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184_중랑천에 간 염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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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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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184_중랑천에 간 염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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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샛달이와 봉달이의 대화

요즘 그 양반이 전처럼 자주 보이질 않던데 어딜 갔나?”

아 그 눈썹 짙고 동작이 잽싼 그 남자아닌 게 아니라 나도 궁금했는데 지난 일요일에 왔다 갔어요우리집 쪽으로 향한 카메라 체크하고우리 화장실 꼼꼼히 살펴보고 그러다가 또 재빨리 사라지던데?”

근데 그 남자는 좀 취향이 이상한 거 아녀몰래카메라를 설치하지 않나유난히 우리가 싸 놓은 똥에 집착하지 않나아이구지난 번에는 보니 손으로 만지고 냄새 맡고 막 그러던데 남사스러워서 혼났네.”

그러게 우리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데 가면서 옆에 있는 일행들에게 말하는 걸 들었어요중랑천에 가서 카메라도 설치하고 똥도 있나 본다고여기서 볼만큼 봤다고 생각했나봐유.”

그래잘 되었네그동안 낮잠 자는데 떠드는 소리가 성가셨는데 말이야.”

그래도 나는 그 양반이 종종 다녀갔으면 좋겠구만유다녀가면 쓰레기도 싹 치우고 가고화장실도 판판한 돌로 바꿔주고 하니 고맙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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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키호테와 염수달

2018년 겨울 어느 날 샛강문화다리 위에서 그와 저는 샛강을 굽어보았어요저는 그날따라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차가운 겨울바람에 종아리가 몹시 시렸던 기억이 납니다다리 위에서 바라본 샛강은 마르고 죽어버린 덩굴들로 황량한 풍경이었어요그런데 그가 말하더군요. “여기를 좀 바꾸고 싶다.”.

 

2019년 3월 1일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우리들은 샛강센터 한구석에 옹색하게 짐을 부리고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일을 했어요버드나무를 칭칭 감거나 덮고 있던 죽은 가시박 덩굴들이 걷히며 마른 먼지가 풀풀 날렸어요당시 생태못은 물이 많이 말라 있었는데손바닥만한 죽은 말조개 껍질을 보기도 하고 묵혀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부지런히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2023년 3월이 된 오늘날까지 한 4년 동안 여의샛강생태공원은 놀랍게 변화했어요. “공원이 참 예쁘다.”라는 말이 그 변화의 핵심이고또한 수달들이 살아가는 공원이 된 것이 성과입니다이런 변화를 이끈 주역이 염대표님이고 그의 추진력과 열정에 저는 염키호테라는 별명을 붙였어요물론 덤벙대고 곧잘 실수하는 그의 캐릭터를 반영한 별명이기도 합니다. ^^ (그가 수족관의 물을 깨끗하게 갈아준다고 물을 틀었다가 넘쳐서 온직원들이 동원되어 청소한 것이 몇 번이던지!)

 

마음이 가는 것은 바로 추진하고좌고우면하지 않고 밀고 가던 염키호테 님그러나 이제는 이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그에게 이제 풍차를 향한 돌진은 사라지고고민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사회 변화와 주변 분들의 반응에도 신중하게 살피고요소소한 사고를 칠 때는 좀 원망스럽다가도돌진하는 캐릭터가 정감이 가기도 했어요고민하고 때로 풀이 죽어 보일 때는 안쓰럽게 생각되지요.

 

그런 그에게 염수달이란 별명을 붙여준 것은 송경용 신부님입니다. ‘빼어나고 뛰어나다는 한자 뜻을 담았다는데그것은 송신부님의 과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여겨져요저는 수달을 쫓아다니고수달과 함께 사는 한강을 만들자는 노력을 하는 그이기에 염수달이 그럴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이유들로 앞으로는 염키호테 대신 염수달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올해 한강조합에서 강생태부를 맡았는데그가 쓴 사업 계획에는 수달 단어가 33번 나오더군요이참에 작성자도 염수달이라고 쓰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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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한강총회

한강조합 대의원총회 잘 마쳤습니다열성적인 대의원님들의 호응과 실무진의 꼼꼼한 준비에 힘입어 멋진 행사이자 결의의 시간이 됐습니다.

23년에는 '성동의 중랑천에서', '조합원들이 앞장서는', '수달과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한강조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2023.03.09 염수달 또는 염키호테 페북 글)

 

3월 8일인 어제 한강조합 대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작년을 돌아보고 올해를 설계하는 일에 대의원님들이 적극 공감하고 응원해주셨습니다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총회를 못 했는데직접 만나서 보고드리고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올해부터는 감사한 분들 몇 분에게는 감사장과 선물을 드리는 이벤트도 곁들였습니다별 것 아니지만그렇게라도 조금씩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염수달 대표님의 말처럼 올해 한강조합은 중랑천에서 수달과 함께 활동합니다지난 일요일 최종인 선생님과 수달언니 박경화 선생님그리고 염수달 님은 중랑천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어요이번 달 25일에는 세계물의날 기념 중랑천 하천대청소도 진행합니다이처럼 중랑천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활동에 출자나 후원으로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누구보다도 수달이 살아가는 한강을 만들고 싶어하는 염수달과 정영원 공동대표님한강 사무국장님을 비롯해서 저까지 추가 출자를 했고한강유람단을 이끄시는 석락희 단장님과 양충모 조합원님도 곧바로 동참해주셨습니다십시일반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출자나 후원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중랑천에도 놀러와 주세요샛강숲이 예뻐지게 만들었던 변화를 중랑천에서도 해보겠습니다샛강 매화는 이제 만개했어요버드나무 숲은 연초록이 고루 퍼졌고요땅은 어느새 초록 융단을 입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새봄 만물이 피어나는 샛강숲에서 

2023.03.09.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