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여주를 다녀왔어요. 한강 여주지부에서 조합원의 날 행사를 마련했거든요. 설 지나고 밀린 일들로 좀
은미씨의 한강편지 339_호사비오리를 위하여
중랑천에 온 호사비오리. ⓒ최종인
# 양섬을 걸었죠
화요일에 여주를 다녀왔어요. 한강 여주지부에서 조합원의 날 행사를 마련했거든요. 설 지나고 밀린 일들로 좀 분주했지만 그래도 약간 일찍 나섰어요. 날씨는 좀 누그러졌고, 비 예보는 있었지만 내리지 않았거든요.
여주를 처음 가보는 고은샘과 같이 양섬이나 어디 강가를 좀 걸으면 좋겠다 싶었죠.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기 좋아하는 승윤팀장이 앞장섰어요. 양섬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었죠. 여기는 우리가 콜마 행사 때 나무를 심었고, 여기서는 생활체조를 했고, 여기는 최병언 박사님이 무궁화를 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곳이고, 여기는 이상철 박사님이 표범장지뱀을 살피던 곳이고, 여기는 두더지들이 있고, 여기는 여기는…
버드나무나 참느릅나무들에 연두의 기척은 없었어요. 그래도 멀리서 보면 나무들이 모여서 있는 가장자리로 물이 오른 듯 벙긋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괜히 제 기분인지도 몰라요. 봄이 어서 오기를, 다투어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죠. 조합원의 날 행사에서 만난 박찬수 시인은 우연히도 ‘양섬’이란 제목의 시를 낭송했어요.
아지랑이 곱게 핀 양섬
파릇파릇 새순 돋아나는
봄 소리
(중략)
대지의 초목
봄 피리 리듬에
봄 옷깃 여미고
깊은 사유의 눈빛 반짝이는 걸
(박찬수 시 <양섬> 부분)
여주에서 열린 조합원의 날. 지부의 첫 조합원 행사였다.
양섬이 아니더라도 강 곁에서 걷다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몰라요.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 설레는 마음, 반짝거리는 마음이 들죠. 그건 생기발랄하고 생동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죠.
# 호사비오리를 위하여
‘호사(豪奢)’스러운 자태, 자연이 빚은 예술
이번에 관찰된 호사비오리는 그 이름처럼 귀하고 화려한 외형을 자랑한다. 옆구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색 반달 모양의 무늬는 마치 물고기의 비늘이나 정교한 수묵화를 연상케 하고, 수컷은 짙은 녹색 광택의 검은색 머리에 길게 뻗은 댕기 깃을 가졌으며, 가늘고 긴 붉은색 부리는 끝이 굽어 있어 물고기를 잡기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새들의 기척을 알아채고, 수달의 발자국을 따라다니는 최종인 선생님이 카톡으로 보내주셨지.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와~ 큰 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었지. 아, 나도 보고 싶다! 이어서 나는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지. 보러 갈까? 속으로 생각도 했어.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
바깥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지. 2월의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날씨는 토라진 애인의 뒷모습처럼 차갑기도 했어. 마주치기는 어려울 거야. 중랑천을 샅샅이 살펴본다고 해도 말이야. 너는 강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헤엄칠 테니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당장 너를 만나러 가지 못하는 처지를 위안삼았지. 그리고 네 소식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 너의 멋진 자태가 여기저기 신문에도 실렸어. 나는 그제야 좀더 유심하게 너를 살펴보게 되었어. 전세계적으로 네 동족은 3천마리가 채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며칠 전에는 괜한 근심에 사로잡혔어. 그것도 다 최종인 선생님 때문이었어. 틈만 나면 너와 같은 야생의 식구들을 살피는 분이라 이번에도 너와 네 친구들 사진을 찍었어. 안타까움을 전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야. 누군가 버린 노란 고무밴드. 네 친구 비오리 부리 윗쪽에 걸려 있었어. (비오리가 장신구로 일부러 했을 리는 없을 테지.)
고무밴드가 걸린 부리로 깃을 정리하는 모습. ⓒ최종인
작고 보잘 것 없는 고무 밴드. 누군가 무심코 흘렸을 수도 있고, 작은 박스나 물건을 묶은 것을 풀어서 던져버렸을 수도 있어. 그렇게 버려진 작은 고무밴드가 강으로 흘러가서 떠돌다가 비오리의 부리에 걸렸더구나. 부리를 벌려서 먹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어. (나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같아.) 비오리를 부여잡고 내 손으로 떼어주고 싶더라. 하지만 그가 도와달라고 다가올 리는 만무하니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제발 좀 쓰레기 버리지 말아요, 외치고 싶어. 비오리 부리에 걸린 고무밴드는 삭아서 언젠가는 떨어지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한 쓰레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눈에 띄는 대로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도록 할게. 이제 곧 3월이니 언 땅이 녹고 나서 더 많은 쓰레기가 보일 거야. 너와 너의 친구들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할게.
모쪼록 남은 기간 중랑천에서 잘 지내길 바라.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돌아와. 내년에는 이곳 중랑천에 나무들은 더 자라 수풀이 우거지고 여울지는 물살 아래 물고기들이 몰려다닐 거야. 내년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오기를 바랄게.
은미씨의 한강편지 339_호사비오리를 위하여
# 양섬을 걸었죠
화요일에 여주를 다녀왔어요. 한강 여주지부에서 조합원의 날 행사를 마련했거든요. 설 지나고 밀린 일들로 좀 분주했지만 그래도 약간 일찍 나섰어요. 날씨는 좀 누그러졌고, 비 예보는 있었지만 내리지 않았거든요.
여주를 처음 가보는 고은샘과 같이 양섬이나 어디 강가를 좀 걸으면 좋겠다 싶었죠. 미주알고주알 설명해주기 좋아하는 승윤팀장이 앞장섰어요. 양섬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었죠. 여기는 우리가 콜마 행사 때 나무를 심었고, 여기서는 생활체조를 했고, 여기는 최병언 박사님이 무궁화를 심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곳이고, 여기는 이상철 박사님이 표범장지뱀을 살피던 곳이고, 여기는 두더지들이 있고, 여기는 여기는…
버드나무나 참느릅나무들에 연두의 기척은 없었어요. 그래도 멀리서 보면 나무들이 모여서 있는 가장자리로 물이 오른 듯 벙긋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괜히 제 기분인지도 몰라요. 봄이 어서 오기를, 다투어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죠. 조합원의 날 행사에서 만난 박찬수 시인은 우연히도 ‘양섬’이란 제목의 시를 낭송했어요.
아지랑이 곱게 핀 양섬
파릇파릇 새순 돋아나는
봄 소리
(중략)
대지의 초목
봄 피리 리듬에
봄 옷깃 여미고
깊은 사유의 눈빛 반짝이는 걸
(박찬수 시 <양섬> 부분)
양섬이 아니더라도 강 곁에서 걷다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지도 몰라요. 만나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 그리운 마음, 설레는 마음, 반짝거리는 마음이 들죠. 그건 생기발랄하고 생동하는 생명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죠.
# 호사비오리를 위하여
‘호사(豪奢)’스러운 자태, 자연이 빚은 예술
이번에 관찰된 호사비오리는 그 이름처럼 귀하고 화려한 외형을 자랑한다. 옆구리에 선명하게 새겨진 검은색 반달 모양의 무늬는 마치 물고기의 비늘이나 정교한 수묵화를 연상케 하고, 수컷은 짙은 녹색 광택의 검은색 머리에 길게 뻗은 댕기 깃을 가졌으며, 가늘고 긴 붉은색 부리는 끝이 굽어 있어 물고기를 잡기에 최적화된 모습이다.
호사비오리 너에게,
얼마 전에 너를 사진으로 보았어.
새들의 기척을 알아채고, 수달의 발자국을 따라다니는 최종인 선생님이 카톡으로 보내주셨지. 사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우와~ 큰 소리로 감탄사를 내뱉었지. 아, 나도 보고 싶다! 이어서 나는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지. 보러 갈까? 속으로 생각도 했어.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지.
바깥엔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지. 2월의 오락가락 변덕스러운 날씨는 토라진 애인의 뒷모습처럼 차갑기도 했어. 마주치기는 어려울 거야. 중랑천을 샅샅이 살펴본다고 해도 말이야. 너는 강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헤엄칠 테니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당장 너를 만나러 가지 못하는 처지를 위안삼았지. 그리고 네 소식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 너의 멋진 자태가 여기저기 신문에도 실렸어. 나는 그제야 좀더 유심하게 너를 살펴보게 되었어. 전세계적으로 네 동족은 3천마리가 채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며칠 전에는 괜한 근심에 사로잡혔어. 그것도 다 최종인 선생님 때문이었어. 틈만 나면 너와 같은 야생의 식구들을 살피는 분이라 이번에도 너와 네 친구들 사진을 찍었어. 안타까움을 전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야. 누군가 버린 노란 고무밴드. 네 친구 비오리 부리 윗쪽에 걸려 있었어. (비오리가 장신구로 일부러 했을 리는 없을 테지.)
작고 보잘 것 없는 고무 밴드. 누군가 무심코 흘렸을 수도 있고, 작은 박스나 물건을 묶은 것을 풀어서 던져버렸을 수도 있어. 그렇게 버려진 작은 고무밴드가 강으로 흘러가서 떠돌다가 비오리의 부리에 걸렸더구나. 부리를 벌려서 먹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덜컥 들었어. (나는 먹는 게 제일 중요한 같아.) 비오리를 부여잡고 내 손으로 떼어주고 싶더라. 하지만 그가 도와달라고 다가올 리는 만무하니까…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제발 좀 쓰레기 버리지 말아요, 외치고 싶어. 비오리 부리에 걸린 고무밴드는 삭아서 언젠가는 떨어지겠지. 하지만 그보다 더한 쓰레기에 걸릴 수도 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구나. 눈에 띄는 대로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도록 할게. 이제 곧 3월이니 언 땅이 녹고 나서 더 많은 쓰레기가 보일 거야. 너와 너의 친구들의 일상을 지켜주기 위하여 깨끗하게 청소할게.
모쪼록 남은 기간 중랑천에서 잘 지내길 바라. 그리고 내년에도 다시 돌아와. 내년에는 이곳 중랑천에 나무들은 더 자라 수풀이 우거지고 여울지는 물살 아래 물고기들이 몰려다닐 거야. 내년에는 더 많은 친구들을 데리고 돌아오기를 바랄게.
지금처럼 언제나 아름답고 평안하기를.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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