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65_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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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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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65
북한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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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리를 생각하오.’

(정태춘 노래 ‘북한강에서’ 일부)  

 

북한강에서 너를 생각한다.

 

나는 이 아침 북한강에서 고요히 흐르는 강물과 그 위로 부서지는 가을 햇살을 보고 있어. 정태춘의 노랫말처럼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찬물에 얼굴을 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 강가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새와 나무들의 기척으로 생기가 넘쳐. 들꽃들도 아침 햇살로 세수를 마쳤는지 말갛게 피어났어.

 

우리들은 한 번도 같이 북한강에 오지 못했지 기껏 한겨울에 인적이 드문 한강 고수부지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검은 강물을 본 것이 다였어. 우리가 스무 살을 갓 넘긴 91년도의 겨울에. 가끔 노래방에 가면 너는 언제나 이 노래 ‘북한강에서’를 불렀어. 그리고 시간이 좀더 있으면 내처 ‘떠나가는 배’도 불렀지. 우리들은 어쩐 일인지 그 나이에도 서태지 같은 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르지 못하고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더 좋아했지.

 

너는 제주도 중산간 마을인 저지리에서, 나는 낙천리에서 자랐고 우리는 같은 중학교를 다녔어. 그리고 스물이 넘어 유학을 와서 서울살이를 시작했지. 나로서는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 속에서 모래알처럼 서걱거리며 우울하게 지내던 시절이었어. 그 때 가끔 네가 찾아와서 하릴없이 자동차로 가득 찬 거리를 함께 걸었지. 그리고 겨울에는 한강에도 나가 보았고. 우리들은 바다 대신 강가에라도 가서 시원한 바람과 자연을 느끼고 싶어했어. 겨울 고수부지는 황량했고, 우동과 김밥을 파는 낡은 버스도 닫혀 있었어. 그래도 네가 같이 걸어준 거리와 겨울 강가 덕에 나는 덜 외로웠어.

 

양평 북한강에서 카약을 탔어. 50명 정도 사람들과 같이 왔어. 좀 일찍 도착한 나는 그곳 사람들이 내려준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강물을 바라볼 수 있었어. 운이 좋아 수면 위로 뛰는 물고기도 얼핏 보았지.

 

강과 이어져 있는 갈산공원이라는 곳이 있어.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이 ‘갈산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더라. 오늘은 그 단체와 함께 카약을 타서 강의 부유 쓰레기를 줍고 강길 트레킹을 하러 온 거야. 카약은 1인용과 2인용이 있는데, 나는 1인용을 골랐어. 생각과 달리 꽤 안전해 보였거든. 호젓하게 강을 만나고 싶어 혼자 탔어. 나는 강 풍경을 바라보느라 다른 사람들처럼 쓰레기를 열심히 줍지는 않았어. 대신 너를 떠올렸지. 30년 전 ‘북한강에서’ 노래를 부르던 너를. 너와 같이 이 강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

 

흘러가고 흘러온 세월과, 강물처럼 더러 체념과 순응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생과,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지닌 너를 생각해. 강 위에서 나도 정태춘의 노래를 조용히 읊조려 본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오.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한강조합은 11월 26일, 27일, 29일 양평 갈산공원으로 떠나는 ‘강을 위한 가치 여행’을 마련했습니다. 저는 내일 26일 가는데, 미리 내일 여행을 상상하며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양평 갈산공원은 사실 남한강변에 있는데 북한강과 지척이라 생각의 나래를 두 강이 만나는 지점까지 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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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와 박혜영  

박혜영 교수님의 책 ‘느낌의 0도’를 읽었습니다. 이번에 샛숲학교에서 그가 ‘샛강에서 만나는 세계의 생태작가들’ 강좌를 시작한 덕분에 읽은 책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8명의 작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하는데요. 그 중에서 아룬다티 로이가 특히 눈에 들어왔어요.

 

저 역시 ‘문학의 숲’ 독서모임에서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읽은 바가 있어, 작가에 대해서 좀 알게 되었어요. ‘작은 것들의 신’에서 강의 아름다움과 강의 생명력은 연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배경이 되어 주는데, 주위 사람들의 계급 차별 의식으로 인해 사랑이 부서지게 되죠.

 

부커상을 수상한 뛰어난 소설가이기도 했지만, 아룬다티 로이는 댐 반대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나르마다 강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은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됩니다. 그토록 격렬하게 댐 반대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강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알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지키고 싶으니까요. 그것이 우리 한강조합이 시민들과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합니다. 강을 사랑하고 함께 강을 가꾸는 일 말이죠. 박혜영 교수님의 강좌는 앞으로 3회 더 진행되는데요. 지금이라도 들으러 오실 수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주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2.10.25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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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숲학교 특별기획 북콘서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디지털과 영상이 우리 일상을 채우는 시대, 여러분에게 읽기는 무엇인가요?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 ‘지금은 독서 중’이라는 두 북클럽에서 10년이 넘도록 책을 읽어 온 이진미 작가가 같이 읽기의 즐거움, 함께 읽기의 따뜻함에 대해서 말합니다. 
나와 타인,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책읽기의 매력과 힘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초대합니다. 

-북 콘서트 프로그램 - 
● 일시 :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저녁 6시 ~ 8시 
● 장소 : 여의샛강생태공원 방문자센터 옥상 샛하늘마당 (영등포구 여의동로 48) 
● 프로그램 : 1부 – 작가와의 대화 (이진미, 조은미) 
                  2부 – 낭독의 시간 
● 책 : 이진미 <내가 단단해지는 시간들> (궁리) 
   * 현장에서 1만원에 할인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참가비 : 1만원 (저녁 다과 제공) 
● 신청 : https://forms.gle/pxyZ5J4GEkwsHkau8
● 문의 : 02-6956-0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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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자가 되어, 여강을 모니터링 해봐요!


여강을 조사하는 시민과학자가 되어 봅시다. 가을이 물든 강천섬에서 여강의 나무, 새들, 물고기들 그리고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배우고 기록해 봅시다.
전문가와 함께 하는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여강을 이해하고 가꾸는 주인공이 됩시다.

◎ 참여 대상 : 여주시민 
◎ 일시 : 10월 29(토) 10시 / 강천섬 입구
◎ 문의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주지부 / 전화번호 070-4647-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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