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64_자연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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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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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64
자연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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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야. 자연은 살아있다. 알았지?”

곶자왈 숲길을 걷기 시작하며 은희언니가 말했습니다. 언니는 맨발로 걷습니다. 걸음이 빠른 편인 제가 앞섰습니다. 아침나절 제주 무릉리 곶자왈 숲은 가을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고 조용합니다.

 

만년의 세월을 숨쉬어 온 곶자왈에서는 나무와 돌, 이끼와 풀들이 서로 이어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은 숲 가장자리에서 찰랑거리고 나무들 아래 그늘은 그윽하고 깊습니다.

 

그거 봐. 자연은 살아있다고 했지? 뒤를 봐.”

몇 분이나 걸었을까, 언니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얼른 뒤를 봅니다. 뱀! 그것도 독사가 스르르 옆으로 움직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걷는 작은 길에 독사가 나와 있었던 것을 몰랐습니다. (꼬리라도 밟았으면 어땠을까요. 생각만해도 으스스합니다.)

 

은희언니는 어릴 적에 독사에 물린 적이 있어요. 몇 번이고 그 이야기를 들어서 우리 가족들은 그 때 상황을 다들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작고 여린 몸집의 아이였던 언니는 큰언니를 따라 들판을 가고 있었습니다. 제주에서 흔한 밭 사이 경계 무너진 돌담을 큰언니가 먼저 지났고 작은 아이였던 언니는 뒤쳐진 것이 마음이 급해 부리나케 쫓아갑니다. 돌담에는 가시덤불 같은 것이 있었는데 미처 볼 새도 없이 깡총 뛰어넘습니다. 그 순간 찌릿한 통증이 발목을 관통합니다.

 

가시덤불로 알았던 것은 똬리를 튼 독사였습니다. 종아리는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고 언니는 울며 큰언니를 부릅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 뱀에 물린 기억이 있는 언니가 어쩐 일인지 독사를 봐도 태연합니다.

 

가던 길 가라.” 언니는 뱀에게 그런 말도 던집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걷는데 이번에는 앞에서 기척이 느껴집니다. 한 10미터 앞쪽에 노루가 지나다가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다시 걸음을 멈춥니다.

 

우리 나쁜 사람 아냐. 괜찮아.”

언니는 노루에게도 말을 겁니다. 노루를 가까이서 더 보고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노루는 몇 초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겅중겅중 뛰어서 숲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날 한 시간 정도 산책에서 뱀은 두 마리, 노루는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언니가 “자연은 살아있다”라고 조심하라고 한 말이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어요. 매일같이 맨발 산책을 하는 언니는 뱀이나 노루를 보는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샛강에도 뱀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 한강공원 곳곳에서 뱀이 출몰하고 있다고 하네요. 뱀들은 한 보름 정도 지나면 동면에 들어갈 텐데, 그 전까지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행여 뱀을 보더라도, 시비를 걸거나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조용히 지나가라고 멈춰 선다면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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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보람과 지혜를 더하다. 한강 플러스 선생님들

 

지난 주에는 ‘한강 플러스 데이’를 가졌습니다. 저희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파견해주신 18명의 선생님들을 ‘한강 플러스’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올해 5월부터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여러가지 직무로 일을 해주시고 계신 분들입니다. 센터 안내를 맡은 센터 마스터, 샛숲학교 프로그램 진행을 도와주시거나 공원 관리에 힘을 보태는 에코레인저들이십니다.

 

함께 옥상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소박하게 김밥, 빵, 과일, 샐러드로 점심을 먹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반 년 정도 함께 일하시며 선생님들이 느낀 소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가장 기뻤던 것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11월 한강 플러스 활동이 끝나더라도 샛강에 계속 와서 뭔가 하고 싶다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샛강에서 활동하며 본인이 생태에 대해 아는 것이 늘었다고 하신 분, 프로그램 보조를 하며 더 배워봐서 강사를 해보시겠다는 분, 샛강에서 생태와 인문 예술을 연결하여 활동하시겠다는 분 등등 올해 각자가 성장하고 변화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구동성으로 이후 동아리를 만드시겠다고도 히셨고요.

 

저희 한강조합이 하는 일이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한강이 좋고, 서로 어울려서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 좋고, 또 이런 일들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게 좋을 뿐입니다. 한강 플러스 선생님들과 함께할 앞으로의 여정도 기대가 됩니다. 이 날은 날씨도 참 좋았고, 점심을 먹는 동안 끊이지 않는 웃음 소리 덕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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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유람단, 어쩌다 보니 평화 기원 여행

지난 토요일(10.15)에는 한강유람단 정기 여행이 있었습니다. 양구 두타연 트레킹으로 다들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가 컸어요. 그런데 하루 전날 민통선 안 출입이 통제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북한 미사일 사태 때문이었습니다. 한강유람단은 부랴부랴 대체 코스와 프로그램을 마련하랴, 신청하신 분들께 연락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답니다.

 

작년 장항습지 지뢰 사고도 그렇고, 이번 두타연 여행도 그렇고, 어쩌다 보니 우리는 일상에서 분단의 아픔을 절실하게 체감합니다. 한강유람단은 백자박물관과 펀치볼로 트레킹 코스를 바꿨는데요. 다들 걸음걸음 평화를 염원했습니다. 생명과 평화는 맞닿아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와 생명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라며…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가을 보내세요.

 

2022.10.18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여의도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사회적협동조합 한강우리은행 1005-903-602443
홈페이지 http://coophang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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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위한 가치있는 여행!
카약깅(카약타고 쓰레기 줍기) & 트레킹!!
남한강 수변에 위치한 갈산공원.
대규모 버드나무 군락지와 양평을 대표하는 도보여행길 물소리길 4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입니다.
카약을 타며 강변 쓰레기를 줍고  양평의 강변 트레킹 즐깁니다.

◎ 행사 목적 : 조합원들에 대한 감사, 한강을 즐기고 한강을 말하기
◎ 참여 대상 : 한강조합원 및 가족
◎ 일시 : 2022. 10.26(수), 27(목), 29(토)
◎ 집결 : 경의중앙선 양평역 1번 출구 10시 30분
 ■ 접수 :  gourl.kr/카약깅
 ■ 모집인원 : 30명
 ■ 제공 : 체험비, 해설안내, 채식도시락, 여행자보험 등
              (환경을 위해 페트물, 음료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텀블러 지참) 
 ■ 준비물 : 편한 복장, 모자, 텀블러, 손수건, 즐거운 마음.
 ■ 특별한 코스입니다.
 ■ 문의 : 02-203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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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숲학교 특별기획 북콘서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디지털과 영상이 우리 일상을 채우는 시대, 여러분에게 읽기는 무엇인가요?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지금은 독서 중’이라는 두 북클럽에서 10년이 넘도록 책을 읽어 온 이진미 작가가 같이 읽기의 즐거움, 함께 읽기의 따뜻함에 대해서 말합니다. 
나와 타인,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책읽기의 매력과 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초대합니다. 

-북 콘서트 프로그램 - 
● 일시 :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저녁 6시 ~ 8시 
● 장소 : 여의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옥상 샛하늘마당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 프로그램 : 1부 – 작가와의 대화 (이진미, 조은미) 
                  2부 – 낭독의 시간 
● 책 : 이진미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 (궁리) 
   * 현장에서 1만원에 할인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참가비 : 1만원 (저녁 다과 제공) 
● 신청 : https://forms.gle/pxyZ5J4GEkwsHkau8
● 문의 : 02-6956-0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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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숲과 수달이 사는 강이 있는 여의샛강생태공원. 흙으로 덮인 오솔길과 데크, 나무 울타리 너머로 청둥오리가 헤엄치고 들꽃과 갈대가 춤을 추는 곳.

도심 속 아름다운 여의샛강생태공원을 사진에 담아볼까요?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고 샛강공원에 전시하는 기회를 드립니다.

<모집 요강>
 ◎ 모집 및 운영 기간 : 6월 ~ 10월
 ◎ 대상 : 사진을 배우고 싶고 샛강을 좋아하는 시민 누구나
 ◎ 신청 : gourl.kr/샛강스마트폰사진
 ◎ 문의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의샛강센터 010-9837-0825
 ◎ 강사:  박현진 사진작가, 화인페이퍼갤러리 대표)
 ◎ 일정 : 10. 22.(토) 오후 1시 ~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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