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수달 지키는 모임이 결성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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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coophangang 등록일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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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수달 지키는 모임이 결성된 이유는...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에 서식하는 수달을 보호하기 위한 모임이 결성됐다. 1997년 이후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던 수달이 다시 한강에서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깃대종인 수달을 보호함으로써 수달의 먹잇감이 되는 물고기 등 생태계의 다른 구성원들까지 보호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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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등 연구진이 한강 밤섬에서 발견한 수달의 발자국. 김기범 기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생태보전시민모임, 에코맘코리아, 자연의벗 연구소 등 15개 단체와 개인 등은 지난 26일 제7회 세계 수달의 날(World Otter Day)을 맞아 서울수달넷 창립식을 열었다. 세계 수달의 날은 모피 및 동물 거래를 위한 밀렵,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한 수달에 대해 알리고 수달을 보호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국제수달생존기금(International Otter Survival Fund)이 제안한 기념일이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세계 수달의 날은 매년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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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구조된 뒤 야생 방사를 위해 적응훈련을 받고 있는 수달의 모습. 국립공원공단 제공.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법정보호종인 멸종위기 포유류로 수달이 서울에 돌아온 것은 하천 생태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강에서 마지막으로 수달이 확인된 것은 1997년으로 경향신문 취재팀은 그해 5월 2일 팔당대교 부근에서 두살에서 세살 정도로 추정되는 암컷 수달의 사체를 발견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한강에서 수달이 목격됐던 것은 1986년 올림픽대교 부근에서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환경당국 관계자는 암컷 수달의 사체에 외상이 없는 점을 들어 수질오염에 의한 폐사일 것으로 추정하면서 함께 지내던 수컷이 부근에 살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경향신문 취재진은 2019년 5월에는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과 함께 한강 밤섬에서 수달 발자국을 발견해 보도하기도 했다. 하천변이 아닌 한강 내 수중도인 밤섬에서 수달의 흔적이 발견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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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5월 2일 경향신문 취재팀이 팔당대교 부근에서 발견한 암컷 수달의 사체.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수달넷은 무인 카메라로 확인한 서울의 수달들에서는 목, 몸통, 꼬리 등의 상처가 확인됐다. 또 모니터링 결과 수달의 배설물에서는 스티로폼을 포함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섞여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서울수달넷는 수달의 상처와 배설물 속 플라스틱 등은 수달 보호를 위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임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서울수달넷(이하 서울수달넷) 창립식이 열린 장소는 청계천 하구 살곶이다리로, 지난해 12월부터 수달이 목격됐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수달넷 측은 살곶이다리에 대해 “서울 도심에서 사람과 수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성을 지닌 곳”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수달넷에 소속된 단체들은 앞으로 각각의 영역을 맡아 수달 보호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사무국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모니터링은 중랑천환경센터와 고덕천을지키는사람들이, 교육분과는 자연의벗 연구소가, 기록은 미디어협동조합 청어가 담당한다. 중랑천환경센터는 수달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하천 환경교육을 실행하고 있으며, 중랑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수달 보호에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인 ‘달수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업사이클 전문 사회적기업인 터치포굿은 한강 수달의 분비물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문제에 대해 알리는 디자인 상품인 ‘PET 업사이클 수달 스카프와 페트 뚜껑 수달 피규어’를 디자인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달보호 캠페인 ‘애니멀 시티즌십(Animal Citizenship)’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협동조합 청어는 서울의 수달 현황을 기록하는 영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수달 다큐멘터리도 촬영하고 있다.

성내천수달지킴이는 매주 토요일 수달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자연의벗 연구소는 수달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홍제천 관련 환경교육을 실행하고 있으며, 수달 캐릭터 관련 교구와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숲여울기후환경넷은 탄천 전 구간에 출현하는 탄천 수달인 달달이의 안전한 서식처를 지키고 가꾸기 위한 모니터링과 보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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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 중인 수달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수달넷은 창립 선언문에서 “우리는 4년 전(2017년) 광진교 아래서 처음으로 얼굴을 맞이한 수달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지난 해 성내천, 고덕천, 중랑천, 청계천, 탄천, 밤섬, 여의샛강, 안양천 등 서울 곳곳에서 수달을 만났을 때의 흥분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이 서울에 돌아온 것은 하천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수달넷은 이어 “서울의 단체와 시민들은 ‘서울수달넷’을 구성해 서울의 수달을 지키고 수달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서울의 하천들을 가꿔가고자 한다”며 “수달과 함께 사는 서울, 하천의 생태계가 건강한 도시를 위해 우리부터 변화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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