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애인 선생님들께. 바야흐로 초여름에 접어들었네요. 겨우 일주일 남짓이지만 저는 유럽을 다녀오느라 이
은미씨의 한강편지 354 💌 희망은 한 마리 새
결혼식을 위해 성당에 가는 사람들.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
That perches in the soul -
And sings the tune without the words -
And never stops - at all –
(장영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에밀리 디킨슨 시 부분)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바야흐로 초여름에 접어들었네요.
겨우 일주일 남짓이지만 저는 유럽을 다녀오느라 이곳 한국에서의 시간 흐름을 잠시 놓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곳은 쨍한 햇살이 너울대는 한없이 맑은 지중해의 하늘과 바다였으니까요.
오늘은 일부러 짬을 내어 아침과 밤에 각각 30분 달리기를 했습니다. 여행 중에 더욱 둔중해진 몸도 가볍게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일상으로 잘 돌아오고 싶었거든요. 아침에 뛸 때는 모감주나무 꽃이 한창 피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 능소화도 피겠구나 생각했어요. (테살로니키 어느 좁은 골목에서도 능소화를 봤어요. 반갑더군요.)
요즘 제 마음에 떠오르는 단어는 ‘희망’입니다.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데, 이번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유독 붙들게 됩니다. 희망이 떠오른 계기는 성동희망나눔 때문이었어요.
우리 한강조합 중랑천에 3년째 우중가 선생님들을 파견해주고 계신 기관이 성동희망나눔입니다. 여섯 분의 선생님들이 노인일자리로 일하실 수 있게 해주셨지요. 우중가가 중랑천에서 얼마나 헌신과 열정을 쏟고 있는지는 벌써 여러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그런 기관에서 지난 달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기부금으로 작은 숲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기부금은 ‘희망봄나비 상점’을 운영하여 한 푼 두 푼 모은 수익금이었습니다.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보탠 기금이지요. 어제 화요일에 성동희망나눔 이일순 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들 그리고 우중가 선생님들이 전부 오신 가운데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습니다. 우중가 선생님들은 한 분씩 말씀을 하셨는데, 춥고 황량하던 중랑천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보람이 크다고 하시더군요. 로맨 님은 자신이 환경운동가가 다 되었다며 웃으셨어요.
희망의 마음을 담아, 숲의 이름은 "우중가 희망나눔숲"이 되었다.
성동희망나눔의 기부금을 받으며 희망이 이토록 생생하게 손안에 잡히기도 하는 것이구나 깨닫습니다. 손길과 손길,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전해져 구체적 희망과 기적이 되는가 봅니다. 바자회를 열었을 때 음료 한 잔, 작은 물품 하나라도 사주며 좋은 데 쓰라고 해주신 시민들, 그 마음을 모아 한강에 보내주셨고, 그 돈으로 우중가 선생님들이 손수 숲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드는 그 작은 숲에 손주 같은 어린이들이 와서 놀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드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희망은 멀리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우리가 심을 어린 나무, 세상에 처음으로 돋아날 작은 잎사귀와 꽃, 그 꽃이 불러들일 나비 같은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 필록세니아(Philoxenia, Φιλοξενία)
가족모임에 초대받다.
사이프러스와 그리스 여행을 다니며 ‘필록세니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여행에 초대한 사이프러스 여인 조지아에게 물었거든요. 왜 이렇게까지 저를 환대해주냐고 말이죠.
여행기간 동안 조지아는 자신의 집을 내주고, 엄마, 애인, 절친한 친구, 남동생과 그 가족, 직장동료들, 이웃들, 동호회 사람들 등등 그의 삶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 안으로 초대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인데도 마치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대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 경비를 다 내주었는데, 식사 한끼라도 제가 내려고 하면 정색하며 나무랐습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여행에 동행하고 내내 렌트가 운전을 맡았던 남동생 앙겔로스가 ‘필록세니아’ 단어를 설명해줬습니다. ‘사랑’ 또는 ‘친구’를 뜻하는 ‘Philo’와 ‘나그네’를 뜻하는 ‘Xenos’가 합쳐진 단어라고 하네요. 그래서 낯선 사람을 친구처럼 대하는 마음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한국손님을 위해 빵을 구운 조지아 엄마.
고대 그리스 신화 시절부터 이방인에 대한 환대는 성스러운 의무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듣고 보니,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을 내려와서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그네를 공경하는 것이 신을 공경하는 일이라고 믿어온 전통이 있는 것이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고대 그리스 시절로부터 2천년도 더 지났는데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돈은 귀중할 겁니다. 그런 돈을 타인을 위해 쓴다는 것은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지요. 타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오늘은 여성환경연대 후원행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물론 기부금을 냈습니다. 내일은 또 서울환경연합 후원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가서도 돈을 낼 겁니다. 평소 남들 밥 사주는 걸 좋아하고,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저는 여기저기 많이 기부할 형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단체들에게는 기부금을 냅니다. 제가 다 못하는 일들, 우리 사회를 다만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고 수고하는 단체들이니까요.
여성환경연대 27주년도 다시금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 번창하시길.
돈을 조금 더 아껴서 더 많은 단체들에게 기부하고픈 마음입니다. 물론 그 단체 중에 으뜸은 저에게는 한강조합이지요.
이번 달에도 새로이 한강조합에 후원을 약속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참 고맙습니다. 그 돈으로 조금씩 더 희망을 일궈보겠습니다.
은미씨의 한강편지 354 💌 희망은 한 마리 새
희망은 한 마리 새
영혼 위에 걸터앉아 -
가사 없는 곡조를 노래하며
그칠 줄을 모른다
Hope is the thing with feathers -
That perches in the soul -
And sings the tune without the words -
And never stops - at all –
(장영희 선생님이 번역하신 에밀리 디킨슨 시 부분)
한강애인 선생님들께.
바야흐로 초여름에 접어들었네요.
겨우 일주일 남짓이지만 저는 유럽을 다녀오느라 이곳 한국에서의 시간 흐름을 잠시 놓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곳은 쨍한 햇살이 너울대는 한없이 맑은 지중해의 하늘과 바다였으니까요.
오늘은 일부러 짬을 내어 아침과 밤에 각각 30분 달리기를 했습니다. 여행 중에 더욱 둔중해진 몸도 가볍게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일상으로 잘 돌아오고 싶었거든요. 아침에 뛸 때는 모감주나무 꽃이 한창 피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 능소화도 피겠구나 생각했어요. (테살로니키 어느 좁은 골목에서도 능소화를 봤어요. 반갑더군요.)
요즘 제 마음에 떠오르는 단어는 ‘희망’입니다.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데, 이번에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유독 붙들게 됩니다. 희망이 떠오른 계기는 성동희망나눔 때문이었어요.
우리 한강조합 중랑천에 3년째 우중가 선생님들을 파견해주고 계신 기관이 성동희망나눔입니다. 여섯 분의 선생님들이 노인일자리로 일하실 수 있게 해주셨지요. 우중가가 중랑천에서 얼마나 헌신과 열정을 쏟고 있는지는 벌써 여러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요. 그런 기관에서 지난 달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기부금으로 작은 숲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기부금은 ‘희망봄나비 상점’을 운영하여 한 푼 두 푼 모은 수익금이었습니다. 좋은 일에 쓰이길 바라며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보탠 기금이지요. 어제 화요일에 성동희망나눔 이일순 대표님을 비롯한 관계자들 그리고 우중가 선생님들이 전부 오신 가운데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습니다. 우중가 선생님들은 한 분씩 말씀을 하셨는데, 춥고 황량하던 중랑천에서 처음 시작할 때는 막막했는데 이제는 보람이 크다고 하시더군요. 로맨 님은 자신이 환경운동가가 다 되었다며 웃으셨어요.
성동희망나눔의 기부금을 받으며 희망이 이토록 생생하게 손안에 잡히기도 하는 것이구나 깨닫습니다. 손길과 손길,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전해져 구체적 희망과 기적이 되는가 봅니다. 바자회를 열었을 때 음료 한 잔, 작은 물품 하나라도 사주며 좋은 데 쓰라고 해주신 시민들, 그 마음을 모아 한강에 보내주셨고, 그 돈으로 우중가 선생님들이 손수 숲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드는 그 작은 숲에 손주 같은 어린이들이 와서 놀 수 있기를 바라며 만드신다고 합니다.
이렇게 희망은 멀리 있는 무지개가 아니라 우리가 심을 어린 나무, 세상에 처음으로 돋아날 작은 잎사귀와 꽃, 그 꽃이 불러들일 나비 같은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 필록세니아(Philoxenia, Φιλοξενία)
사이프러스와 그리스 여행을 다니며 ‘필록세니아’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여행에 초대한 사이프러스 여인 조지아에게 물었거든요. 왜 이렇게까지 저를 환대해주냐고 말이죠.
여행기간 동안 조지아는 자신의 집을 내주고, 엄마, 애인, 절친한 친구, 남동생과 그 가족, 직장동료들, 이웃들, 동호회 사람들 등등 그의 삶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그 안으로 초대했습니다. 처음 만난 친구인데도 마치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대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 경비를 다 내주었는데, 식사 한끼라도 제가 내려고 하면 정색하며 나무랐습니다.
그리스 테살로니키 여행에 동행하고 내내 렌트가 운전을 맡았던 남동생 앙겔로스가 ‘필록세니아’ 단어를 설명해줬습니다. ‘사랑’ 또는 ‘친구’를 뜻하는 ‘Philo’와 ‘나그네’를 뜻하는 ‘Xenos’가 합쳐진 단어라고 하네요. 그래서 낯선 사람을 친구처럼 대하는 마음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 시절부터 이방인에 대한 환대는 성스러운 의무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렇게 듣고 보니, 올림포스의 신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을 내려와서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나그네를 공경하는 것이 신을 공경하는 일이라고 믿어온 전통이 있는 것이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고대 그리스 시절로부터 2천년도 더 지났는데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돈은 귀중할 겁니다. 그런 돈을 타인을 위해 쓴다는 것은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지요. 타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응원하는 마음.
오늘은 여성환경연대 후원행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물론 기부금을 냈습니다. 내일은 또 서울환경연합 후원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가서도 돈을 낼 겁니다. 평소 남들 밥 사주는 걸 좋아하고,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저는 여기저기 많이 기부할 형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단체들에게는 기부금을 냅니다. 제가 다 못하는 일들, 우리 사회를 다만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고 수고하는 단체들이니까요.
여성환경연대 27주년도 다시금 축하합니다. 앞으로 더 번창하시길.
돈을 조금 더 아껴서 더 많은 단체들에게 기부하고픈 마음입니다. 물론 그 단체 중에 으뜸은 저에게는 한강조합이지요.
이번 달에도 새로이 한강조합에 후원을 약속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참 고맙습니다. 그 돈으로 조금씩 더 희망을 일궈보겠습니다.
평안하시길 바라며
2026.06.10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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