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이 산 저 산, 이 숲 저 숲, 이 강 저 강에 꽃이 피어납니다. 사철가 노랫말처럼 은미씨의 한강편지 343 💌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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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사철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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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이 산 저 산, 이 숲 저 숲, 이 강 저 강에 꽃이 피어납니다. 사철가 노랫말처럼 분명코 봄이로군요. 겨울이 어제였나 싶은데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눈을 맞추고 바라보기도 바쁘네요. 온 세상에 피어나는 꽃들에 일일이 눈맞춤하고 싶어 황홀하면서도 허둥대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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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꽃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제주도 중산간에서 자라며 들에 피는 꽃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자라서 그런가봐요. 2월 아직 쌀쌀한 공기 속에서 조금씩 볕이 녹아내릴 때 피어나던 작은 수선화들, 여린 꽃대를 밀고 올라와 담장 아래 수굿이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쭈그리고 앉아 한참 보았죠. 우리집 옆에는 돌담에 기대어 자라는 동백나무가 하나 있는데 꽃을 많이 피우지는 않았어요. 매해마다 얼마나 피나 살폈죠.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동백꽃 하나를 따서 꿀을 빨아먹기도 하고, 봉우리째 꺾어 와서 사이다 병에 물을 채워 책상 위에 올려두곤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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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이 오면 잔풀 사이로 돋아난 제비꽃을 좋아했어요. 양지바른 잔디밭에 엎드려 보고 또 보다가 짧은 낮잠에 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본격 농사철이 되면 꽃 구경은 잠시 접고 농사일을 도왔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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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여름 저녁 동네 골목 낮은 담장 위로 피어나는 능소화. 노을처럼 발그레한 선홍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능소화. 강변북로를 달릴 때면 길가에 수백 수천 송이가 피어 마치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 같은 능소화. 여름비가 내리고 나면 시름에 젖은 연인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는 능소화. 사랑하다가 슬픔에 젖어 죽은 소녀의 전설이 깃든 능소화, 그리고 선생님의 자연 이름도 능소화였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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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은퇴하시고는 샛강에 오셨죠. 샛강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맑은 눈, 또랑또랑하던 목소리. 능소화 꽃처럼 붉은 기가 도는 뺨을 가지신 선생님이 수업하시던 모습이 선연해요. 알기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하셔서 아이들은 잘 집중했죠. 그런 선생님께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믿기지 않더군요. 작년에 샛강을 잃고 나니 선생님께 수업을 청할 기회도 없고, 간혹 “언제 다시 보아요.” 인사만 나누었지요. 그마저도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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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곳 하늘나라에도 능소화 넝쿨이 위로 뻗으며 피어나는지요? 올해도 여름이 다가오면 샛강 문화다리 부근에서 능소화가 피어나겠지요. 능소화는 내내 얼굴을 들고 하늘 어디쯤 계신 당신을 그리워할까요… 선생님, 그동안 샛강에서 보여주신 헌신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한강 파티에서 플리마켓을 열었을 때 외국 여행에서 사온 튼튼하고 좋은 가방들을 가져다주셨지요. 저도 하나 간직하고 있어요. 가방을 쓸 때마다 선생님 떠오를 거예요. 이제는 고통이 없는 그곳에서 평안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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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샛강 산책로 매화나무 몰려온 직박구리 꽃잎에 고개 처박고 꿀 빨기 삼매경에 나뭇가지 흔들리니 꽃비가 내리네요^^ (정지환 <샛강 꽃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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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강애인들의 마음에도 꽃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심고 키우는 꽃들도 더러 있고, 자연이 알아서 키워주는 꽃들은 훨씬 더 많지요. 샛강에서는 샛강시민들께서 연일 꽃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샛강의 매일매일을 전해주시는 정지환 국장님은 ‘샛강 꽃비’라는 시 같은 글을 올려주셨어요. 샛강을 도통 가보지 못하는 제가 미선나무 꽃이 피었냐고 물으니 정순 큰어머니께서 한달음에 나가셔서 미선나무 꽃을 보내주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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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며 진천을 날아다니며 열일 하는 염키호테 대표님도 손수 심은 수선화 소식을, 여강의 생명들을 살피는 김영경 운영위원장님은 여강 노루귀를, 중랑천 이영원 운영위원장님은 히아신스, 튤립, 그리고 명자나무 꽃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한강애인들 한 분 한 분, 모두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전부 들려드리려면 천일야화처럼 매일 이야기를 해야 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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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강은 2026 대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대의원 100명 중에서 59명을 비롯해 대의원이 아닌 조합원님들, 활동가들 해서 80여명이 전국에서 왔어요. 한강 행사가 언제나 그러듯이 내내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25년 샛강 디아스포라 시련을 거치며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한강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6년 한강은 중랑천, 진천, 여주, 고양, 파주, 그리고 7개의 강마을들과 손잡고 힘차게 일할 것입니다.’ (은미씨의 총회 후기 글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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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화요일 저녁에 한강 총회가 열렸습니다. 감사와 감동이 가득한 행사였어요. 새해 들어 우리 활동가들은 총회 준비에 매진해왔는데 잘 마치고 나니 이제 맘껏 펼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이 잘 자라도록 돌봐야 하고, 나무들이 불편한 게 없는지 살펴야 해요. 하천에 묵은 쓰레기들은 지난 하천대청소로 한차례 잘 걷어냈지만 계속 깨끗한 강을 위하여 힘써야 하죠. 곳곳에서 열리는 자연학교와 유람단과 같은 강문화, 한강살롱도 착착 준비해야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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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장미 한 송이를 아침저녁으로 돌보며 자신의 별에서 살았죠. 우리 한강애인들도 각자의 꽃을 키우는 지구별의 어린 왕자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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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곁의 꽃 한송이에 얼굴을 묻고 향기에 킁킁거려 보세요. 생동거리는 봄이, 생명의 기쁨이 강물처럼 번질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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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피어나는 일상 가꾸시길 바라며 2026.03.26 한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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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력은 3월이 아닌 4월로 넘기면 신청 가능한 프로그램이 노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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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43 💌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사철가’ 중에서)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이 산 저 산, 이 숲 저 숲, 이 강 저 강에 꽃이 피어납니다. 사철가 노랫말처럼 분명코 봄이로군요. 겨울이 어제였나 싶은데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눈을 맞추고 바라보기도 바쁘네요. 온 세상에 피어나는 꽃들에 일일이 눈맞춤하고 싶어 황홀하면서도 허둥대기도 합니다.
저는 꽃을 참 좋아합니다.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제주도 중산간에서 자라며 들에 피는 꽃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자라서 그런가봐요. 2월 아직 쌀쌀한 공기 속에서 조금씩 볕이 녹아내릴 때 피어나던 작은 수선화들, 여린 꽃대를 밀고 올라와 담장 아래 수굿이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쭈그리고 앉아 한참 보았죠. 우리집 옆에는 돌담에 기대어 자라는 동백나무가 하나 있는데 꽃을 많이 피우지는 않았어요. 매해마다 얼마나 피나 살폈죠.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동백꽃 하나를 따서 꿀을 빨아먹기도 하고, 봉우리째 꺾어 와서 사이다 병에 물을 채워 책상 위에 올려두곤 했어요.
바야흐로 봄이 오면 잔풀 사이로 돋아난 제비꽃을 좋아했어요. 양지바른 잔디밭에 엎드려 보고 또 보다가 짧은 낮잠에 들기도 했어요. 그러다 본격 농사철이 되면 꽃 구경은 잠시 접고 농사일을 도왔죠.
# 능소화에게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여름 저녁 동네 골목 낮은 담장 위로 피어나는 능소화. 노을처럼 발그레한 선홍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능소화. 강변북로를 달릴 때면 길가에 수백 수천 송이가 피어 마치 손을 흔들어주는 것만 같은 능소화. 여름비가 내리고 나면 시름에 젖은 연인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는 능소화. 사랑하다가 슬픔에 젖어 죽은 소녀의 전설이 깃든 능소화, 그리고 선생님의 자연 이름도 능소화였죠.
능소화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평생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은퇴하시고는 샛강에 오셨죠. 샛강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맑은 눈, 또랑또랑하던 목소리. 능소화 꽃처럼 붉은 기가 도는 뺨을 가지신 선생님이 수업하시던 모습이 선연해요. 알기 쉽고 재미있게 수업을 하셔서 아이들은 잘 집중했죠. 그런 선생님께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믿기지 않더군요. 작년에 샛강을 잃고 나니 선생님께 수업을 청할 기회도 없고, 간혹 “언제 다시 보아요.” 인사만 나누었지요. 그마저도 가을과 겨울을 지나며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셨군요.
선생님. 그곳 하늘나라에도 능소화 넝쿨이 위로 뻗으며 피어나는지요? 올해도 여름이 다가오면 샛강 문화다리 부근에서 능소화가 피어나겠지요. 능소화는 내내 얼굴을 들고 하늘 어디쯤 계신 당신을 그리워할까요… 선생님, 그동안 샛강에서 보여주신 헌신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한강 파티에서 플리마켓을 열었을 때 외국 여행에서 사온 튼튼하고 좋은 가방들을 가져다주셨지요. 저도 하나 간직하고 있어요. 가방을 쓸 때마다 선생님 떠오를 거예요. 이제는 고통이 없는 그곳에서 평안하세요.
# 지환과 샛강 매화
오늘 아침
샛강 산책로 매화나무
몰려온 직박구리
꽃잎에 고개 처박고
꿀 빨기 삼매경에
나뭇가지 흔들리니
꽃비가 내리네요^^
(정지환 <샛강 꽃비>)
우리 한강애인들의 마음에도 꽃이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심고 키우는 꽃들도 더러 있고, 자연이 알아서 키워주는 꽃들은 훨씬 더 많지요. 샛강에서는 샛강시민들께서 연일 꽃 소식을 전해주십니다. 샛강의 매일매일을 전해주시는 정지환 국장님은 ‘샛강 꽃비’라는 시 같은 글을 올려주셨어요. 샛강을 도통 가보지 못하는 제가 미선나무 꽃이 피었냐고 물으니 정순 큰어머니께서 한달음에 나가셔서 미선나무 꽃을 보내주셨어요.
파주며 진천을 날아다니며 열일 하는 염키호테 대표님도 손수 심은 수선화 소식을, 여강의 생명들을 살피는 김영경 운영위원장님은 여강 노루귀를, 중랑천 이영원 운영위원장님은 히아신스, 튤립, 그리고 명자나무 꽃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꽃 한 송이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운 한강애인들 한 분 한 분, 모두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전부 들려드리려면 천일야화처럼 매일 이야기를 해야 할 거예요.
# 한강애인이라는 어린 왕자들
‘어제 한강은 2026 대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대의원 100명 중에서 59명을 비롯해 대의원이 아닌 조합원님들, 활동가들 해서 80여명이 전국에서 왔어요. 한강 행사가 언제나 그러듯이 내내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25년 샛강 디아스포라 시련을 거치며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한강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26년 한강은 중랑천, 진천, 여주, 고양, 파주, 그리고 7개의 강마을들과 손잡고 힘차게 일할 것입니다.’
(은미씨의 총회 후기 글 부분)
그제 화요일 저녁에 한강 총회가 열렸습니다. 감사와 감동이 가득한 행사였어요. 새해 들어 우리 활동가들은 총회 준비에 매진해왔는데 잘 마치고 나니 이제 맘껏 펼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이 잘 자라도록 돌봐야 하고, 나무들이 불편한 게 없는지 살펴야 해요. 하천에 묵은 쓰레기들은 지난 하천대청소로 한차례 잘 걷어냈지만 계속 깨끗한 강을 위하여 힘써야 하죠. 곳곳에서 열리는 자연학교와 유람단과 같은 강문화, 한강살롱도 착착 준비해야 하죠.
어린 왕자는 장미 한 송이를 아침저녁으로 돌보며 자신의 별에서 살았죠. 우리 한강애인들도 각자의 꽃을 키우는 지구별의 어린 왕자들입니다.
오늘은 우리 곁의 꽃 한송이에 얼굴을 묻고 향기에 킁킁거려 보세요. 생동거리는 봄이, 생명의 기쁨이 강물처럼 번질 거예요.
꽃처럼 피어나는 일상 가꾸시길 바라며
202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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