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
은미씨의 한강편지 352 💌 긴긴밤, 수달과 래영
ⓒ김래영
“노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루리 <긴긴밤> 문학동네. P98-99)
지난 달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동행 친구회 분들과 함께한 근사한 여행이었죠. (동행 친구회란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을 든든히 밀어주는 후원모임이랍니다.) 이 여행에서 책도 한 권 선물받았지 뭐예요.
이 여행의 실무를 맡은 활동가들 필준과 다혜님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고 선물로 나누는 거죠. 저는 그 중에서 다혜님이 준비한 동화책 <긴긴밤>을 선물받았답니다. 추천의 글도 아름다워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해요.
‘모든 것이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어떻게 붙들며 살아가는지를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서로의 곁이 되어 파란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연대, 그리고 살아간다는 일의 존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이 책을 계속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어요. 그러던 것을 어제밤에야 읽었네요. (테이블에는 언제나 “나를 읽어요!” 아우성치는 책들이 몇 권씩 있어요.) 마침 시내에서 독서모임도 하고 온 날이었고 오래 산책을 해서 피곤한 밤이었죠. 하지만 읽기를 멈출 수가 없더군요. 다음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안타까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어요.
문학이란 게 그래요. 이야기가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등장인물 (이 동화의 경우는 등장동물이군요.)들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여 같이 웃고 울죠.
이 책 <긴긴밤>을 읽으면서 처음엔 작가를 원망했어요. 아니 왜 노든에게 자꾸만 불행을 주나 싶었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와 귀여운 딸이 어느 날 밤에 사냥꾼들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하지 않나, 동물원에서 만나 정이 든 코뿔소 앙가부도 죽고, 또 펭귄 치쿠도 죽고… 동화인데 불행은 조금만 겪게 하고, 주인공들은 잘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많이 놀랐을 거예요. 또 미안하기도 했겠죠. 그가 풀을 벤 곳은 환경교육센터 마당이었어요. 아이들이 놀기 좋게 풀을 깎아주고 싶었죠. 그런데 거기 까투리가 알을 낳고 품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염형철
부랴부랴 금줄을 치고 풀을 엉성하게 덮어서 나름 복구와 보호를 하고 물러났어요. 퇴근하고 나서도 그는 온통 까투리와 꿩알 생각뿐이었어요. 다시 돌아올까? 돌아와야 할텐데… 만약에 안 온다면 꿩알은 어쩌지? 인공부화를 시켜야 하나? 그는 정민에게 전화했대요. 마당에 나가서 까투리가 돌아왔는지 봐달라고. 하지만 정민은 찾지 못했어요. 엄마의 온기가 필요한 꿩알들을 생각하며 그는 종종거렸죠. 때마침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 래영과 수달
그제 래영 님은 수달을 직접 보았대요.
혼자 탄천을 거닐다가 코앞에서 보았나 봐요. 유유히 멱을 감는 수달을 보며 물 안이 시원할 것 같아 부러운 생각도 들었대요. (요즘 무척 더웠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우리 한강조합은 창립 때부터 이제까지 수달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우리는 수달 한 번 직접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 생각도 들죠. 수달은 대체로 밤에 돌아다니니까요. 한 번은 정희는 중랑천 생추어리에서 대낮에 수달이 지나가는 걸 코앞에서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증거 사진이 없으니까 우리는 반신반의했어요.
탄천에서 목격된 수달(의 귀한 컬러 사진) ⓒ김래영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오늘은 수달의 날이랍니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라 절대적으로 보호가 필요하죠. 우리는 수달집을 짓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강을 청소하며 수달이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을 해요. 그 덕에 수달들이 여러 마리씩 강의 곳곳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수달은 로드킬의 위험에 노출되고 어느 수달은 잘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인간의 개발로 인해 사라지기도 해요.
<긴긴밤> 동화 속 코뿔소 노든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들 때문에 가족을 잃고 다치기도 해요. 우리 인간들은 동물들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때로 함부로 하죠. 하지만 자식을 돌보거나 사랑하는 일에는 때로 인간보다 더 지극하여 놀라움과 감동을 주죠… 코뿔소든 꿩이든 왜가리든 수달이든 다들 그렇더라고요.
세계수달의날을 맞으며,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생각합니다. 그들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그들 나름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겠어요.
은미씨의 한강편지 352 💌 긴긴밤, 수달과 래영
“노든, 나는 누구예요?”
“너는 너지.”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
(루리 <긴긴밤> 문학동네. P98-99)
지난 달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동행 친구회 분들과 함께한 근사한 여행이었죠. (동행 친구회란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을 든든히 밀어주는 후원모임이랍니다.) 이 여행에서 책도 한 권 선물받았지 뭐예요.
이 여행의 실무를 맡은 활동가들 필준과 다혜님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고 선물로 나누는 거죠. 저는 그 중에서 다혜님이 준비한 동화책 <긴긴밤>을 선물받았답니다. 추천의 글도 아름다워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해요.
‘모든 것이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어떻게 붙들며 살아가는지를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코뿔소 노든과 어린 펭귄이 서로의 곁이 되어 파란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과 연대, 그리고 살아간다는 일의 존엄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이 책을 계속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어요. 그러던 것을 어제밤에야 읽었네요. (테이블에는 언제나 “나를 읽어요!” 아우성치는 책들이 몇 권씩 있어요.) 마침 시내에서 독서모임도 하고 온 날이었고 오래 산책을 해서 피곤한 밤이었죠. 하지만 읽기를 멈출 수가 없더군요. 다음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고 안타까워 페이지를 넘기고 또 넘겼어요.
문학이란 게 그래요. 이야기가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등장인물 (이 동화의 경우는 등장동물이군요.)들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감정을 이입하여 같이 웃고 울죠.
이 책 <긴긴밤>을 읽으면서 처음엔 작가를 원망했어요. 아니 왜 노든에게 자꾸만 불행을 주나 싶었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내와 귀여운 딸이 어느 날 밤에 사냥꾼들에게 참혹한 죽임을 당하지 않나, 동물원에서 만나 정이 든 코뿔소 앙가부도 죽고, 또 펭귄 치쿠도 죽고… 동화인데 불행은 조금만 겪게 하고, 주인공들은 잘 이겨내고, 해피엔딩으로 끝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염키호테와 꿩
오늘 염키호테님은 풀을 베다가 깜짝 놀랐어요. 예초기로 풀을 슥슥슥 베는데 풀밭에서 갑자기 까투리가 푸드덕 날아올랐대요. 예초기 칼날은 까투리 깃털을 스치듯 지났죠. 꿩이 날아간 자리에는 동글동글 예쁜 꿩알이 여덟 개나 있었어요.
그는 많이 놀랐을 거예요. 또 미안하기도 했겠죠. 그가 풀을 벤 곳은 환경교육센터 마당이었어요. 아이들이 놀기 좋게 풀을 깎아주고 싶었죠. 그런데 거기 까투리가 알을 낳고 품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어요.
부랴부랴 금줄을 치고 풀을 엉성하게 덮어서 나름 복구와 보호를 하고 물러났어요. 퇴근하고 나서도 그는 온통 까투리와 꿩알 생각뿐이었어요. 다시 돌아올까? 돌아와야 할텐데… 만약에 안 온다면 꿩알은 어쩌지? 인공부화를 시켜야 하나? 그는 정민에게 전화했대요. 마당에 나가서 까투리가 돌아왔는지 봐달라고. 하지만 정민은 찾지 못했어요. 엄마의 온기가 필요한 꿩알들을 생각하며 그는 종종거렸죠. 때마침 비는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 래영과 수달
그제 래영 님은 수달을 직접 보았대요.
혼자 탄천을 거닐다가 코앞에서 보았나 봐요. 유유히 멱을 감는 수달을 보며 물 안이 시원할 것 같아 부러운 생각도 들었대요. (요즘 무척 더웠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우리 한강조합은 창립 때부터 이제까지 수달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그렇다 보니 우리는 수달 한 번 직접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 생각도 들죠. 수달은 대체로 밤에 돌아다니니까요. 한 번은 정희는 중랑천 생추어리에서 대낮에 수달이 지나가는 걸 코앞에서 봤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증거 사진이 없으니까 우리는 반신반의했어요.
5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오늘은 수달의 날이랍니다.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라 절대적으로 보호가 필요하죠. 우리는 수달집을 짓고 서식지를 보호하고 강을 청소하며 수달이 살기 좋게 만드는 일을 해요. 그 덕에 수달들이 여러 마리씩 강의 곳곳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수달은 로드킬의 위험에 노출되고 어느 수달은 잘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인간의 개발로 인해 사라지기도 해요.
<긴긴밤> 동화 속 코뿔소 노든은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는 인간들 때문에 가족을 잃고 다치기도 해요. 우리 인간들은 동물들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며 때로 함부로 하죠. 하지만 자식을 돌보거나 사랑하는 일에는 때로 인간보다 더 지극하여 놀라움과 감동을 주죠… 코뿔소든 꿩이든 왜가리든 수달이든 다들 그렇더라고요.
세계수달의날을 맞으며,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생각합니다. 그들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그들 나름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다정한 이웃이 되어야겠어요.
수달과 수달을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세계수달의날 축하합니다.
2026.05.27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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