 있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꽃이 있었습니다그 꽃은 장미였어요어린 왕자의 장미는 신선한 물을 좋아하고 바람은 싫어했어요.

한강별 Y048호에 사는 아재 왕자에게는 한여름 무더위를 견디며 선홍빛으로 피어나는 꽃이 있었습니다그 꽃은 백일홍이었어요아재 왕자의 백일홍은 시원한 물을 좋아하고 심술궂은 햇빛은 싫어했어요.

소행성 B612호에 살던 어린 왕자는 지구별에 놀러 왔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을 보게 되었어요그 곳에는 B612호에 살던 꽃과 똑같은 꽃이 오천 송이나 피어 있었습니다어린 왕자는 자기 꽃이 지극히 평범했다는 걸 알고 속상해서 울었습니다.

한강별 Y048호에 사는 아재 왕자는 꽃을 두고 주말 내내 여강 도리섬과 일산을 다녀왔습니다도리섬 강변 놀자’ 준비와 일산에서 장항습지 다친 분을 만나 위로하느라 그는 Y048호에 남겨두고 온 꽃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주말 지나고 월요일 아침 한강별 Y048호에 출근한 아재 왕자는 가방을 부릴 틈도 없이 허둥댔습니다주말 내내 심술궂은 해에게 시달린 그의 꽃들이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팔을 축 늘어뜨린 아이처럼 줄기와 잎은 땅에 닿을 듯이 쳐졌고 강렬한 빨강도 빛을 잃어 창백했습니다.

아재 왕자는 물조리개를 들고 물을 찰찰 흘리면서 뛰어다녔습니다한시라도 빨리 꽃을 살리고 싶었으니까요놀랍게도 백일홍들은 신선한 물을 받아먹고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이 하나 둘 생기를 찾았습니다.

소행성 B612호의 어린 왕자는 호랑이도 무섭지 않다는 등 허풍을 떠는 자기 꽃이 싫어졌습니다바람을 막아라신선한 물을 어서 가져와라… 까다롭게 요구하는 공주 같은 행동도 얄미웠습니다그래서 꽃에게서 도망쳤습니다그리고 뒤늦게 후회했지요. “그 꽃은 내게 향기를 뿜어주고 마음도 환하게 해주었어.” 하는 말로 그리워합니다.

한강별 Y048호의 아재 왕자는 주말 내내 꽃을 돌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아재 왕자의 백일홍은 잘난 척하지도 않고 원하는 것도 내세우지 않는 수수한 꽃들입니다아재 왕자에게는 오직 그의 돌봄만을 기다리는 백일홍이 전부였습니다아재 왕자의 백일홍은 거대한 우주에서그 안의 지구라는 행성에서또 그 안의 한강별 Y048호에서 그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경이로운 존재이니까요.

네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은 네가 네 장미꽃을 위해서 들인 시간 때문이야.” (생택쥐페리 <어린 왕자> p105 문학동네)

*한강별 Y048호는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샛강생태공원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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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별 Y048호에서 꽃 돌보기 뒷이야기
아재 왕자는 꽃에 물주기를 다 하고 나서 한시름 놓았습니다그러고 보니 일부 화분에는 누군가 아침에 물을 준 흔적이 있더라고 합니다그 누군가가 누구일까이야기를 하는 중에 알게 되었습니다바로 월요일 첫 출근을 한 디딜자리 인턴십의 이옥희 선생님.

이옥희 선생님은 중년 여성이신데 이번에 경력 단절을 잇고 인턴십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그는 너무 일이 하고 싶었고여의샛강생태공원 (한강별 Y048)에서 일을 하는 한강조합이 멋져 보였습니다누구보다 꽃과 식물을 사랑하기에더더욱 함께 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여건을 만들고 일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할 기회를 드리자는 것이 저희 한강조합의 지향입니다대개 첫 출근하는 날이면누군가 불러주기 전에는 구석 자리에서 어색하게 기다리기 마련이지요그러나 이옥희 선생님은 첫 출근길에 시들시들 죽어가는 백일홍을 보았고 조리개를 찾아서 물을 줬습니다그가 한강조합에서 한 첫 일입니다.

이제 Y048호의 아재 왕자는 마음이 좀 놓입니다그가 도리섬으로 놀러 가도 그의 꽃을 돌봐줄 분이 생겼으니까요
#사람들이 모여드는 한강 여주지부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
요즘 여주 한강은 새로 시작하는 설렘이 가득합니다영경 과장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모양입니다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합원 집에 가서 일손도 보태고같이 밥도 먹습니다이런 모습에 즐거운 자극을 받게 되네요.

코로나 4단계로 샛숲학교도 다시 잠정 중단입니다그러나 샛강 숲을 가꾸는 버드나무 교실은 꾸준히 운영됩니다최대 6명까지 함께 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청소년들이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어요.

곧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 샛강 놀자>공모사업도 시작됩니다누구든지 하고 싶은 활동을 하실 수 있게 18팀이나 모집하고 각 팀마다 200만원씩 드립니다이를 계기로 샛강에서도 코로나에 굴하지 않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자연 속에서 누리고 놀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지길 바랍니다.

꽃을 돌보는 마음으로주위의 고운 존재들을 살피고 돌보겠습니다선생님들도 그런 마음 나누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제 저녁 샛강을 걸어 집으로 가며 한 줄기 바람을 고마워했습니다덥다 덥다 해도 얼마 없으면 서늘한 가을 저녁을 걷게 될 것을 우리는 압니다

더위 잘 견디시고 건강하세요.

2021. 07.28  
어린 왕자가 머무는 샛강 숲에서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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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2021년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 
자세한 내용은 한강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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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리닝을 전문으로하는 터치포굿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수달 스카프 펀딩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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