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46_동강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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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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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46
동강의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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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소년

한낮의 햇빛 아래였지만 소년은 상관없었습니다. 혼자 책을 읽다 지루해지면 강변으로 나왔습니다. 엄마의 얼굴처럼 동글동글하고 해에 달구어져 따뜻한 온기를 품은 몽돌 자갈밭에 앉습니다. 소년은 엉덩이는 자갈밭에 둔 채로 강물에 발을 담급니다.

 

소년은 매일같이 강으로 왔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어도 달리 갈 데가 없었습니다. 여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과 가끔 발가락을 간지르는 작은 물고기들이 소년의 친구였습니다.

 

소년은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이 세상에 버려졌다는 생각에 곧잘 사로잡혔습니다. 소년은 동강 가수리 늙은 느티나무 옆 허름한 집에서 살았는데, 느티나무처럼 늙어가는 할아버지가 소년의 유일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는 일 년 전 이곳 동강으로 왔습니다. 아버지는 소년의 등을 어루만지며 ‘딱 일 년만’ 지내고 있으라고, 이후엔 엄마와 함께 데리러 오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다가도 엄마 생각을 하면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러면 소년은 또 강으로 갔습니다. 우는 모습은 할아버지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귀가 어두운 할아버지는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TV를 봤습니다. TV를 향해 앉은 할아버지의 쓸쓸한 잔등을 생각하면 소년은 집에 돌아가기 싫었습니다.

 

소년은 강가에서 종종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울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주고, 부드러운 바람이 토닥이는 엄마 손길처럼 부드러웠습니다. 한번은 잠결에 누군가 발치를 건드리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조심스러운 듯한 건드림. 잠에서 깬 소년은 자기를 깨운 게 누군지 보았습니다. 그건 한 마리 자라였습니다. 자라는 목을 내밀고 작은 눈으로 소년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소년은 자라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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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자라를 안고 강으로 갔습니다. 소년이 자라를 가져온 지 한 달 만이었습니다. 아무 데도 마음 붙이지 못하던 손주가 자라에게 마음주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네 살던 집으로 가라.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자라를 강물에 놓아주었습니다.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할아버지는 서둘러 마을 끝 이씨네 집으로 갔습니다. 이씨네 집 누렁이가 한달쯤 전에 강아지 다섯 마리를 낳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순둥이 한 마리를 품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강아지를 방구석 이불 위에 올려두고 할아버지는 감자를 삶기 시작했습니다. 곧 손자가 돌아올 시간이었습니다.

 

#동강 이수용 선생님께

지난 토요일 동강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한강조합이 마련한 동강트레킹 여행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간 날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로 일행을 반겨 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안내로 동강의 숨은 매력과 아름다움을 듬뿍 느낀 하루였지요. 함께 여행을 갔던 서른 여섯 명의 모든 분들이 더없이 행복하고 즐거웠노라고 하시더군요.

 

고성산성에서 시작하여 산길을 따라 강을 내려보기도 하고, 산에 둘러싸여 강물이 구비구비 흐르는 제장마을을 걷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느리게 걸어야 한다고 하셔서 찬찬히 걷고 머물며 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여름 잘 익은 산딸기를 산길 곳곳에서 만났습니다. 그 덕에 저희들은 산딸기에 오디, 앵두와 보리수까지 따먹으며 길을 걸었어요. 곳곳에 멈춰 서서 동강과 역사, 나무와 자연, 그리고 마을 이야기까지 고루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몽돌 강변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뼝대를, 병풍 같은 나무와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물수제비를 뜨며 노는 사람들, 메아리쳐 들려오는 노래도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 내내 미소띤 얼굴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선생님이 계셔서 참 좋았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에서 순수한 어린 소년의 얼굴과 인자한 어르신의 얼굴이 동시에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동강에 사는 어느 소년과 할아버지를 상상했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동강을 지켜주시는 이수용 선생님. 선생님을 따라 저희 한강조합도 변함없는 한 길, 강의 길과 아름다움의 길, 사랑의 길을 따라 걸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동강에서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김용택 시 ‘그 강에 가고 싶다’ 일부)

 

2022.06.13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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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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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한강人을 소개합니다. 백은희 조합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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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평범한 주부입니다.

은빛 모래가 고운 섬진강가에서 자랐습니다.

지리산 끝자락 고장에서 자란 탓에 숲이며 나무, 풀, 작은 냇가, 맑은 강이 정말 좋습니다. 백세 인생 중반기를 넘어서니 더욱 그립고 좋아집니다.

 

Q한강 조합원이 되신 계기는요?

주부이긴 하지만 직장인 못지않게 배움 몇 가지, 봉사활동 몇 가지, 바쁜 분들의 땜방역할로 바빴는데 코로나로 올 스톱이 되었지요. 사진공부 한 가지는 원체 소규모여서 쭉 이어왔지만요.

무얼 배우고 싶어도 시간대가 안 맞다가 마침 한강조합에서 샛숲학교를 열었고, 노자생태교실에 학생으로 오면서 점차 관심이 생겼습니다.

매주 수업을 올 때마다 나날이 변하는 샛강, 샛숲의 모습에 감동하면서 누가 이리 정성껏 가꾸나 궁금해졌어요. 노자수업 끝나고 동학들이 숲을 탐방하고 적으나마 숲 가꾸기에 동참하니 누리기만 하던 미안함이 조금 상쇄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이 겸손하고 너그러운 마음과 명랑함도 마음을 열게 하는 키였습니다. 슬금슬금 발을 들여놓게 되더라고요.^^ 한강센터에서 주최하는 세미나도 들으면서 많이 깨우치고 귀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어쩌다 보니(좋아서) 노자생태교실을 3기까지 하게 됐고요^^

나희덕 시인과 함께 하는 생태 시 읽기 과정이 지난주 끝났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수업은 끝났지만, 센터 옥상에 있는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 곳은 조릿대가 차지한 곳을 노자교실 동학들이 개간해서 채소 씨를 뿌려 채소밭으로 만들었고요, 프랑스인 가족들이 가꾸던 건너편 밭은 갑작스러운 해외발령으로 저희 차지가 되어 꽃모종을 심어 놨습니다.^^

겨울, 봄 가뭄이 심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닙니다.ㅜㅜ

그리고 11일에 있을 동강 탐험을 신나게 기다리고 있답니다.

 

Q. 한강 조합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늘 고맙습니다.

날마다 발전하려 궁리하고 애쓰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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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시민사진전 참여자 모집>

버드나무 숲과 수달이 사는 강이 있는 여의샛강생태공원. 흙으로 덮인 오솔길과 데크, 나무 울타리 너머로 청둥오리가 헤엄치고 들꽃과 갈대가 춤을 추는 곳.

 

도심 속 아름다운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사진에 담아볼까요?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고 샛강공원에 전시하는 기회를 드립니다.

 

<모집 요강> 

■ 모집 및 운영 기간 : 6월 ~ 10월 

■ 대상 : 사진을 배우고 싶고 샛강을 좋아하는 시민 누구나 
■ 신청 : https://forms.gle/mAxZNB2fcsSQzZeg9
■ 문의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의샛강센터 010-9837-0825 
■ 6월 강좌 일정 (강사 박현진 사진작가, 화인페이퍼갤러리 대표) 
    - 이론 교육 : 6월 20일 월요일 오후 4시 ~ 6시 
    - 실기 교육 : 6월 27일 월요일 오후 4시 ~ 6시

(매월 강좌 일정은 전월에 공지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