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67_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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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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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67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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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희

지난 한 주도 한강의 시간은 흘렀습니다.

 

월요일엔 직원들과 주간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샛강놀자 공모사업 심사를 했습니다. 화요일엔 사업 제안할 일이 있어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수요일 점심엔 올해 활동하신 한강플러스 선생님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그동안 소회를 나누었지요. 저녁에는 가톨릭대 학생들이 저희 한강조합을 컨설팅하기 위하여 찾아왔습니다. 목요일엔 샛숲학교 프로그램이 돌아갔고 금요일에는 안전 점검 차 자체 소방훈련을 준비했습니다. 토요일엔 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겨울을 대비하는 숲에서 많은 일들을 해주고 갔습니다.

 

또 저의 시간이 이렇게 흐르기도 했습니다.

 

월요일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는데 염대표님이 다같이 사진을 한 장 찍자고 불렀습니다. 샛강센터 바로 앞에 서 있는 뽕나무는 몇 년 사이 아름답게 훌쩍 자랐는데 황금빛 단풍이 눈부시게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며 점점 미워지는 것 같아 사진 찍기가 싫어지는데 그냥 동료들 틈바구니에서 한 장 찍었습니다.

 

화요일은 샛강 길에서 맨발로 걷는 남자를 한참 바라보았으며, 수요일엔 얼마 전부터 흘러 들어온 갈색 토끼가 풀을 먹는 모습을 부지런히 지켜보는 남녀를 보았습니다. 목요일엔 샛강 숲길을 걸으며 억새나 꽃들을 건성으로 지나쳤습니다. 금요일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몸이 감기의 전조라도 되는 양 춥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까지 그랬는데 이틀동안 기력을 차리지 못하는 제 몸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사건의 이전과 이후에 우리들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됩니다… 뉴스를 들여다 보지 않더라도 주위에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일요일 기운을 내려고 산책을 나섰더니 정희 과장님이 단톡방에 사진을 한 장 올립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빛깔로

우울했던 한 주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찬연히 빛나는 나무들을 보자니 바로 제가 (모자를 안 들고 나온 탓에) 얼굴을 찡그리고 걷고 있는 월드컵 공원의 나무들이었습니다. 나무들은 인생의 메타포 같습니다. 서로 결도 다르고 종도 다르고 태생도 다른데 서로가 서로에게 빛을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게 다정하게 비춰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어제 아침 라디오 ‘김미숙의 가정음악’에서는 마침 입동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실제 계절보다는 조금 일찍 오는 입추나 입동. 김미숙 씨가 한 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겨울을 미리 예비하라고 했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몹시 추웠던 지난 금요일에 비해 날씨가 괜찮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만으로 느티나무 낙엽들을 차며 걸었습니다.

 

한편 2017년 김애란 작가가 낸 <바깥은 여름> 책에서 ‘입동’이라는 단편을 읽고 나서는 ‘입동’ 단어를 들으면 꼭 소설을 한번은 떠올립니다. (그러니까 저에겐 절기로서의 입동보다 소설 제목으로 더 각인된 것이죠.) 작가는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소설을 썼는데, 유치원 승합차가 후진하다가 아이를 쳐서 죽게 되고 그렇게 황망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이야기입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를 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슬픔을 떠올리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그래도 김애란은 저 소설을 써서 세월호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외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줍니다. 그것이 작가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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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자연이 주는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했지만, 자연은 끝없이 저를 어루만지고 힘을 북돋아주고 있었나 봅니다. 아침에 샛강숲에 들어셨을 때 기분 좋은 낙엽 냄새며 흙냄새에 팔을 뻗어 봅니다. 오가는 사람들도, 강아지들도 눈여겨 보며 잠시 걸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수달 조각상이 있는 ‘수달 배움터’에 가봤는데, 선영 팀장님이 몇 마리 수달 꼬리에 빨간 리본을 묶어 놓은 걸 보았습니다. 머리끈으로도 족할 빨간 리본이 예뻐 대체 왜 꼬리에 달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혹시라도 아이들이 뾰족한 꼬리로 다칠까봐 눈에 띄라고 달았다고 하네요.

 

그런 세심한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녀도 한 아이의 엄마여서 더 그렇지 않을까… 뭉클하고 고맙기도 한 빨간 리본이었습니다.

 

서로를 비추는 나무들처럼 살아가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22.11.08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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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도리섬 트레킹

가을이 깊어갈 때
반짝이는 금모래 은모래가 펼쳐진 여강을 걸어요.


모래가 펼쳐진 강, 제방을 거치지 않고 산으로 연결되는 강, 산길에서 나무 사이로 바라볼 수 있는 강이 있습니다.
늦은 단풍, 광활한 모래밭, 도리섬의 억새밭을 여행해 볼까요?
강의 여러 모습을 답사하고, 강과 함께 사는 이웃들을 배우려는 한강유람단에게 11월 트레킹은 마을과 강을 함께 이야기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대상 : 한강을 사랑하는 사람 40명
◎ 일시 : 2022. 11. 12(토). 07:00-19:00
◎ 집결 : 양재역(3호선, 분당선) 9번 출구
  • 참가비  : 조합원 50,000원 / 비조합원 55,000원 (우리은행 1005-503-602257)
  • 포함사항 : 아침(김밥), 저녁(지역식당),  교통비(단체버스), 여행자보험
  • 준비물 : 간편한 트레킹 복장,  물(텀블러), 간식(점심 대용. 도시락이나 다과, 떡, 과일 등) 즐거운 마음.
  • 문의 : 02-2039-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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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을 가꾸고 누리고 상상하는 여강시민포럼 4차
여강 가꾸기의 비전과 방법

4차 포럼에서는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여강 가꾸기의 목표와 방법을 논의합니다. 평소에 생각하던 생각들을 나누고 보태서 우리의 방향을 세워봅시다.

◎ 참여 대상 : 여주시민 

◎ 일시 : 11월 10(목) 19시 / 여주시 평생학습센터(2층) 3 강의실
◎ 문의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주지부 / 전화번호 070-4647-0576

여강이 비전과 관리방향
  • 발표 1 곽정난이사장(두물머리 활짝)
  • 발표 2. 박민혁국장(여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 발표 3. 이상명위원장(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여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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