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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56 💌 정뱅이 할매와 하제마을 할매

2026-06-25
조회수 53
정뱅이마을 할매가 웃습니다. 작은 몸집에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매가 옛날 이야기를 하고 나서 웃습

은미씨의 한강편지 356 💌 정뱅이 할매와 하제마을 할매

정뱅이 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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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뱅이>에서 수해의 기억을 전하는 두 할매. ⓒ미디어나무(주)

정뱅이마을 할매가 웃습니다

작은 몸집에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매가 옛날 이야기를 하고 나서 웃습니다옆에 있는 다른 할매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사이좋게 미소짓는군요

정뱅이마을 할매가 밥을 먹습니다마을 사람들과 함께 먹습니다마을에는 엄마라는 별명을 갖게 된 여자가 있는데그녀가 밥을 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정뱅이 엄마는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배추국을 끓입니다

수해가 나고 나서 1마을 사람들은 잔치를 엽니다재난을 잘 극복했다고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잔치입니다이 날도 마을 사람들은 밥을 먹습니다마을 여자들이 모여 카레를 끓입니다감자와 양파파프리카와 당근을 썰고 큼직하게 썬 고기를 볶아 한데 넣습니다큰 들통에 갖은 재료를 넣고 물을 붓고 잘 끓은 다음 물에 잘 개어진 카레가루를 넣습니다뭉근하게 끓여진 카레가 갓 지은 밥 위에 얹혀지죠사람들이 둘러앉아 저마다 한 그릇씩 받아서 먹습니다

수해로 모든 것을 잃었던 사람들이 서로 웃고 이야기하며 밥을 먹습니다이처럼 밥은 공동체가 싹트는 데 가장 중심이 되었습니다

영화 <정뱅이> 20247기록적인 폭우로 제방이 무너지고 순식간에 수몰된 정뱅이 마을 사람들 이야기입니다평생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잃습니다물은 무섭게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고 폐허로 만들어 버립니다마을 사람들 누구 하나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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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뱅이 마을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사진 앞에서, 시사회 참석자들도 나란히 손을 모았습니다.

마을이 삽시간에 무너지는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서로 의지합니다부족한 구호물자를 사람 수에 맞게 공평하게 나눕니다매일 저녁 8시면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같이 대책을 이야기하죠그리고 밥을 지어 같이 먹습니다서로 얼굴을 맞대어 이야기하고 밥을 먹는 사이 그들은 끈끈한 가족이자 공동체가 되었습니다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해서 눈물과 울분에 젖었던 그들에게 웃음과 평안이 조금씩 찾아왔습니다

이게 유토피아 아닐까요어떤 남자는 그렇게 말할 정도였지요.

밥과 공동체 

같이 밥을 먹는 풍경은 우리 한강조합에게 익숙합니다한강살롱이나 인문학 강좌가 열리는 날이면 우리 활동가들은 음식 준비에 바쁩니다음식을 대접하는 일에 진심이다 보니 이제는 한강’ 하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고환대받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그제도 한강살롱이 열렸는데 정성이 깃든 음식들이 준비되었습니다명숙 선생님이 어디서 맛있다는 기장떡을 한 상자 들고 왔고두부를 들기름에 부쳐 시원한 열무김치와 같이 냈습니다정원 처장님은 미리 사둔 수박을 (사무실에서 수박 껍질을 처리하게 번거롭다면서잘 잘라서 들고 왔습니다가냘픈 몸매의 그가 수박에 더해서참외오이방울토마토를 가져왔습니다동네에서는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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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일할 때는 쓰레기로 채워져 버려진 주방을 고쳐서 썼습니다수도꼭지와 싱크대선반을 달아서 행사가 있을 때 음식을 했습니다여름철 수해복구 자원봉사자들이 백 명 넘게 오면 감자를 백 개도 넘게 찌고 수박을 몇 통 잘라 먹였습니다물에 레몬 조각이나 허브얼음을 넣어 봉사자들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도록 냈지요지금 한강의 집 주방은 두세 명이 들어서면 꽉 차지만 여전히 종종 음식을 합니다국수를 삶고옥수수를 찌고어묵탕이나 만두국도 끓여내지요

우리가 강마을이라고 부르는 강 공동체가 그렇게 밥상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하제마을 할매 

군산공항 인근일제강점기 때부터 공항으로 편입되며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던 상제마을과 중제마을은 이제 흔적도 없다미군 격납고가 확장되면서 하제마을마저 서서히 사라져가는 중이다다행히 마을을 지키던 600살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우뚝 서 있지만이웃도 집도 사라진 벌판에 홀로 남은 모습이 어쩐지 처연하고 슬펐다

(엄은희 선생님의 한강유람단 후기 하제마을 팽나무 할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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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강유람단에 하제마을과 수라갯벌을 다녀왔습니다그 여행은, 23년째 이어온 정희정과 같은 새만금 시민과학자들의 끈질긴 사랑을 따라가는 길끝도 없는 인간들의 개발 욕망을 질리도록 보는 일그럼에도 갯벌 한 구석에서도 버티며 살아가는 새들의 생존을 확인하는 일그리고 수백년 살아온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진 마을에서 할매 나무의 고독을 보는 일이었어요.

어수선한 공사장이 된 수라갯벌에서 새들의 자리를 더듬을 때차가운 부슬비가 내렸습니다저들끼리 모여서 쉬고 있는 저어새들 몇 마리 멀리서 확인하고조금 남은 갯벌 위를 오가는 새들을 세어 보며 어쩐지 쓸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화 <정뱅이>를 보고 나니확연히 비교가 되었습니다엄청난 재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도우며 일으켜 세우고 유토피아’ 같은 공동체로 회복할 수 있었지요하지만 새만금 수라갯벌에 사는 셀 수 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은 무도한 개발의 불도저 앞에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그들 역시 하루 아침에 살던 집과 가족을 잃어도 누구에게 하소연을 할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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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제마을 할매를 만나고 수라갯벌을 다녀온 한강애인님들이 진심어린 후기들을 남겨 주셨습니다엄은희김희영정성후김창영한명선 샘들을 비롯하여 여러 분들이 뭉클한 말씀들을 해주셨어요그 중에서 엄은희 박사님의 글을 옮기며 편지를 마무리합니다

영화 〈수라〉를 본 이들이 남긴 후기 중 "아름다운 것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할 죄와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떠올랐다내 스마트폰 지도에는 아직 푸른 바다로 표시된 수라갯벌이 이미 거대한 포크레인의 발 아래 딛겨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며헛헛함과 서글픔이 점점 내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중략

오늘의 여정을 함께한 '한강애인'들의 마음에도 이 풍경과 기억이 저마다 깊게 새겨졌으리라 믿는다그렇게 우리가 서로의 마음에 생명의 숨결을 새겨 넣는다면이 여전한 개발의 시대 속에서도 생명과 인간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하게 이어지고 연장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하며어두워져가는 창밖의 초록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평안하시길 빌며 

2026.06.25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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