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69_샛강에서 봉사하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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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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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69
샛강에서 봉사하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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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섭

어제는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 (小雪)이었습니다. 서울에는 첫눈이 내릴 기미는 없었고 다만 흐린 날이었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나무들이 더 서둘러 잎을 떨굽니다. 황금빛 뽕나무 낙엽이 길 아래 수북합니다. 문득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 선생님이 가르쳐준 노래 ‘고엽 (Les Feuilles Mortes)이 떠올라 흥얼거려 봅니다.

 

요즘은 하루에 한 번쯤은 잠깐이라도 샛강 숲으로 내려가보려고 합니다. 부족한 걷기를 좀 보충하겠다는 마음도 있고, 숲의 변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사무실에 앉아 샛강을 위해 이런저런 문서를 쓰고 일을 하면서도, 정작 보배처럼 옆에 있는 샛강숲을 몇 발짝 걷지도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죠.

 

샛강을 거닐면 매일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됩니다. 어제는 수달광장 앞에 있는 손바닥만한 작은 연못에 청둥오리 세 쌍이 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벌써 오리들이 겨울을 나려고 날아온 것도 반가웠지만, 암수 각각 세 마리씩 여섯 마리가 연못에서 합동 데이트라도 하는 것 같아 한참 구경했습니다.

 

달뿌리평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더니 이용태 팀장님이 몇몇 자원봉사자들과 걸어오는 게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하는데 태국 젊은이 넷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한국에 여행 와서 자원봉사까지 하는 프로그램을 구상하며 직접 체험해보고자 아예 자원봉사를 신청한 것이었어요.

 

안녕하세요. 태국은 따뜻할 텐데 여기 날씨 괜찮나요?”

그들에게 인사하며 날씨 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들은 날씨가 맘에 든다, 태국은 너무 습하고 덥기만 하다, 이곳은 정말 멋진 곳이다, 그런 말들을 합니다. 뽕나무 위에 앉은 까치를 보고도 손짓하며 “happy bird”라고 좋아하더군요. 그들은 샛강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어린 버드나무 묘목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샛강에는 한 달에도 몇 백 명씩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갑니다. 그들 중에는 청년, 지역 주민, 학생, 직장인, 동아리나 기업 단체 자원봉사자들도 있지만 외국인들도 꽤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이어서 같이 오는 경우도 있고, 작년 프랑스인 봉사모임처럼 아예 동아리가 오는 경우도 있고, 이번처럼 외국 여행자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연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한강조합이 샛강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숲과 공원에서 하는 일이 어지간히 하지 않으면 표가 나지도 않죠. 23만평으로 워낙 공간이 크다 보니 매일 같이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기 마련입니다. 가끔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후 나절에 혼자 걷다 보면 절로 행복해집니다. 그리고 저처럼 행복하게 걷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칩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우아하게 서 있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고, 조용히 흐르는 물길을 건너 걷는 일, 낙엽도 밟고 때로 습기가 많은 흙의 질감도 느끼고, 나무 사이를 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는 일. 이런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샛강입니다.

 

곳곳에서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깡충거리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분들, 드문드문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아 멍하니 쉬는 이들도 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이런 숲길을 만들고, 어린 나무들을 돌보고, 생태교란종이나 풀을 정리하는 일들, 그런 일들을 꾸준히 한 손길들이 있기에 누릴 수 있는 것들입니다.

 

멀리 태국에서 와서 샛강을 가꾸는 젊은이들, 이런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이 모여 샛강이 나날이 정겨운 곳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고 있고요. 저뿐이겠습니까. 이제 겨울이 온다고 날아온 활기찬 청둥오리들 하며, 샛강에서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수달까지… 가꾸는 손길들 덕에 우리들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잘 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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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놀자로 행복한 사람들

오늘은 수달언니보다 수달오빠들이 더 많았던 날.

발자국도 배설물도 더 발견되고 관찰카메라에 수달이 찍힌 것을 보니 전율이 일었다.’ (박경화 님의 페이스북)

 

걸으면 해결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의도 샛강 숲길에서 earthing을 했다. 걸으면서 ‘샛강 숲길을 걷는 사람들’의 홍보 키워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했다. 문득 ‘걸으면 해결된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강사 중 한 명인 철학자 우석영 선생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역시 걸으면 해결된다~^^ 안개 낀 샛강 숲과 여의못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루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저녁에도 샛강 숲길에 나가서 earthing을 했다. 어둠 속에서 earthing을 하던 두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인증샷을 찍었다. 대한민국 맨발걷기의 원조인 박동창 선생이 샛강에 오시는 12월 10일이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하셨다.’ (정지환 님의 페이스북)

 

하반기 <여의샛강 시민참여단 샛강놀자> 활동이 본격화되어 정말 많은 분들이 샛강으로 옵니다. 캘리그라피, 기후커피, 걷기, 수달언니들, 생태 사진, 민화, 유아생태교육, 식물연구 등등 열다섯 팀이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그들을 보며 느끼는 것은 그들도 샛강놀자 활동을 통해 샛강을 더 깊이, 더 새로이 만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감탄과 감동, 그리고 샛강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샛강놀자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며 시민들을 누구나 초대합니다.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으니 눈여겨보시고 함께 하셔도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 한강조합도 소통을 늘리고 더 자주 뵙고자 이번에 오픈채팅방을 개설했습니다. 이 곳을 통해 유익하고 좋은 소식들을 많이 나누겠습니다. 함께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날들도 행복하시길 빕니다.

2022.11.23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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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 오픈 채팅방 개설
조합원님 및 후원자님들과 적극 소통하고자 한강조합 오픈 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한강조합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행사 등을 안내해드리고 또한 조합원 및 후원자님들이 보고 느끼시는 한강의 정보와 소식을 공유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오픈 채팅방을 매개로 한강조합 구성원들이 더 많이 만나고, 배우고, 교류하며, 한강의 꿈을 함께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오픈 채팅방 초대에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오픈 톡방 링크: https://open.kakao.com/o/gJtFo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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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구 교수님의 '인간의 마지막 권리' 특강에 초대합니다>
고령사회에 접어든 요즘 잘 사는 것(Wellbeing) 못지 않게  품위있게 죽는 것(Welldying)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름다운 황혼과 멋진 낙조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샛숲학교에서는 아래와 같이 박충구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참되게 살고 품위있게 죽는 지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사오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 일시: 2022. 11. 26.(토) 10: 30~12:00
*장소: 여의샛강 방문자센터2층 샛숲광장(영등포구 여의동로 48)
* 참가비는 없으며, 강연 후 같이 점심을 나누고 샛숲을 산책하실 분들은 각자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오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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