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쩌다 보니 병원을 두 군데 돌았어요. 새벽에 일어나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준 다음 아산병원을 다녀왔어요. 별일은 아니랍니다. 반년마다 하는 건강 체크를 하러 갔어요. 작년부터 운동량을 늘린 터라 저는 더 활력이 넘치죠. 하지만 대기하는 동안, 병원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들어요. 환자복을 입거나 이동침대에 누운 분을 보면 한 때 같은 처지였던 제 자신도 오버랩 되기도 하고, 보호자의 손에 의지하여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 환자의 모습에 연민이 들기도 하죠. 특히 늙고 여윈 어머니 아버지들을 보면 자꾸만 눈길이 머물러요.
검사를 잘 마치고, 참새 방앗간 같은 베이커리에 들렀어요. (결단코 제가 먹고 싶어서는 아니랍니다!) 수북이 쌓인 빵들을 보면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주고 싶거든요. 진열된 빵들을 몇 번 돌아보며 정순 큰어머니에게 파운드케익을 가져다 드릴까, 명숙 샘에게 맘모스 빵을 사다드릴까, 그도 아니면 골고루 사서 사무실에 들를까… 고심하다가 그냥 블루베리 베이글 하나, 마늘빵 한 봉지만 샀어요. (블루베리 베이글은 제가 커피에 곁들여 먹었어요. 마늘빵 한 봉지는 남았어요.)
낮에는 여의도성모병원에 들렀어요. 은사님이신 키스터 신부님이 입원해 계시거든요. 며칠 사이 두 번이나 들렀어요. 하지만 직접 뵙지는 못했죠. 면회가 까다롭기도 하고 환자가 직접 내려와야 하는 시스템이거든요. 신부님이 원하시는 사과와 몇몇 물건들을 겨우 배달했죠.
어쩌다 입원하게 되셨는지 처음엔 정확히 말씀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그냥 바이러스 같은 것, 염증 조금 있어요,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거든요. 하지만 넘어지셔서 다친 걸 나중에 알았어요. 비가 자주 내렸으니까, 미끄러워 넘어졌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신부님, 갈릭 브레드 어때요? 드실래요? 저는 아침에 산 빵봉지도 전하려고 전화했어요. 하지만 우리 신부님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아주 분명하죠. 아뇨. 나는 그것 먹지 않아요.
# 강 구비를 돌면 보이는 풍경
김제 워크숍에서 공석기 교수.
어제도 서울에는 비가 내렸죠. 저는 하루 일정으로 김제와 새만금 고군산도를 다녀왔어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함께 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발을 걸치고 있거든요. 사당역에서 출발할 때는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김제에 도착했을 때가 뜨끈한 햇살이 붉은 백일홍 위로 쏟아지더군요.
김제 워크숍에서는 서로 근황을 나누고 최근 연구나 활동을 공유했어요. 우리 한강은 지난 지방 선거 이후 방향 점검과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고, 마침 내일에는 전 활동가들이 모여서 중간 평가와 계획 워크숍을 해요. 김제에서 저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어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의 재선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솔직히 낙담했어요. 왜냐하면 샛강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고 보았으니까요. 또한 그는 전임 시장 흔적을 지우고 시민사회를 싫어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그레이트 한강도 계속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한강의 자연성회복을 다만 얼마라도 하고 싶고, 한강에서 강문화와 시민공동체를 꽃피우고 싶은 한강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사회를 비롯한 구성원들과 진지한 토론을 거듭했어요.
여러 고민 끝에 저희 결론은 한강을 떠나자! (웃음) 세상에는 강이 많으니 서울시 한강 말고 다른 데서 놀자! 그런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정 정치인 때문에 제 삶이 불행한 것은 원치 않아요.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어요. 즐거운 일 하고, 좋은 사람들과 지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대통령이 누구냐, 시장이 누구냐 그런 것들로 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고 싶지 않습니다. 원래 한강조합은 뭘 하고 싶었나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활동도 구상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서부개척단인데, 홍제천이나 안양천 같은 데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보고 있어요.”
고군산도 해넘이.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오세훈 시장의 재판 결과를 듣습니다. 저 역시 이 재판의 끝에 어떤 일들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달관한 마음도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외부의 일들에 애면글면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리고 기분 좋은 일들을 하자!
# 다정하게, 강마을 사람들과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의
혜택을 보는 (중략)
한강조합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엄지척입니다.
꾀꼬리도 매미도
풀벌레도 신나게 화음을 맞춰 노래해주고
습하고 더울 줄 알았던
강변바람은
첫사랑보다 더 시원하고
다정합니다
(박경화 샛강시민 대표님의 강마을 워크숍 후기 부분 인용)
며칠 전에는 홍제천에서 수 년째 열심히 활동하시는 홍제천 실천단 분들을 만났습니다. 같이 천변을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오늘은 양평 갈산공원에서는 7개 강마을 사람들이 모여 워크숍을 했다고 해요. 서로의 경험도 나누고, 수달놀이터도 구경하고 카약도 타고 또 맛있는 음식도 먹었더라고요. (아이고 부러워라. ^^)
은미씨의 한강편지 360 💌 강 구비를 돌면 보이는
비가 많이 내리죠.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요.
오늘은 어쩌다 보니 병원을 두 군데 돌았어요. 새벽에 일어나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준 다음 아산병원을 다녀왔어요. 별일은 아니랍니다. 반년마다 하는 건강 체크를 하러 갔어요. 작년부터 운동량을 늘린 터라 저는 더 활력이 넘치죠. 하지만 대기하는 동안, 병원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이 들어요. 환자복을 입거나 이동침대에 누운 분을 보면 한 때 같은 처지였던 제 자신도 오버랩 되기도 하고, 보호자의 손에 의지하여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 환자의 모습에 연민이 들기도 하죠. 특히 늙고 여윈 어머니 아버지들을 보면 자꾸만 눈길이 머물러요.
검사를 잘 마치고, 참새 방앗간 같은 베이커리에 들렀어요. (결단코 제가 먹고 싶어서는 아니랍니다!) 수북이 쌓인 빵들을 보면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주고 싶거든요. 진열된 빵들을 몇 번 돌아보며 정순 큰어머니에게 파운드케익을 가져다 드릴까, 명숙 샘에게 맘모스 빵을 사다드릴까, 그도 아니면 골고루 사서 사무실에 들를까… 고심하다가 그냥 블루베리 베이글 하나, 마늘빵 한 봉지만 샀어요. (블루베리 베이글은 제가 커피에 곁들여 먹었어요. 마늘빵 한 봉지는 남았어요.)
낮에는 여의도성모병원에 들렀어요. 은사님이신 키스터 신부님이 입원해 계시거든요. 며칠 사이 두 번이나 들렀어요. 하지만 직접 뵙지는 못했죠. 면회가 까다롭기도 하고 환자가 직접 내려와야 하는 시스템이거든요. 신부님이 원하시는 사과와 몇몇 물건들을 겨우 배달했죠.
어쩌다 입원하게 되셨는지 처음엔 정확히 말씀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그냥 바이러스 같은 것, 염증 조금 있어요,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거든요. 하지만 넘어지셔서 다친 걸 나중에 알았어요. 비가 자주 내렸으니까, 미끄러워 넘어졌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신부님, 갈릭 브레드 어때요? 드실래요? 저는 아침에 산 빵봉지도 전하려고 전화했어요. 하지만 우리 신부님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 아주 분명하죠. 아뇨. 나는 그것 먹지 않아요.
# 강 구비를 돌면 보이는 풍경
어제도 서울에는 비가 내렸죠. 저는 하루 일정으로 김제와 새만금 고군산도를 다녀왔어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함께 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발을 걸치고 있거든요. 사당역에서 출발할 때는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김제에 도착했을 때가 뜨끈한 햇살이 붉은 백일홍 위로 쏟아지더군요.
김제 워크숍에서는 서로 근황을 나누고 최근 연구나 활동을 공유했어요. 우리 한강은 지난 지방 선거 이후 방향 점검과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고, 마침 내일에는 전 활동가들이 모여서 중간 평가와 계획 워크숍을 해요. 김제에서 저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어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의 재선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솔직히 낙담했어요. 왜냐하면 샛강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고 보았으니까요. 또한 그는 전임 시장 흔적을 지우고 시민사회를 싫어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그레이트 한강도 계속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한강의 자연성회복을 다만 얼마라도 하고 싶고, 한강에서 강문화와 시민공동체를 꽃피우고 싶은 한강조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는 이사회를 비롯한 구성원들과 진지한 토론을 거듭했어요.
여러 고민 끝에 저희 결론은 한강을 떠나자! (웃음) 세상에는 강이 많으니 서울시 한강 말고 다른 데서 놀자! 그런 것이었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정 정치인 때문에 제 삶이 불행한 것은 원치 않아요. 저도 이제 50대 중반이 되었어요. 즐거운 일 하고, 좋은 사람들과 지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대통령이 누구냐, 시장이 누구냐 그런 것들로 제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고 싶지 않습니다. 원래 한강조합은 뭘 하고 싶었나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활동도 구상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서부개척단인데, 홍제천이나 안양천 같은 데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보고 있어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 오세훈 시장의 재판 결과를 듣습니다. 저 역시 이 재판의 끝에 어떤 일들이 생길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달관한 마음도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외부의 일들에 애면글면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리고 기분 좋은 일들을 하자!
# 다정하게, 강마을 사람들과
일석이조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마당 쓸고 동전 줍고의
혜택을 보는 (중략)
한강조합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엄지척입니다.
꾀꼬리도 매미도
풀벌레도 신나게 화음을 맞춰 노래해주고
습하고 더울 줄 알았던
강변바람은
첫사랑보다 더 시원하고
다정합니다
(박경화 샛강시민 대표님의 강마을 워크숍 후기 부분 인용)
며칠 전에는 홍제천에서 수 년째 열심히 활동하시는 홍제천 실천단 분들을 만났습니다. 같이 천변을 걷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오늘은 양평 갈산공원에서는 7개 강마을 사람들이 모여 워크숍을 했다고 해요. 서로의 경험도 나누고, 수달놀이터도 구경하고 카약도 타고 또 맛있는 음식도 먹었더라고요. (아이고 부러워라. ^^)
이렇게 우리는 강마을 사람들과 다정하게 살아갑니다.
평안하시길 빌며.
2026.07.22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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