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것으로 복달임을 대신한다 진용이는 인천 어디에 있다는 미용실에서 백숙처럼 흰 손으로 사람의 머리칼을 자르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자르다가도 멈춰 서서 이 여름 저녁으로 밀려드는 질긴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것이다
(박준 시 ‘초복’ 부분)
어제는 초복이였지요.
이 뜨겁고 눅진눅진한 여름에도 중랑천에서 일하시는 우중가 선생님들이 복달임을 하시도록 삼계탕집에 갈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비도 오고 해서 주말로 미뤘다고 해요. 장마는 언제 그칠까 가늠해보며 박준 시인의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펼쳐 읽습니다.
시인의 다정하고 은근한 말들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죠. 오랜만에 이 시집을 꺼내 읽다가 신형철 평론가의 시인 소개에 눈길이 갑니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 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사는 일. 이런 마음먹기를 흔히 ‘작정作定’이라고 하지만, ‘작정作情’이라고 바꿔 적어본다.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박준의 사랑이다.’ (신형철)
# 나무를 구하기로 하자
흘러가는 저녁에 마음을 기대고 그저 눈감고 싶은 고독도 없고 무너질 듯 애처로운 자세로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바라는 비극도 없다
(황인찬 시 ‘느린 사랑’ 부분)
얼마 전 저녁 라디오에서는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에 수록된 ‘느린 사랑’이라는 시를 들려줬어요. 작년 초에 시인이 샛강에 오셔서 강의했을 때 읽었던 시집이었죠. 시집의 제목이 자꾸만 마음에 맴돌았어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삶에서 흘러가는 것들, 무너지는 것들을 뭔가 다잡아주는 것 같은 다짐 같은 것.
진천 미호강에 다녀왔어요. 지난 주에 큰 비가 내려서 미호강도 피해가 컸더군요. 버드나무들을 살피니 진흙 자국이 여전하고 휘어지고 쓰러져 있었죠. 태희 반장님과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수해복구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강 건너편 나무들은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에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이 나무를 심을 때 기념식수를 했던 큰 버드나무. 이번 홍수에 뿌리가 뽑혀 쓸려갔다고 해요. 반장님이 나무를 구하고, 잘 데리고 와서 다시 있던 자리에 심었어요. 아직은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터라 이번에는 큰 바윗돌에 묶어두기까지 했어요.
나무를 구하기로 하자. 그가 애쓰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문장이었어요. 나무를 구하기로 마음먹기, 새들을 지켜주기로 마음먹기, 미호종개를 살려주기로 마음먹기, 벌들을 불러오기로 마음먹기, 수달을 돌보기로 마음먹기… 그런 일들이 우리가 하는 일들이죠.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사랑이라고 신형철 씨가 말했죠. 한강애인들은 돌봄을 위한 작정을 한 사람들이고, 지극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중랑천의 우중가 선생님들도 그래요. 가물었을 때는 맹꽁이 연못에 물을 대며 고생이 많았죠. 올챙이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고 했으니까요. 이제는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생태교란종들을 정리하고, 큰비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돌보고 있죠.
# 돌보며 기분 좋은 일들
한강에는 돌보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요. 지난 일요일 아침, 폭염 특보가 있던 날이었는데 청소년들이 달리기를 했어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이는 만큼 기부금을 모아 수달 서식처를 지키는데 써달라고 했어요. 한강편지 우체부인 고은 샘은 이렇게 기부 사연을 소개했어요.
‘수달남매들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의도 샛강에서 '수달오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였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며 일부 멤버가 졸업하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수달남매들'로 이름을 바꾸어 왔습니다. 그 사이 이들이 흘린 땀은 한 가지 형태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강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부터, 수달이 사는 강가에 안내판을 붙이는 활동, 그리고 각종 축제 참여까지, 수달남매들은 봉사를 꾸준히 이어 왔습니다. 2023년부터 이어져 온 이 모임이, "작은 행동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든다(Small Actions, Sustainable Impact)"는 마음으로 이제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세대 아이들의 실천은 더 희망적이고 우리를 미소짓게 하지요. 파주시환경센터 에코온에서는 지난 달 환경의날에 했던 ‘아특쓰 (아주 특별한 쓰레기)’ 줍기 시상식이 뒤늦게 있었어요. 행사 때 오지 못했던 아이가 상을 받으러 온 것인데요. 염키호테 대표님이 허리를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서로 바라보는 모습이 어찌나 졍겹던지요. 이 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같죠.
은미씨의 한강편지 359 💌 나무를 구하기로 하자
설익은 밥을 물에 말아 먹는 것으로 복달임을 대신한다 진용이는 인천 어디에 있다는 미용실에서 백숙처럼 흰 손으로 사람의 머리칼을 자르고 있을 것이다 한참을 자르다가도 멈춰 서서 이 여름 저녁으로 밀려드는 질긴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것이다
(박준 시 ‘초복’ 부분)
어제는 초복이였지요.
이 뜨겁고 눅진눅진한 여름에도 중랑천에서 일하시는 우중가 선생님들이 복달임을 하시도록 삼계탕집에 갈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는 비도 오고 해서 주말로 미뤘다고 해요. 장마는 언제 그칠까 가늠해보며 박준 시인의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펼쳐 읽습니다.
시인의 다정하고 은근한 말들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죠. 오랜만에 이 시집을 꺼내 읽다가 신형철 평론가의 시인 소개에 눈길이 갑니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 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 번 더 사는 일. 이런 마음먹기를 흔히 ‘작정作定’이라고 하지만, ‘작정作情’이라고 바꿔 적어본다.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박준의 사랑이다.’ (신형철)
흘러가는 저녁에 마음을 기대고 그저 눈감고 싶은 고독도 없고 무너질 듯 애처로운 자세로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바라는 비극도 없다
(황인찬 시 ‘느린 사랑’ 부분)
얼마 전 저녁 라디오에서는 황인찬 시인의 시집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에 수록된 ‘느린 사랑’이라는 시를 들려줬어요. 작년 초에 시인이 샛강에 오셔서 강의했을 때 읽었던 시집이었죠. 시집의 제목이 자꾸만 마음에 맴돌았어요.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삶에서 흘러가는 것들, 무너지는 것들을 뭔가 다잡아주는 것 같은 다짐 같은 것.
진천 미호강에 다녀왔어요. 지난 주에 큰 비가 내려서 미호강도 피해가 컸더군요. 버드나무들을 살피니 진흙 자국이 여전하고 휘어지고 쓰러져 있었죠. 태희 반장님과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수해복구를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강 건너편 나무들은 여전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에 현대모비스 임직원들이 나무를 심을 때 기념식수를 했던 큰 버드나무. 이번 홍수에 뿌리가 뽑혀 쓸려갔다고 해요. 반장님이 나무를 구하고, 잘 데리고 와서 다시 있던 자리에 심었어요. 아직은 단단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터라 이번에는 큰 바윗돌에 묶어두기까지 했어요.
나무를 구하기로 하자. 그가 애쓰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문장이었어요. 나무를 구하기로 마음먹기, 새들을 지켜주기로 마음먹기, 미호종개를 살려주기로 마음먹기, 벌들을 불러오기로 마음먹기, 수달을 돌보기로 마음먹기… 그런 일들이 우리가 하는 일들이죠.
돌봄을 위한 작정, 그것이 사랑이라고 신형철 씨가 말했죠. 한강애인들은 돌봄을 위한 작정을 한 사람들이고, 지극한 사랑으로 살아가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중랑천의 우중가 선생님들도 그래요. 가물었을 때는 맹꽁이 연못에 물을 대며 고생이 많았죠. 올챙이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고 했으니까요. 이제는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는 생태교란종들을 정리하고, 큰비로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돌보고 있죠.
# 돌보며 기분 좋은 일들
한강에는 돌보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요. 지난 일요일 아침, 폭염 특보가 있던 날이었는데 청소년들이 달리기를 했어요.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이는 만큼 기부금을 모아 수달 서식처를 지키는데 써달라고 했어요. 한강편지 우체부인 고은 샘은 이렇게 기부 사연을 소개했어요.
‘수달남매들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의도 샛강에서 '수달오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였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며 일부 멤버가 졸업하고 새로운 멤버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수달남매들'로 이름을 바꾸어 왔습니다. 그 사이 이들이 흘린 땀은 한 가지 형태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강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부터, 수달이 사는 강가에 안내판을 붙이는 활동, 그리고 각종 축제 참여까지, 수달남매들은 봉사를 꾸준히 이어 왔습니다. 2023년부터 이어져 온 이 모임이, "작은 행동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든다(Small Actions, Sustainable Impact)"는 마음으로 이제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 세대 아이들의 실천은 더 희망적이고 우리를 미소짓게 하지요. 파주시환경센터 에코온에서는 지난 달 환경의날에 했던 ‘아특쓰 (아주 특별한 쓰레기)’ 줍기 시상식이 뒤늦게 있었어요. 행사 때 오지 못했던 아이가 상을 받으러 온 것인데요. 염키호테 대표님이 허리를 굽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서로 바라보는 모습이 어찌나 졍겹던지요. 이 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 같죠.
어디에 계시든, 평안하시길 바라며 시원한 강바람 보냅니다.
202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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