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39_지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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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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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39
지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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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 엄마에게

며칠 전 보았습니다.

쫑쫑쫑 따라다니는 아가 12마리를 데리고 물가에서 노니는 당신을요. 새끼오리들은 발랄하고 잽싸게 당신의 자장 안에서 헤엄치고 따라다니더군요.

 

우선 축하합니다. 당신의 온기로 알을 품고 열두 마리 아가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부디 어느 새끼 하나 다치거나 잡아먹히지 않고 당신을 닮은 청둥오리로 잘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당신과 새끼오리들은 우리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샛강을 산책하던 모든 시민들이 수달천 근처에서 사는 당신 가족을 보고 조심스럽게 걸음을 멈춥니다. 다들 핸드폰을 꺼내들고 사진도 찍었지요. 당신은 의젓하고 자랑스러워 보이더군요.

 

우리는 작년에 다른 오리 가족을 위해 했던 것처럼 아가들 탄생을 축하하는 금줄을 쳤습니다. 염키호테 대표님은 서둘러 옥상에 핀 철쭉을 몇 송이 꺾어왔어요. 당신이 열두 마리 아가들을 키우는 이 곳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행복한 봄, 여름, 가을,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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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드나무에게

당신은 놀라운 예술가입니다. 매일 다른 색과 풍경을 연출하니까요. 샛강숲을 걸으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초록의 빛. 햇빛, 바람과 어울려 담도와 채도가 다른 그림을 그려내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당신 아래 앉아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니까요.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내 사랑과 나는 만났습니다.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그녀는 눈처럼 희고 작은 발로 버드나무 정원을 거닐었죠.

She bid me to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그녀는 내게 나무에서 나뭇잎이 자라는 것처럼 느긋하게 사랑하라 했죠.

(W.B. 예이츠 <버드나무 정원 아래에서> 일부)

 

당신은 오래 전부터 살아왔습니다.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당신에게 빗대어 마음을 토로했지요. 오셀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도 슬픔을 노래하며 당신의 이름을 불렀고요. 중국에서는 연인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사랑을 맹세하기도 한답니다.

 

당신이 강에 기대어 오래 살아왔듯이, 사람들은 당신 아래서 그리움과 사랑, 슬픔을 부려 놓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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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게

오늘 4월 22일은 당신의 날입니다. 지구의 날이니까 한 번 더 당신을 생각합니다. ‘지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환경, 기후위기, 멸종, 분쟁, 팬데믹…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겠다, 그런 식상한 말은 하지 않으렵니다. 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막도록 한강조합이 노력하겠다 하는 말도 좀 심심합니다. 대신 오늘 지구의 날에는 당신이 품고 있는 무수한 생명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각각의 개별성 말이죠.

 

전에 누군가의 글에서 본 말이 생각납니다. 어디 전쟁이나 재난에서 ‘사망자 천 명’ 하면 그 개별적 죽음에 대해 둔감하게 되는데, 천 명 각각의 개별적인 죽음을 생각하라고. 그러니까 한 사람은 한 우주, 천 개의 우주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이죠. (정확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지만 대충 그런 메시지였어요.) 굉장히 공감하게 되는 말이었지요.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 한 명을 잃는다면 그것이 온 세상을 잃은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오늘 지구의 날을 맞아 당신 지구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무수한 존재들을 생각합니다. 여기 샛강에 사는 청둥오리 엄마와 열두 마리 새끼들처럼, 가느다란 초록 가지를 부드럽게 흔드는 버드나무처럼, 오늘도 찔레 덤불을 분주하게 드나든 붉은머리오목눈이처럼…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그들과 함께 순순하게 조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새들과 나무들과 함께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감사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날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마움을 전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2022.04.22

지구의 날에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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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이상헌 조합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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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과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소속 교수로 있으면서 학교 사무처장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제 전공은 환경사회학인데, 주로 수자원과 관련한 지역 갈등, 유역 거버넌스 문제, 기후위기와 녹색전환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녹색당과 내용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단법인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으로도 9년째 봉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2001년에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녹색미래’의 사무처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시민운동단체들과 계속 이러저러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환경운동단체와 시민운동단체의 후원회원이기도 하고, 다양한 협동조합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Q. 한강 조합원이 되신 계기가 뭔가요?

염형철 대표와는 2000년도에 댐반대운동을 계기로 알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계속 하천살리기 운동을 함께 하면서 저희들끼리는 ‘하천브라더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염대표가 새로운 강운동 모델로 한강협동조합 이야기를 했고, 저도 그 취지가 매우 좋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되었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앞서 말씀드린대로 학교에서 보직을 맡고 있고, 여러 조합이나 단체에서 이사나 소장으로 봉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회의가 무척 많아서 조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구할 시간이 좀 모자라서 아쉽습니다. 틈틈이 산책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제가 속한 여러 협동조합이 있는데, 특히 한강협동조합에 계신 분들은 참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분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압축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경제성장 중독 문화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강문화를 회복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토목공사와 개발사업으로 빼앗긴 강의 생태와 문화를 회복하는 일이 참 중요한데, 한강조합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강도 살리고 우리도 살아나는 강문화를 꼭 되살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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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주지부 창립대회에 초대합니다.

■ 일시 2022년 4월 27일 저녁 7시         ■ 장소 여주도서관 여강홀 
■ 문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주지부 김영경 과장 (010-756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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