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날이었어요. 투명한 햇살이 살랑거리는 바람 사이로 흘렀죠. 파란 하늘 높이 뭉게구름과 푸른 나무
은미씨의 한강편지 350 💌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투명한 햇살이 살랑거리는 바람 사이로 흘렀죠. 파란 하늘 높이 뭉게구름과 푸른 나무들의 음영, 각양각색으로 피어난 꽃들이 우리 발길을 이끌었죠. 참 날씨 좋다. 정말 좋아요. 너무 좋은데? 함께 오니까 더 좋다.
우리는 연거푸 그런 말들을 했죠. 우리는 함께 서울숲으로 갔어요.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었거든요. 모처럼 짬을 냈어요. 지난 몇 달 내내 총회다 결산이다 정신없이 바빴던 지연과 정원, 선영과 고은도 다같이 갈 수 있었죠. 병언과 형철, 권식과 영원, 정희도 함께 걸었죠. 꽃과 나무 이름을 알아보고 불두화 꽃송이를 만져보고 장미 곁으로 가서 킁킁 향을 맡아보고 노랑꽃창포 사이로 흐르는 물을 지나고 오가는 이들의 느긋한 표정도 살폈죠. 그간 알게 모르게 긴장하던 일들, 마음 무겁던 일들도 어느새 떨어지는 꽃잎 따라 바람결 따라 흘러갔어요.
숲을 나와서는 다같이 치맥 같은 걸 먹기로 했죠. 시원했지만 좀 싱거운 듯한 생맥주를 마시고 너무 심하게 튀겨 딱딱해진 닭튀김과 감자튀김 같은 걸 안주로 먹었어요. “여긴 모든 음식을 ‘well done’으로 해냈군요. 스테이크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는 투덜대면서도 안주를 곁들여 맥주를 마셨어요. 다정한 이들이 있으니까, 그냥 좋았죠. 겨우 생맥주 한 잔씩 먹었을 뿐인데 몇몇은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랐죠. 물론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생일 케익에 와인 한 잔을 먹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최박사님이 이태리 와인을 한 병 들고 왔거든요.
맛은 별로였지만 남기기 아까워서 안주를 잔뜩 먹었죠. (닭튀김 껍질은 과자처럼 딱딱하고 감자튀김은 질기더군요!) 그리고 배가 부르니까 또 걸었죠. 이번에는 중랑천을 따라 걸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염키호테 대표님과 함께 걸었죠. 걷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죠.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하고 계속 까다롭게 질질 끄는 어느 기관 얘기, 새로 제안할 사업들, 만나야 할 사람들, 그리고 선거와 주변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이야기는 확장되고 두서없다가도 다시 한강의 활동과 사업 이야기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죠. 그 와중에도 그는 예쁜 꽃이나 풀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우리도 중랑천에 이걸 심어야겠다.” 중얼거리죠.
# 다정한 한강애인님들과
요즘 제 마음에 맴도는 단어는 ‘다정’입니다. 우리 한강애인님들이나 샛강지기님들을 보면 다정함이란 저런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제는 잘 자라서 둥지를 떠난 왜가리들을 생각하는 정순 샘의 마음, 두물머리에 사는 오리 부부가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데 뭘 도와줘야 하나 싶어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샛강지기님도 있더군요.
왜가리를 품었던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오리 부부. ⓒ고정순
다정함은 새들도 마찬가지더군요. 두물머리 오리 부부 사진을 봤죠. 알을 품는지 암컷이 내내 둥지에 앉아 있을 때 수컷은 곁에 서서 지키고 있더군요.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괜히 뭉클해서 눈물이 날 것도 같았죠. (제가 갱년기가 가까워서 그럴지도 몰라요.)
다정은 사랑이란 말과 다름없죠. 한강의 일을 잘 해내는 게 녹록치 않지만 다정한 마음들이 받쳐주니까 이렇게 잘 살아갑니다. 오늘도 그랬어요. 얼마전에 우리가 개설한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이 있는데 모금액이 저조했어요. 그래서 제가 십시일반 몇 천 원이라도 기부해주십사 부탁하는 카톡을 올렸거든요. 그러자 이내 동참했다는 한강애인님들의 답글이 주루룩 달렸어요.
“기부했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ㅎ
늘 한강조합을 응원합니다.”
“저도 했습니다. ㅎㅎ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비밀로 하고 싶네요. ㅎㅎ”
“십시일반…좋아요. 🤩”
“묻지마 한강.
한강조합이 하는 일이라면
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장석주 시인과 박연준 시인 부부가 함께 쓴 책이라고 해요. 저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이 문장을 찬찬히 보세요. ‘우리’라는 함께함, ‘서로’라는 바라봄과 기척, ‘조심하라고’라는 챙김과 염려, ‘걸었다’라는 곁에서 같이 살아감, 그리고 적당한 두 사람의 거리…
어제 서울숲을 걸으며, 이 책 제목을 떠올렸어요. 한강의 동료들이 저에게는 이처럼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같이 걸어가는 다정한 분들이죠. 몇 천원씩 기부 좀 해주세요 하는 말에 금방 몇 만원씩 보내준 샛강지기님들도 마찬가지죠.
ⓒ최종인
이 편지를 마무리하는 지금, 최종인 대표님이 중랑천 ‘기적’ 소식이라며 사진을 올려주셨어요. 지난 편지에 소개한 수달하트섬, 그곳에 엄마수달과 아들수달이 포착되었어요. 아들은 마마보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컸는데도 엄마 곁에서 같이 뭔가를 먹고 있어요. (어버이날이라고 엄마를 보러 왔을까요? ^^) 이런 게 기적이죠. 우리가 만든 작고 작은 하트섬에 실제로 수달이 와서 엄마와 새끼가 같이 살아간다는 것. 그들이 서로 다정하게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은미씨의 한강편지 350 💌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아름다운 날이었어요.
투명한 햇살이 살랑거리는 바람 사이로 흘렀죠. 파란 하늘 높이 뭉게구름과 푸른 나무들의 음영, 각양각색으로 피어난 꽃들이 우리 발길을 이끌었죠. 참 날씨 좋다. 정말 좋아요. 너무 좋은데? 함께 오니까 더 좋다.
우리는 연거푸 그런 말들을 했죠. 우리는 함께 서울숲으로 갔어요.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었거든요. 모처럼 짬을 냈어요. 지난 몇 달 내내 총회다 결산이다 정신없이 바빴던 지연과 정원, 선영과 고은도 다같이 갈 수 있었죠. 병언과 형철, 권식과 영원, 정희도 함께 걸었죠. 꽃과 나무 이름을 알아보고 불두화 꽃송이를 만져보고 장미 곁으로 가서 킁킁 향을 맡아보고 노랑꽃창포 사이로 흐르는 물을 지나고 오가는 이들의 느긋한 표정도 살폈죠. 그간 알게 모르게 긴장하던 일들, 마음 무겁던 일들도 어느새 떨어지는 꽃잎 따라 바람결 따라 흘러갔어요.
숲을 나와서는 다같이 치맥 같은 걸 먹기로 했죠. 시원했지만 좀 싱거운 듯한 생맥주를 마시고 너무 심하게 튀겨 딱딱해진 닭튀김과 감자튀김 같은 걸 안주로 먹었어요. “여긴 모든 음식을 ‘well done’으로 해냈군요. 스테이크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는 투덜대면서도 안주를 곁들여 맥주를 마셨어요. 다정한 이들이 있으니까, 그냥 좋았죠. 겨우 생맥주 한 잔씩 먹었을 뿐인데 몇몇은 얼굴이 불콰하게 달아올랐죠. 물론 사무실을 나서기 전에 생일 케익에 와인 한 잔을 먹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최박사님이 이태리 와인을 한 병 들고 왔거든요.
맛은 별로였지만 남기기 아까워서 안주를 잔뜩 먹었죠. (닭튀김 껍질은 과자처럼 딱딱하고 감자튀김은 질기더군요!) 그리고 배가 부르니까 또 걸었죠. 이번에는 중랑천을 따라 걸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염키호테 대표님과 함께 걸었죠. 걷다 보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죠. 사업을 같이 하기로 하고 계속 까다롭게 질질 끄는 어느 기관 얘기, 새로 제안할 사업들, 만나야 할 사람들, 그리고 선거와 주변 사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이렇게 이야기는 확장되고 두서없다가도 다시 한강의 활동과 사업 이야기로 도돌이표처럼 돌아오죠. 그 와중에도 그는 예쁜 꽃이나 풀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우리도 중랑천에 이걸 심어야겠다.” 중얼거리죠.
# 다정한 한강애인님들과
요즘 제 마음에 맴도는 단어는 ‘다정’입니다. 우리 한강애인님들이나 샛강지기님들을 보면 다정함이란 저런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제는 잘 자라서 둥지를 떠난 왜가리들을 생각하는 정순 샘의 마음, 두물머리에 사는 오리 부부가 둥지를 짓고 알을 품는데 뭘 도와줘야 하나 싶어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샛강지기님도 있더군요.
다정함은 새들도 마찬가지더군요. 두물머리 오리 부부 사진을 봤죠. 알을 품는지 암컷이 내내 둥지에 앉아 있을 때 수컷은 곁에 서서 지키고 있더군요.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 괜히 뭉클해서 눈물이 날 것도 같았죠. (제가 갱년기가 가까워서 그럴지도 몰라요.)
다정은 사랑이란 말과 다름없죠. 한강의 일을 잘 해내는 게 녹록치 않지만 다정한 마음들이 받쳐주니까 이렇게 잘 살아갑니다. 오늘도 그랬어요. 얼마전에 우리가 개설한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함이 있는데 모금액이 저조했어요. 그래서 제가 십시일반 몇 천 원이라도 기부해주십사 부탁하는 카톡을 올렸거든요. 그러자 이내 동참했다는 한강애인님들의 답글이 주루룩 달렸어요.
“기부했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ㅎ
늘 한강조합을 응원합니다.”
“저도 했습니다. ㅎㅎ
기분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비밀로 하고 싶네요. ㅎㅎ”
“십시일반…좋아요. 🤩”
“묻지마 한강.
한강조합이 하는 일이라면
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장석주 시인과 박연준 시인 부부가 함께 쓴 책이라고 해요. 저는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이 문장을 찬찬히 보세요. ‘우리’라는 함께함, ‘서로’라는 바라봄과 기척, ‘조심하라고’라는 챙김과 염려, ‘걸었다’라는 곁에서 같이 살아감, 그리고 적당한 두 사람의 거리…
어제 서울숲을 걸으며, 이 책 제목을 떠올렸어요. 한강의 동료들이 저에게는 이처럼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같이 걸어가는 다정한 분들이죠. 몇 천원씩 기부 좀 해주세요 하는 말에 금방 몇 만원씩 보내준 샛강지기님들도 마찬가지죠.
이 편지를 마무리하는 지금, 최종인 대표님이 중랑천 ‘기적’ 소식이라며 사진을 올려주셨어요. 지난 편지에 소개한 수달하트섬, 그곳에 엄마수달과 아들수달이 포착되었어요. 아들은 마마보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컸는데도 엄마 곁에서 같이 뭔가를 먹고 있어요. (어버이날이라고 엄마를 보러 왔을까요? ^^) 이런 게 기적이죠. 우리가 만든 작고 작은 하트섬에 실제로 수달이 와서 엄마와 새끼가 같이 살아간다는 것. 그들이 서로 다정하게 돌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우리 다정하게 걸어요.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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