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말부터 해서 며칠 사이 드라마 하나를 다 봤습니다. 12부작인데 주말엔 서너 개를
은미씨의 한강편지 337_당신이 있는 풍경
ⓒ최종인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말부터 해서 며칠 사이 드라마 하나를 다 봤습니다. 12부작인데 주말엔 서너 개를 연이어 보았죠. 재미있었어요. 로맨틱 코미디인데 정통 멜로드라마 같기도 했죠.
제가 본 드라마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였어요. 예전에 괜찮게 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랑 제목이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는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찍습니다. 풍경도 사람들도 다 멋지고 아름답죠. 후반부에서 드라마 속 남자 히로는 여주인공 차무희에게 이런 말을 해요.
"이번 여행이 나에게 유독 아름다웠던 건, 내가 바라보는 모든 풍경 속에 당신이 서 있었기 때문이에요. 풍경은 지나가지만, 그 안에 있던 당신은 내내 남을 것 같습니다."
# 새들이 있는 풍경
어제 오후는 추위가 조금 누그러져 돌아다니기 좋았습니다. 저는 중랑천에 가서 새들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살이 제법 올라 통통한 물닭들이 수십 마리 땅 위로 올라와 먹기 바쁘고 사이사이 원앙들도 부지런히 땅을 쪼고 있습니다. 그 옆 강물 위에는 족히 백여 마리는 더 되어 보이는 원앙과 다른 오리류들이 있고요. 멀리서 의자에 앉아 새를 구경하던 한 아주머니가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자 기척을 알아챈 새들이 우르르 강물로 내려갑니다. 살금살금 한두 발짝 앞으로 나서던 저도 주춤 멈춰섰지요. 얼마 되지 않아 원앙들과 물닭들이 다시 우르르 땅 위로 올라오더군요. 원앙의 걸음은 엉덩이가 경쾌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귀여웠죠. 작년 겨울에는 새들이 거의 없던 그 곳이 (우리가 중랑천 5구역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제는 수백 마리 새들이 살아가는 풍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연이틀 삼성 신입사원들이 직무연수차 중랑천에 왔어요.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봉사활동을 했죠. 사회 초년생이라기보다 대학 새내기 같은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곳곳에서 묵은 쓰레기도 치우고 마른 생태교란종 덤불들을 걷어냈습니다. 특히 제방 사면에 올라서서 꽤 많이 걷어냈어요. 이영원 상무님, 우중가 로맨님과 솟대님이 그들을 인솔하고 함께 일했습니다. 수요일 오후는 좀 누그러진 날씨였지만 대체로 바깥이 추웠던 터라 고생하셨을 거예요. 화요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유웅 활동가님에게 뭐 좀 먹겠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해요. “아닙니다. 추운데 볶음밥을 먹었더니 아직도 뱃속에 밥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튿날 점심은 뭔가 따뜻한 걸로 제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다가 망원시장에 갔어요. (우선 바삭하게 튀겨낸 고구마튀김과 오징어튀김 한 개씩 먼저 먹었음을 고백합니다. ^^) 호박죽과 해물죽, 콩비지백반, 순대와 국물 듬뿍 담은 어묵 (용기를 들고 갔어요.), 튀김 1인분, 닭모래집튀김과 닭강정, 참치마요김밥, 야채김밥, 오징어튀김 김밥, 그리고 레드향 세 개를 배달했어요. 이 모든 것은 다섯 분을 위한 점심이었는데 마침 모니터링 차 오셨던 최종인 선생님이 먹을 복이 있다며 좋아하셨지요.
스스로의 알찬 봉사활동에 감탄하는 연출사진을 요청한 신입사원들. ⓒ함정희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삼성 신입사원들은 열심히 했어요. 다 마치고 나서는 자기들이 중랑천을 이렇게나 예쁘게 바꿔놓았다고 즐거워들 했다는군요. 다들 돌아가고 한결 고요해진 중랑천은 새들의 세상이었죠. 새들을 위해 한강 사람들이 마련해준 낙낙한 쉼터에서 새들은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 중랑천을 바꾼 시민
한강이 활동을 시작한 3년 전을 생각하면 중랑천의 풍경은 천지개벽이죠. 생활쓰레기와 부유쓰레기를 걷어내고, 생태교란종을 정리한 강가에는 그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생명들이 움트죠. 깨끗해진 강변에 꽃들이 수굿하게 피어나고 어릿어릿하던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잘 자라고 있어요. 수백 마리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모래가 있는 곳에서는 수달 발자국도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와서 새와 물고기 공부를 하고, 직장인들이 단체로 와서 영차영차 봉사를 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슈웅 지나가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일부러 걸어서 찾아오는 시민들이 보여요.
23년 물의날 봉사활동 ⓒ김종훈
샛강에서 6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마찬가지로 선한 변화를 만들었지만 한강은 쫓겨난 셈이죠.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중랑천에서 차곡차곡 생명을 초대하는 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만들고 있어요.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인 한 사람이 수많은 생명들과 사람들의 삶을 쥐락펴락 함부로 하지 못하게, 희망의 이야기, 공존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중랑천을 바꾼 시민, 시민이 바꾸는 서울>이라는 이야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함께 해주시겠어요?
# 오줌 졸락졸락 허멍
ⓒ최종인
“나 은경이”
어제는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이 40년만에 전화를 해왔어요. 어느 은경이지? 다짜고짜, 나 은경이 라고 하니 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어요. 이내 말하더군요. 나 문은경. 너 잘 지냄나.설에 제주도 내려올 거?
40년만에 전화해온 친구는 어제까지 보던 친구처럼 말을 하더군요.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한강은 잘 지키맨?” 안부도 물어주고요. 앞으로는 자주 보면서 살자고 말하며 기분좋게 통화했습니다. 은경이가 이런 말을 해서 하하하 웃기도 했어요. “웃으민 오줌이 졸락졸락 허멍 봐사주. (웃으면 오줌이 질금질금 나와도 봐야지.)”
며칠 뒤면 설 명절이네요. 이번 설에는 옛 친구들도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쪼록 평안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은미씨의 한강편지 337_당신이 있는 풍경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말부터 해서 며칠 사이 드라마 하나를 다 봤습니다. 12부작인데 주말엔 서너 개를 연이어 보았죠. 재미있었어요. 로맨틱 코미디인데 정통 멜로드라마 같기도 했죠.
제가 본 드라마는 ‘이 사랑 통역 되나요?”였어요. 예전에 괜찮게 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랑 제목이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는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찍습니다. 풍경도 사람들도 다 멋지고 아름답죠. 후반부에서 드라마 속 남자 히로는 여주인공 차무희에게 이런 말을 해요.
"이번 여행이 나에게 유독 아름다웠던 건, 내가 바라보는 모든 풍경 속에 당신이 서 있었기 때문이에요. 풍경은 지나가지만, 그 안에 있던 당신은 내내 남을 것 같습니다."
# 새들이 있는 풍경
어제 오후는 추위가 조금 누그러져 돌아다니기 좋았습니다. 저는 중랑천에 가서 새들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살이 제법 올라 통통한 물닭들이 수십 마리 땅 위로 올라와 먹기 바쁘고 사이사이 원앙들도 부지런히 땅을 쪼고 있습니다. 그 옆 강물 위에는 족히 백여 마리는 더 되어 보이는 원앙과 다른 오리류들이 있고요. 멀리서 의자에 앉아 새를 구경하던 한 아주머니가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자 기척을 알아챈 새들이 우르르 강물로 내려갑니다. 살금살금 한두 발짝 앞으로 나서던 저도 주춤 멈춰섰지요. 얼마 되지 않아 원앙들과 물닭들이 다시 우르르 땅 위로 올라오더군요. 원앙의 걸음은 엉덩이가 경쾌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귀여웠죠. 작년 겨울에는 새들이 거의 없던 그 곳이 (우리가 중랑천 5구역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제는 수백 마리 새들이 살아가는 풍경으로 바뀌었습니다.
연이틀 삼성 신입사원들이 직무연수차 중랑천에 왔어요. 아침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봉사활동을 했죠. 사회 초년생이라기보다 대학 새내기 같은 앳된 얼굴의 청년들이 곳곳에서 묵은 쓰레기도 치우고 마른 생태교란종 덤불들을 걷어냈습니다. 특히 제방 사면에 올라서서 꽤 많이 걷어냈어요. 이영원 상무님, 우중가 로맨님과 솟대님이 그들을 인솔하고 함께 일했습니다. 수요일 오후는 좀 누그러진 날씨였지만 대체로 바깥이 추웠던 터라 고생하셨을 거예요. 화요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유웅 활동가님에게 뭐 좀 먹겠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해요. “아닙니다. 추운데 볶음밥을 먹었더니 아직도 뱃속에 밥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튿날 점심은 뭔가 따뜻한 걸로 제가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일을 하다가 망원시장에 갔어요. (우선 바삭하게 튀겨낸 고구마튀김과 오징어튀김 한 개씩 먼저 먹었음을 고백합니다. ^^) 호박죽과 해물죽, 콩비지백반, 순대와 국물 듬뿍 담은 어묵 (용기를 들고 갔어요.), 튀김 1인분, 닭모래집튀김과 닭강정, 참치마요김밥, 야채김밥, 오징어튀김 김밥, 그리고 레드향 세 개를 배달했어요. 이 모든 것은 다섯 분을 위한 점심이었는데 마침 모니터링 차 오셨던 최종인 선생님이 먹을 복이 있다며 좋아하셨지요.
자원봉사를 하러 온 삼성 신입사원들은 열심히 했어요. 다 마치고 나서는 자기들이 중랑천을 이렇게나 예쁘게 바꿔놓았다고 즐거워들 했다는군요. 다들 돌아가고 한결 고요해진 중랑천은 새들의 세상이었죠. 새들을 위해 한강 사람들이 마련해준 낙낙한 쉼터에서 새들은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 중랑천을 바꾼 시민
한강이 활동을 시작한 3년 전을 생각하면 중랑천의 풍경은 천지개벽이죠. 생활쓰레기와 부유쓰레기를 걷어내고, 생태교란종을 정리한 강가에는 그동안 기를 펴지 못했던 생명들이 움트죠. 깨끗해진 강변에 꽃들이 수굿하게 피어나고 어릿어릿하던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잘 자라고 있어요. 수백 마리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모래가 있는 곳에서는 수달 발자국도 볼 수 있어요. 아이들이 와서 새와 물고기 공부를 하고, 직장인들이 단체로 와서 영차영차 봉사를 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슈웅 지나가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일부러 걸어서 찾아오는 시민들이 보여요.
샛강에서 6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마찬가지로 선한 변화를 만들었지만 한강은 쫓겨난 셈이죠.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중랑천에서 차곡차곡 생명을 초대하는 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만들고 있어요.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인 한 사람이 수많은 생명들과 사람들의 삶을 쥐락펴락 함부로 하지 못하게, 희망의 이야기, 공존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중랑천을 바꾼 시민, 시민이 바꾸는 서울>이라는 이야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함께 해주시겠어요?
# 오줌 졸락졸락 허멍
“나 은경이”
어제는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닌 동창이 40년만에 전화를 해왔어요. 어느 은경이지? 다짜고짜, 나 은경이 라고 하니 저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어요. 이내 말하더군요. 나 문은경. 너 잘 지냄나. 설에 제주도 내려올 거?
40년만에 전화해온 친구는 어제까지 보던 친구처럼 말을 하더군요.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한강은 잘 지키맨?” 안부도 물어주고요. 앞으로는 자주 보면서 살자고 말하며 기분좋게 통화했습니다. 은경이가 이런 말을 해서 하하하 웃기도 했어요. “웃으민 오줌이 졸락졸락 허멍 봐사주. (웃으면 오줌이 질금질금 나와도 봐야지.)”
며칠 뒤면 설 명절이네요. 이번 설에는 옛 친구들도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쪼록 평안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강의 풍경 속에 늘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6.02.12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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