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107_샛강 너구리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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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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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107
샛강 너구리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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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안도현 시 ‘9월이 오면’ 일부)

한강 선생님들께,
9월의 첫날에 편지를 씁니다.

여름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는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저녁을 먹으러 어둑한 골목길을 걷는데 민소매 옷에 드러난 팔이 서늘했습니다같이 우산을 받쳐 쓴 친구의 팔이 닿았는데그 온기가 어찌나 기분 좋고 따스하게 다가오던지요.

어릴 때 어머니는 종종 “여름 친구는 필요없다.” 하셨는데날이 너무 더우니 가까이 누군가와 살 맞대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이었어요가을을 기다리는 비가 내린 어제 밤에는 가을 친구겨울 친구가 곁에 있어 손도 잡고 팔도 맞대고 등도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코로나 4단계로 물리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러 사회적이 아닌 물리적이라고 해봤습니다전에 외국 뉴스에서 social distancing이 아닌 physical distancing이 더 맞는 말이 아니냐고 한 게 생각나서요.) 팬데믹이 사회 곳곳에 타격을 주지만 특히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할 것입니다그들에게 사회적으로 가까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샛강놀자 시작합니다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 놀자공모사업에 관심과 호응이 상당했습니다. 34개팀 지원에 18개팀을 선정하느라 심사위원단은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한 심사위원님은 아예 하루 휴가를 내서 심사에 집중하셨다고 합니다.) 선정 시에 취약계층 배려 프로그램청년층지역 기반 시민들 팀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이제 9월부터 활동을 시작하게 될 <샛강놀자팀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습니다김진희 교육학자를 모셔 줌으로 특강도 진행했고요시민팀들이 활동을 하는 중에도 서로 존중하고실천하고 봉사하며잘 소통하고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가 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마련한 특강이었습니다.

이제 샛강에 오시면 삼삼오오 시민들이 샛강을 가꾸거나나무와 꽃을 조사하거나생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샛강놀자>에서 같이 놀고 싶으시다면 차차 자세한 프로그램 소개해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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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너구리 대작전

아침에 어르신 한 분이 다녀갔습니다그는 항의하고 듯한 태도로 왔는데요이유를 물으니 샛강 산책길에 아기 너구리 세 마리를 보셨다고 합니다.

수달 아니고 너구리요?”
선영 과장의 질문에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는 사진을 보여줍니다사진 속에는 정말로 귀여운 아기 너구리 세 마리가 있습니다그런데 왜 어르신은 못마땅한 걸까요이유는 너구리들을 사람을 공격하면 어쩌냐 하는 겁니다. (저라면 사람들이 너구리를 해칠까 걱정하겠는데 참 신기한 발상입니다.)

올해 샛강에는 여러 포유류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습니다올 초엔 강가에서 족제비가 아침 운동을 하는 걸 보았고, 6월에는 수달을 여의못 앞에서 확인했어요그리고 오늘은 아기 너구리 세 마리샛강이 점점 더 야생동물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반증이겠지요.

오래 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가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입니다환경 주제를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인데요숲에 사는 너구리들이 도시 개발로 살 곳을 잃게 되어 숲을 지키려고 갖은 노력을 합니다그러다가 결국엔 사람으로 변신하여 여느 도시인들과 다름없이 생기없고 피로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기왕에 너구리들이 샛강에 살게 되었으니우리가 할 일이 더 많아졌습니다수달도 살기 좋고너구리들도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샛강 숲 생태계를 잘 가꾸어야 하겠습니다그래서 너구리들이 인간으로 변신하여야 하나 하는 고민도 하지 않도록 말이죠. (서울에 집값도 워낙 비싸서 방 한 칸 구하기도 어렵겠지요…)

다음 주부터는 수달 언니들 양성과정도 시작됩니다. 10회차 교육과정에 금새 50명이 지원했네요이렇게 나날이 샛강에는 배우고 실천하는 시민들이 늘어납니다.

이제 가을이 시작입니다샛강 숲은 억새와 갈대가 일렁이며 춤추고 나무들이 고운 색깔로 물들게 될 것입니다오솔길을 걷다 보면 나무 위에서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물가 가장자리에서는 너구리나 수달이 지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샛강의 가을 속으로 걸으러 오셔요.
감사드리며.

2021.09.01
수달과 너구리가 사는 샛강에서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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