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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01_샛강숲에서 정순이 언니에게

2025-06-05
조회수 41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은미씨의 한강편지 301_샛강숲에서 정순이 언니에게 

(정순과 설희의 풀잎 쪽배 ⓒ.정성후)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달과 흰구름 둥실거리는 

연못에서 사알살 떠다니겠지


(동요 ‘나뭇잎 배’ 가사) 

그리운 언니

정순이에요

서늘하고 푸르른 뽕나무 그늘 아래서 언니를 생각해요언니그 곳에서 잘 지내나요

 

언니정순이도 잘 있어요이토록 푸르르고 아름다운 초여름에 숲길을 거니노라면언니를 따라다니던 어린 정순이 떠올라요언니의 등에 업혀 발을 까딱까딱 하며 졸던 정순언니가 따서 먹여주던 산딸기 시고 달콤한 맛에 이마를 찡그리면서도 함박 웃던 정순언니가 토끼풀을 엮어 만들어준 팔찌를 끼고 밤에 잘 때도 풀지 않던 정순언니가 쪄서 먹어주던 하지 감자를 급히 먹다가 뜨거워 혀를 데던 정순언니가 시집갈 때 서운해서 눈이 퉁퉁 불도록 울던 정순… 

언니저는 몇 년 전부터 매일같이 샛강 숲에 나와서 한나절을 놀곤 해요여기서 맨발로 흙길을 걷기도 하고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밥을 먹기도 하고생태교란종 환삼덩굴이 올라오면 뽑기도 해요얼마 전에는 작은 텃논에 모내기도 했어요정순이 어렸을 때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모내기가 끝나고는 막걸리와 부침개두부로 새참도 먹었어요봄에는 애기똥풀로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해요여름에는 숲 곳곳에 떨어진 오디를 줍고 더러는 나무에서 따서 맛을 봐요혀와 입가에 검붉은 오디 물이 들어요가을에는 샛강 어귀에 있는 계수나무를 보러 가요계수나무가 푸르던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이내 하나씩 떨어뜨리죠달고나 향이 나는 계수나무 잎을 하나하나 주워 와서 사쉐를 만들어요샛강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나눠줬어요겨울에는 작은 새들을 살펴요아이들이 옥수수가루와 견과류로 새들에게 먹일 버드케이크를 만들어 달아놓으면박새나 직박구리가 날아오죠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날엔 찔레 붉은 열매를 쪼며 작은 머리를 흔들죠

 

어제는 풀잎으로 쪽배를 만들었어요어린 정순에게 언니가 가르쳐준 쪽배 만드는 법을 더듬어 떠올렸어요자꾸만 만들다 보니 이젠 그럭저럭 실력자가 되었어요정지환 선생이 저에게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줬어요샛강풀잎놀이연구소장이라나요.

 

언니정순은 샛강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노라면 언니가 자주 그리워요샛강에서는 언니를 따라다니던 어린 정순이 되니까요언니어제 샛강에 띄운 꽃잎 쪽배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느릿느릿 서해까지 흘러가고 있을까요강과 바다를 건너 언니가 계신 하늘나라로 가닿을까요

 

언니풀잎 작은 쪽배에 그리움 가득 담아 보냈어요

먼 후일 만날 때까지언니 안녕!


2025.06.05 

정순 드림


*이번 한강편지는 김정순 선생님이 사촌언니에게 쓰는 편지를 상상한 것입니다.

#성후의 놀이터 샛강 

D-3 샛강시민위원회 창립대회

샛강지기들의 따뜻한 품이신 김정순 샘이 이끄는 풀꽃놀이 프로그램을 따라가 봅니다. 일주일 새 숲이 무성해졌습니다. 꽃이름도 배우고 생태교란종도 뽑아주며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습니다. 샛숲은 숨은 손길들이 지키고 가꾸는 공간입니다. 숲길을 걷다 보면 길 바닥에까지 쳐져서 내려온 뽕나무 가지를 폐목으로 정교하게 만든 받침대로 들어 올려 놓은 것이 눈이 뜨입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니 숲길이 더욱 정답고 아늑합니다. 나뭇잎 배 만드는 법도 배워 작고 예쁜 배를 만들어 샛강에 띄우며 빌어 봅니다. 샛강시민위원회도 샛강처럼 흘러흘러 창대한 바다에 이르기를요. (2025.06.04 정성후 샘 페이스북 글) 

오늘은 환경의 날입니다환경의 날이 있는 이번 주 7일 샛강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는 샛강시민위원회가 창립합니다. 5월 들어 모집을 시작했음에도 샛강시민위원회 샛강지기에는 230명이 참여할 만큼 높은 호응을 얻고 있고창립행사에도 백여 명이 오실 것 같아요창립을 축하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대표 재즈싱어 말로와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방탄노년단(BTN)이 재능기부로 축하공연을 해줄 예정입니다정성과 환대의 마음을 담은 밥상도 준비될 거예요오셔서 아름다운 샛강공동체의 시작을 응원해주세요

(샛강시민위원회 창립을 준비하는 사람들 ⓒ.정성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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