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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38_하제마을 할매와 중랑천 소년

2026-02-20
조회수 74
설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저 역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으며, 무엇보다 가족들과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은미씨의 한강편지 338_하제마을 할매와 중랑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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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갯벌의 하늘을 가득 메운 새들. ⓒ황윤

설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저 역시 책을 읽고 영화를 보았으며무엇보다 가족들과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책은 황석영 작가의 새로 나온 소설 <할매>를 읽었고나희덕 시인님에게 선물받은 산문집 <마음의 장소>를 마저 읽었습니다우연이지만 두 책은 모두 푸른 빛깔의 표지를 갖고 있고책의 두께도 손에 쥐기에 좋아 제주도를 오가는 길에도 읽었습니다

영화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고올해 한강유람단에서는 꼭 단종이 갔던 그 길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주위에도 영화가 볼만하다고 권유했더니제주 가족들도 여럿 보았습니다큰언니 부부도 눈시울을 적시며 보았다며 가족 식사 자리에서 영화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동생 부부와는 <애프터 양>이라는 SF 영화를 보았습니다

<애프터 양>은 어느 가정에서 입양아의 오빠 노릇을 해달라고 구매한 안드로이드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어느 날 안드로이드인 이 더 이상 켜지지 않는 고장이 나는데그 로봇이 특정 기억들을 저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영화는 전개됩니다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휴머노이드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우리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것처럼반려 로봇도 가족처럼 여겨지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인간은 결국 기억의 총체가 아닐까기억이 사라지면 우리 인간의 존재도 결국 무의미하겠지… 


하제마을 할매의 기억 

그러므로 기억들은 각각 다른 층을 형성했다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 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황석영 <할매> P46-48)

황석영 작가의 <할매소설에서 할매는 600년 정도 된 팽나무입니다할매가 처음 세상에 온 것은 개똥지빠귀 흰 점박이가 죽고 나서입니다흰 점박이는 짝인 개암이 날개를 말똥가리로부터 구하려다가 자신이 죽음을 맞죠그 새의 뱃속에 있던 팽나무 열매가 싹을 띄워 나고 자라 몇 백 년을 살며 할매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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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필

작가는 새들과 나무들그리고 수라 갯벌에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켰습니다고맙더군요말할 수 없는 존재들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없는 존재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는 작가야말로 좋은 작가라고 생각합니다그렇기에 그동안 좋은 작가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거나 잊혀지는 존재들을 소환하고 발화할 수 있게 해주죠. <할매>에서 황석영은 인간을 넘어서 비인간 존재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자리를 내줬다는 데에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한강에서 일하며 비인간 존재들을 위한 자리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니까요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백 권을 읽고수라 갯벌 현장도 수차례 다닌 모양입니다여느 생태학자 못지 않게 생태 도감 같은 서술들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팽나무에 대하서는 저 역시 애정이 큰 터라 유심히 읽었습니다제주도에서 나고 자라며 저도 우리 동네 팽나무를 엄마 같은 존재라고 여겼으니까요팽나무 곁에서 보낸 시간이 유년 시절 가장 행복한 추억의 조각이기도 합니다하지만 작가는 팽나무 열매인 팽에 대한 묘사가 과한 것 같았어요아무리 공부했지만 역시 나만큼은 팽나무를 알지 못하는군… 하고 속으로 생각했죠저의 확신을 재확인하고 싶어 큰언니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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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군산에서 진행된 생명사진전.

작가가 생태공부는 많이 한 것 같은데 팽나무 열매 묘사는 좀 어색하더라고요언니바람에 적당히 마른 열매는 곶감처럼 달다나좀 심하지?” 하고 묻자 언니는 그게 맞다고 합니다어릴 때 언니는 동네 애들과 여러 팽나무를 돌아다니며 열매를 맛보았다고어떤 건 진짜 맛이 좋아 씹으면 달큰달큰한 맛이 났다고

언니의 말을 듣고 나니 팽나무는 잘 안다고 으스대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대신 어멍 같고 할매 같은 팽나무가 먹이고 키운 아이들과 새들을 떠올렸습니다


중랑천 증언자들 

세월이 흘러 먼 훗날 우리가 가꾸는 중랑천에도 할매 나무가 자라고 있을 테지요그 할매 나무가 참느릅나무가 될지 하제마을 할매처럼 팽나무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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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이 그간 중랑천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생추어리라고 부르는 중랑천 둔덕과 강변 곳곳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새들이 와서 먹고 살아갑니다겨우 3년인데도 이제는 소년 나무라고 부를만한 나무들이 있습니다늠름하게 선 몸매가 단단하고 힘차 보입니다몇 년 또 지나면 몰라보게 달라지겠지요. 3년 전만 해도 불모지 같았던 이것도 시민들의 손길로 생기 넘치는 중랑천 마을이 되고 있습니다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염키호테최종인박경화함정희이영원우중가… 이런 분들이 중랑천 증언자들입니다비인간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자리를 조금 내어주는 것그것이 놀라운 기적의 시작이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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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샛강의 상실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중랑천이 있어서였습니다우리가 가꾸던 여의샛강생태공원이 망가지고 우리와 함께 어울리던 시민들의 공원 활동이 막혔을 때우리는 중랑천에서 쓰레기를 줍고 생태교란종을 관리하고 꽃을 심고 나무를 가꿀 수 있었던 덕분에 숨쉴 수 있었습니다. (중략

그런데 정원오청장님은 참아줬습니다. 성동구의 공무원들도 묵묵히 받아줬습니다. 우리의 방법이라는 것이 자연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니 눈에 띄는 변화라는 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3년 여를 기다려줬습니다. (중략) 

우리는 중랑천에서 희망을 봅니다시민들이 공유지 중랑천을 제대로 가꾸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이 주인대접을 받는 공간을 만들고 있고이를 위해 어떤 행정가가 필요한지를 알게 됩니다비단 사람만이 아니라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간도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염키호테 페이스북 글 인용) 

이제 설날도 지나고 진정한 새해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입니다중랑천에 오셔서 증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우리에겐 희망과 낙관이 필요하니까요

고맙습니다

2026.02.20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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