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애인님들께, 총회를 준비하며 여느 때처럼 작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작년의 성과 927 기후정의행진을 함께 하는 활동가들과 한강애인의 모습. ⓒ함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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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애인님들께, 총회를 준비하며 여느 때처럼 작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작년의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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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새벽 어스름, 문득 잠이 깨었는데 이런저런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그 길고 지난하던 시간들을, 한숨과 눈물,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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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2월 28일 샛강 민간위탁 탈락이라는 결과를 듣던 순간 가슴에 쿵 하고 바윗돌 하나 내려앉았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사이 한강애인님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눈물을 적시며 안아주셨지요.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 할 지 몰라 자꾸만 서성이던 대한노인회 선생님들도 떠오릅니다. 3월 3일 대체공휴일에 대책회의가 열리자 40여명의 한강애인님들이 한달음에 달려오셔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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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 샛강에서는 모든 것에 더 정성이 깃들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며 한강애인들은 샛강놀자 시민축제를 준비하고, 클래식 예술 공연을 마련하고, 놀이팡에서 국악탱고를 구경했습니다. 나희덕 시인님과 정은귀 교수님, 박혜영 교수님, 자벌레 연경 선생님은 우정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한강애인들은 샛강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요. 그리고 정의를, 진실을 위한 싸움에 앞장서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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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센터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샛강의 주인은 누구인가? 수달과 시민을 내쫓지 마라. 한강애인들의 피켓은 사랑의 말이었지요. 꽃잎 분분하던 그 봄날… 벛꽃은 화사하고 우리의 슬픔은 깊었지요.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여러 얼굴들 중에 팔순의 김정순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샛강센터 옆 데크 입구에서 작은 손간판을 들고 서서 “샛강을 지켜주세요.”라고 길가던 행인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반복하시던 선생님… 선생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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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며 1인 시위를 이어가던 한강애인들, 점심이면 샛강으로 몰려와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오후에는 자원봉사를 하러 나갔죠. 언론에 기고를 하고 정치인을 만나고 서명에 동참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수시로 샛강에 와주셨습니다. 힘내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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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어 한강조합은 짐을 싸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샛강시민들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건물이 단단히 잠기고 공공보안관들이 엄격하게 출입을 막았을 때는 샛강숲에서 모였습니다. 벌에 쏘이면서 생태교란종을 걷어내고 여의교 아래 꽃을 심었습니다. 수달의 안위를 살피고 겨울 새들을 먹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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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언론으로 알리고 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에겐 한강애인들이 계셨으니까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필귀정. 끝내 진실이 이길 거라고 믿었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이길 자가 없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재판 결과는 좋지 않았고, 한강조합에 이어 샛강시민들마저 샛강센터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싸움은 진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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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주년 후원파티에서 한강의 시작을 이야기하는 은미씨와 염키호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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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4일 윤석열 파면 선고의 역사적인 날, 샛강센터에서는 봄향기 가득한 보리비빔밥과 새우미나리전, 계란말이와 갖가지 과일들이 차려졌습니다.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공탁’이 샛강에 왔거든요.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수십 명의 한강애인들이 대접받았습니다. 선의의 편에서 잘 싸워달라는 응원이라고 여겼습니다.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든든하고 즐거웠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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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과 눈물,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 어느덧 감동과 기쁨, 사랑과 경이로움의 시간으로 마법처럼 변해갔습니다. 허둥지둥 일을 하다가 다치면서도 꿋꿋한 미소를 잃지 않던 정민샘, 그래도 제일 힘들지요? 하며 조용히 말을 건네주던 지연과장님, 한강과 마찬가지로 생태공원을 잃어 절망 가득하면서도 연대의 마음으로 달려와주던 녹색미래 이정희 처장님과 활동가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알리겠다고 분주하셨던 임설희 선생님,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를 만날 기회라고 하자 하루 만에 몰려오신 스무 분의 한강애인들, 인문학 강의를 계속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던 김영 고문님과 시민들과 대화하라고 조언하던 송경용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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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디아스포라의 지난 1년은 시련이 시간이 아니라 발견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곁에 이토록 귀한 한강애인들이 계시다는 발견, 한강을 좋아하고 열고 성을 다하는 멋진 동료들이 있다는 감사, 그리고 사랑이 끝내 이긴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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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어 어느덧 세 달 가까이 흘렀습니다. 올해도 샛강에 매화가 피고 작년에 이어 왜가리들이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요즘 샛강시민들은 왜가리들의 포란을 지켜보느라 온통 흥분하고 있지요.) 샛강만이 아닙니다. 작년에 우리 한강은 중랑천과 진천 미호강, 고양, 파주와 여주 등지에서 강을 돌보고 배우는 일에 더 열심이었습니다. 그 덕에 이 봄이 더욱 분주합니다. 디아스포라의 상실이 아니라 노마드의 자유로움으로 강의 곳곳에 스며들어 지역의 시민들과 손을 잡고 강을 가꾸고 공동체를 일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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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보내며 모인 한강애인들. 먹고 마시며 소회를 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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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모퉁이를 돌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고 했던가요? 작년 잘 버텨냈던 한강의 앞날이 그런 것 같습니다. 새롭고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건 거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한강애인님들이 같이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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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마음 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모든 게 한강애인님들 덕분입니다. 올해도 한강은 곳곳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웃음과 행복의 물길을 퍼올리겠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한강 곁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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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총회를 앞두고 2026.03.18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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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42 | 총회를 준비하며
한강애인님들께,
총회를 준비하며 여느 때처럼 작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계획하는 일을 했습니다. 작년의 성과와 과제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어스름, 문득 잠이 깨었는데 이런저런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그 길고 지난하던 시간들을, 한숨과 눈물,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던가…
25년 2월 28일 샛강 민간위탁 탈락이라는 결과를 듣던 순간 가슴에 쿵 하고 바윗돌 하나 내려앉았습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사이 한강애인님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눈물을 적시며 안아주셨지요. 어떻게 위로를 건네야 할 지 몰라 자꾸만 서성이던 대한노인회 선생님들도 떠오릅니다. 3월 3일 대체공휴일에 대책회의가 열리자 40여명의 한강애인님들이 한달음에 달려오셔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 봄 샛강에서는 모든 것에 더 정성이 깃들었습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며 한강애인들은 샛강놀자 시민축제를 준비하고, 클래식 예술 공연을 마련하고, 놀이팡에서 국악탱고를 구경했습니다. 나희덕 시인님과 정은귀 교수님, 박혜영 교수님, 자벌레 연경 선생님은 우정으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한강애인들은 샛강을 가꾸고 즐기고 배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지요. 그리고 정의를, 진실을 위한 싸움에 앞장서 주셨습니다.
샛강센터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샛강의 주인은 누구인가? 수달과 시민을 내쫓지 마라. 한강애인들의 피켓은 사랑의 말이었지요. 꽃잎 분분하던 그 봄날… 벛꽃은 화사하고 우리의 슬픔은 깊었지요.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여러 얼굴들 중에 팔순의 김정순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샛강센터 옆 데크 입구에서 작은 손간판을 들고 서서 “샛강을 지켜주세요.”라고 길가던 행인들에게 작은 목소리로 반복하시던 선생님… 선생님.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아침마다 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며 1인 시위를 이어가던 한강애인들, 점심이면 샛강으로 몰려와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오후에는 자원봉사를 하러 나갔죠. 언론에 기고를 하고 정치인을 만나고 서명에 동참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내어 수시로 샛강에 와주셨습니다. 힘내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6월이 되어 한강조합은 짐을 싸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샛강시민들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건물이 단단히 잠기고 공공보안관들이 엄격하게 출입을 막았을 때는 샛강숲에서 모였습니다. 벌에 쏘이면서 생태교란종을 걷어내고 여의교 아래 꽃을 심었습니다. 수달의 안위를 살피고 겨울 새들을 먹였습니다.
한강조합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언론으로 알리고 법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에겐 한강애인들이 계셨으니까요.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필귀정. 끝내 진실이 이길 거라고 믿었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이길 자가 없다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재판 결과는 좋지 않았고, 한강조합에 이어 샛강시민들마저 샛강센터에서 밀려났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싸움은 진 것일까요?
# 경이와 기적의 나날들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파면 선고의 역사적인 날, 샛강센터에서는 봄향기 가득한 보리비빔밥과 새우미나리전, 계란말이와 갖가지 과일들이 차려졌습니다. 공익활동가를 위한 식탁 ‘공탁’이 샛강에 왔거든요.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수십 명의 한강애인들이 대접받았습니다. 선의의 편에서 잘 싸워달라는 응원이라고 여겼습니다. 서로 더 먹으라고 권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든든하고 즐거웠던지요.
한숨과 눈물, 고통과 슬픔의 시간이 어느덧 감동과 기쁨, 사랑과 경이로움의 시간으로 마법처럼 변해갔습니다. 허둥지둥 일을 하다가 다치면서도 꿋꿋한 미소를 잃지 않던 정민샘, 그래도 제일 힘들지요? 하며 조용히 말을 건네주던 지연과장님, 한강과 마찬가지로 생태공원을 잃어 절망 가득하면서도 연대의 마음으로 달려와주던 녹색미래 이정희 처장님과 활동가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알리겠다고 분주하셨던 임설희 선생님,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를 만날 기회라고 하자 하루 만에 몰려오신 스무 분의 한강애인들, 인문학 강의를 계속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던 김영 고문님과 시민들과 대화하라고 조언하던 송경용 신부님…
샛강 디아스포라의 지난 1년은 시련이 시간이 아니라 발견의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곁에 이토록 귀한 한강애인들이 계시다는 발견, 한강을 좋아하고 열고 성을 다하는 멋진 동료들이 있다는 감사, 그리고 사랑이 끝내 이긴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어 어느덧 세 달 가까이 흘렀습니다. 올해도 샛강에 매화가 피고 작년에 이어 왜가리들이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요즘 샛강시민들은 왜가리들의 포란을 지켜보느라 온통 흥분하고 있지요.) 샛강만이 아닙니다. 작년에 우리 한강은 중랑천과 진천 미호강, 고양, 파주와 여주 등지에서 강을 돌보고 배우는 일에 더 열심이었습니다. 그 덕에 이 봄이 더욱 분주합니다. 디아스포라의 상실이 아니라 노마드의 자유로움으로 강의 곳곳에 스며들어 지역의 시민들과 손을 잡고 강을 가꾸고 공동체를 일구고 있습니다.
막다른 모퉁이를 돌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고 했던가요? 작년 잘 버텨냈던 한강의 앞날이 그런 것 같습니다. 새롭고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건 거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한강애인님들이 같이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음 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 감사의 큰절을 올립니다. 모든 게 한강애인님들 덕분입니다.
올해도 한강은 곳곳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웃음과 행복의 물길을 퍼올리겠습니다. 부디 오래오래 한강 곁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한강 총회를 앞두고
2026.03.18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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