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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44 💌 너구리 왜가리 샛강가리

2026-04-03
조회수 105
너구리군. 안녕. 반가워. 네가 그러니까 말로만 듣던 너구리군.

은미씨의 한강편지 344 💌 너구리 왜가리 샛강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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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군

안녕반가워

네가 그러니까 말로만 듣던 너구리군

처음 너구리에 대해 생각한 건 폼포코 너구리였지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산을 지키려고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했던 너구리들 말이야결국 개발 때문에 평화롭던 너구리들의 숲은 파괴되고 일부는 인간으로 변신하여 살아갔다지

두번째 너구리는 샛강 너구리였어몇 년 전에 샛강 팀장으로 일하게 되면서 아예 샛강 인근으로 이사까지 온 선영이 너구리 일가를 봤다고 해엄마 너구리가 아가들을 데리고 윤중로 아래 샛강으로 이어지는 계단 참을 지나고 있었다지코 앞에 있었는데 너구리들도 놀랐는지 금새 사라졌다지핸드폰을 꺼내 기념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말이야이후 나도 샛강 숲길을 걸을 때면 수달은 아니라도 너구리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구석을 살피는 버릇이 생겼지

장항습지의 배고픈 너구리들도 몇 번 사진으로 보았지우리가 장항습지에서 한창 일하던 때였어당시 박평수 고양지부장님은 장항습지 생태보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했지야생화된 들개들을 포획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포획틀을 설치한 적이 있었지먹음직한 미끼를 두고 틀을 설치해두면 배가 고파서 어슬렁 들어오는 건 너구리들이었지어느 오후나 저녁너구리는 습지 여기저기 다니다가 냄새에 끌려왔을 거야그리고는 덜컹 닫힌 포획틀 안에서 밤을 지내며 어안이 벙벙했을 거야아침 일찍 장항습지에 온 평수가 문을 열어주면 슬그머니 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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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중랑천 모니터링 카메라에 촬영된 너구리.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다.

너희들 너구리는 한강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지한강공원을 지나다 보면 너구리를 조심하세요.” 표지판도 보이더라얼마 전에 샛강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그곳에도 너구리 표지판이 있더군중랑천에도 물론 있지살곶이다리 인근에서도 너구리 조심 안내판을 보았지그리고 우리가 중랑천에서 활동을 시작한 2023년 봄첫 센서 카메라에도 수달 가족과 더불어 너구리 부부도 찍힌 적이 있어

나도 중랑천 주민 

지난 토요일 응봉산에 올랐지산이라고 해야 야트막한 언덕 같았지어느 날 성동교를 건너다가 현수막을 봤어응봉산에서 개나리축제가 열린다고 말이야꽃이 한창일 때는 꽃을 한껏 보자고 마음먹었지그래서 흐드러진 개나리와 사람들의 미소가 윤슬처럼 빛나던 환한 응봉산을 둘러보고 내친 김에 우리가 일하는 중랑천까지 걸어왔지

한강 금호 나들목을 지나는데 거위집을 보았지그 유명한 성동 중랑천 거위 부부를 위한 집 말이야정원오 후보님이 예전에 성동구청장 시절 SNS에 소개하기도 해서 인기가 더 높아졌지나도 한 번쯤 거위를 보고 싶어 주변을 살폈는데 마실 나갔는지 없더라그런데 응봉역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니 거위집이 또 있더라. (부럽더군난 집이 한 채도 없는데거위 부부는 성동구의 배려로 1가구 2주택자더군.) 거위 부부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서 그들이 이동하니까 집을 하나 더 지어줬나 보다 짐작했지곳곳에는 거위를 위한 안내판이 있었어또 커다란 현수막이 있었는데 이렇게 써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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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만지거나 위협하지 마세요… 저도 감정이 있어요으로만 봐주세요저도 중랑천 주민입니다. (!)” 

거위 부부는 이름도 있더라성동이 그리고 사랑이이렇게 이름까지 있는 중랑천 주민이니 사람들이 함부로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그에 비하면 너구리 너희들은 좀 찬밥 신세 같아서 마음이 짠하기도 해누구는 수달로 태어나고 누구는 원앙으로 태어나고 누구는 너구리로 태어났을 뿐인데그리고 열악한 한강 자연 속에서도 꿋꿋이 자식 키우며 살아갈 뿐인데도 괜히 미워하는 사람들도 있지

아무튼 나는 너를 한참 바라보았지너는 내가 보건 말건 한자리에 가만히 있더라어디가 그렇게 가려운지 몸을 벅벅 긁느라 여념이 없었지. (효자손이라도 하나 선물해주고 싶더군.) 중랑천에 주말 데이트를 나온 젊은 커플이 다가와 감탄하며 너를 찍었지내가 아는 체를 했어너구리랍니다중랑천에 살죠어머 귀엽다그들은 너를 계속 핸드폰에 담고 또 바라보았지아마 그들 인스타그램에 올라갔을 거야. “중랑천에서 만난 너구리벅벅 긁어대는 너구리졸귀(?)” 그랬을까

왜가리, 너의 이름은 

성동이와 사랑이 거위 부부는 같은 날 저녁에 볼 수 있었지독서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중랑천을 걸어서 옥수역까지 갔거든사방에 꽃도 많이 피고 배도 불러서 마냥 걷고 싶었지그렇게 걷다 보니 드디어 거위 부부를 만난 거야다가가서 보니 표정이 도도하다고 느껴졌지사랑받는 존재들의 자신감 같은 걸까나는 그렇게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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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샛강 어귀에 와서 살고 있는 집오리 부부가 있지작년 초 즈음이었나하여간 1년도 더 되었지이들 부부도 샛강에서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지샛강시민들의 사랑도 듬뿍 받으면서 지내지한 번은 한나절 안 보이니까 샛강시민 단톡방에서 난리가 나기도 했지오리들의 행방을 찾느라 말이야당시 나도 별별 상상을 다 했지어느 못된 인간이 오리를 먹으려고 잡아갔나 하는 상상까지 하니 좀 끔찍했지나중에 알을 지키느라 그런 것 같다고 샛강지기들이 알아내서 안도했지이렇게 당당한 샛강 주민이 된 오리 부부에게 이름을 지어주자는 논의가 있기도 했지만 말만 나오다 말았지

나는 지금도 가끔 샛강 오리 부부 이름을 지어보곤 해심지어 어제도 그랬지샛강에 사는 오리니까 새덕’ ‘강덕’ 이라면 어떨까 곰곰 생각했지. (은덕언니어떤 것 같아?) 

김정순 큰어머니정성후 선생님정지환 국장님최종인 대장님최병언 박사님 등등 샛강지기들은 지난 달부터 왜가리들의 사생활을 지켜보느라 바쁘지작년에 이어 올해도 왜가리들이 포란을 하는데올해는 무려 두 부부가 가족을 이뤄 알을 품고 있지샛강문화다리 위에 필드스코프를 놓고 몇 시간이고 왜가리들을 살피는 샛강시민들이 오히려 경이로울 지경이야무탈하게 포란이 성공하고 아가들이 짹짹 삐악삐악 왝왝 (이게 왜가리 울음소리야.) 잘 태어나 자라길 바라지이들은 마치 두 왜가리 부부의 포란을 스포츠대회처럼 관망하면서 응원전을 펼치는 것 같아그래서 샛강지기 단톡방에 나는 이렇게 올렸지이름을 좀 지어주면 어떨까요그러자 샛강을 조성하는데 참여하고 샛강의 역사를 함께 했던 샛강의 전설’ 최병언 박사님이 이렇게 즉석에서 왜가리 이름을 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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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샛강 왜가리 번식모니터링 관찰일지의 일부. ⓒ박경화

우리가리

다시가리

함께가리

샛강가리

뽕가리(뽕나무 집)

돌아가리

하하하 웃으면서도 나는 어쩐지 눈물이 핑 돌았지어느새 샛강 디아스포라 1 1년 동안 샛강시민들은 샛강을 지키려고 눈물과 땀을 쏟았지최박사님의 왜가리 이름을 합해 보면 이런 문장이 되지.

우리 다시 함께 샛강으로 뽕 돌아가리.” 

너구리도 왜가리도 그리고 샛강 돌아가리를 꿈꾸는 샛강지기들도 모두 응원해환하게 피어나는 꽃들도 너희 모두를 축복해그리고 사랑해

2026.04.02 

한강 드림 


프로그램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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