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의혹이 가득한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 대하여 여전히 부족한 해명은 그렇다고 치자. 우리는 좀더 본질적인 것을 묻고 싶다. 한강 생태공원의 버드나무 뽕나무 참느릅나무들을 괴롭히는 생태교란종은 누가 치울 것인가? 프로그램 업체가 치울 것인가? 맹꽁이가 사는 둠벙과 수달이 사는 강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서식지를 만들어주고 집을 지켜주는 일을 프로그램 업체가 할 것인가? 한강 생태공원에서 갖가지 생태문화 체험을 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공원을 즐기는 시민들이 이제 그곳을 고향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 업체는 이들의 고향을 지켜줄 것인가? 발달장애인들, 대한노인회 어르신들, 중장년 어른들이 생태공원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들에게 일감을 주고 생태교육을 실시했다. 프로그램 업체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없애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의 질문들에 대해 진솔하게 답변하기 바란다. 난지, 여의도샛강, 야탐, 고덕, 암사생태공원...이 곳들을 고향삼아 살아가는 수달과 맹꽁이가, 물총새와 박새가, 잉어와 참게가, 그리고 이런 작은 존재들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프로그램 업체는 여전히 사랑하고 지켜줄 것인가? 사랑의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작은 존재들에게 지켜준다는 약속, 사랑의 언약을 했기 때문이다. 2025.03.25 고덕수변생태공원 수탁기관 생태보전시민모임, 난지수변생태원 수탁기관 녹색미래, 암사생태공원 수탁기관 숲엔휴협동조합,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수탁기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한강야생탐사센터 수탁기관 물푸레생태교육센터 (이번 한강편지는 지난 25일 은미씨가 쓴 기자회견문으로 대신합니다.) |
(맹꽁이가 묻는다 ⓒ.강고운)
지난 토요일 여의도샛강생태공원에 사는 수달이 여의못 바위에 똥을 한 무더기 싸놓았다. 아이들과 어른들은 수달의 똥냄새를 맡으며, 강가를 오가며 먹고 놀고 똥을 싸는 수달을 신기해한다. 그러나 3년 동안 수달 가족을 돌봐온 수달언니들은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렵사리 샛강에 와서 정착한 수달 가족을 이제 누가 돌봐줄 것인가?
난지수변생태원을 15년 동안 지켜온 이정희 처장은 삶의 한가운데를 난지에서 보냈다. 논습지를 만들어 맹꽁이들을 키우고 자원봉사자들과 가시박 줄기를 걷어내며 나무들을 살렸다. 아이들이 나무를 돌보고, 곤충을 살피며 무럭무럭 자랐다. 졸지에 난지를 떠나야 하는 그녀는 둠벙을 관리하고 맹꽁이들의 삶을 지키는 일을 누가 하기나 할지 근심이 깊다.
암사생태공원의 아름드리 버드나무 아래서 가을이면 작은 음악회를 열던 임홍순 대표는 참담함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작년부터 동서로 40km이 넘는 한강생태공원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민간위탁을 주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에는 설마 했다. 담당 과장이 본인 노력으로 그나마 두 개 권역으로 묶는다 해서 그래도 합리적으로 결정하겠거니 했다. 그런데 지난 2월 28일 서울시의 수탁 선정업체 발표는 충격이었다. 한강 생태공원 운영 관련 경험이 없는 소규모 숲해설 업체가 다섯 개 생태공원을 전부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당키나 하냐고, 그는 매일같이 울분을 토한다.
(미래한강본부 앞에서 외치다 ⓒ.박찬희)
주차장도 번듯한 학습센터도 없이 20년 넘게 콘테이너에서 지내며 고덕수변생태공원을 지킨 사람들이 있다. 이동식 화장실 말고는 물을 뜰 곳도 없이 열악한 곳에서 생태보전시민모임 활동가들은 청춘을 바쳤다. 두충나무 숲에서 두더지 흙더미를 따라다니고, 참개구리 맹꽁이가 사는 둠벙에 물을 채우고, 겨울이면 새들에게 귤과 사과, 땅콩을 나눠주었다. 그곳의 나무들을 새들을 수달과 두더지를 이웃 주민이라고 여기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그들도 짐을 싸야 한다.
서울시의 한강 생태공원 민간위탁금은 많지 않다. 공원마다 연간 1억 3천만원~1억5천만원 수준이다. 3명 상근자의 급여를 주고 (24년의 경우 250만원대의 급여 수준이다. 10년-20년 전문 경력자들에게 책정된 급여다.) 공과금 따위를 내고 나면 그만인 돈이다. 이윤이나 단체 운영비는 0원이다. 그런 민간위탁을 다섯 단체들은 왜 그토록 열심히 했을까? 명절날 빼고 연중 무휴로 센터를 개방하고 생태교란종을 치우고 서울시가 요구하는 계절마다의 프로그램과 축제를 편성하고, 온갖 궂은 민원들을 해소했다.
한강 생태공원을 단순 사업지로 봤다면, 이런 헌신과 열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존 5개 공원 관리 단체들은 서울의 척박하고 외면받던 생태공원에서 생태를 살리고 강문화를 입혔다. 그들의 노력으로 서울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으며, 아이들은 생태공원에서 놀며 배우고, 어른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쉬고 행복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한강 생태공원에서 민간위탁사가 프로그램만 하고, 생태관리는 자신들이 직접 한다고 한다. 아니, 원래부터 공원관리는 자신들의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의도샛강생태공원이 홍수로 잠긴 여름 날들에 뻘을 걷어내고 나무들을 씻어주고 데크를 청소한 수 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당신들이 했는가? 잉어가 죽어간다고, 쓰레기가 많다고, 미국흰불나방을 방제하라고, 산책로가 망가졌다고, 나무가 죽어간다고, 시민들의 민원이 있을 때 누가 했는가? 당신들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했다.
강물에 세굴되어 거대한 뿌리를 드러내고 죽을 위협에 처한 백년 뽕나무를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흙을 나르고 덮어 살렸다. 당신들은 거기에 시멘트를 바르자고 하지 않았던가? 작년에 하천대청소를 해서 쓰레기 마대 100여개를 치워냈더니, 그걸 치우기 싫어 볼멘소리로 영등포구와 몇 달 동안 핑퐁을 하던 당신들을 기억한다.
생태공원 민간위탁이 프로그램 해설만으로 운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창궐하는 가시박과 환삼덩굴, 단풍잎돼지풀은 누가 치우는가? 매년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누가 안내하고 함께 일하는가? 생태공원을 고향삼아 한강에 다시 돌아온 수달들은 누가 지켜주나? 생태공원에서 인문학을 배우고 축제를 즐기고 음악회에 기뻐하며 생태공원이 고향이고 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고향을 잃고 어디고 가야 하는가?
한강 생태공원을 운영해온 우리들은 맹꽁이와 참개구리 소리에 기뻤다. 수달 똥과 발자국에 환호했다. 여름 내내 수해복구하는 청년들에게 물 한 잔 건네며 고마워했다. 아이들이 새를 먹이고 어른들이 숲에서 쉬며 옛이야기 하는 걸 들었다. 어느새 한강 생태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의 공동체가 되었다.
(세연과 선영 그리고 정순큰어머니 ⓒ.강고운)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의혹이 가득한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 대하여 여전히 부족한 해명은 그렇다고 치자. 우리는 좀더 본질적인 것을 묻고 싶다.
한강 생태공원의 버드나무 뽕나무 참느릅나무들을 괴롭히는 생태교란종은 누가 치울 것인가? 프로그램 업체가 치울 것인가?
맹꽁이가 사는 둠벙과 수달이 사는 강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서식지를 만들어주고 집을 지켜주는 일을 프로그램 업체가 할 것인가?
한강 생태공원에서 갖가지 생태문화 체험을 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공원을 즐기는 시민들이 이제 그곳을 고향이라고 부른다. 프로그램 업체는 이들의 고향을 지켜줄 것인가?
발달장애인들, 대한노인회 어르신들, 중장년 어른들이 생태공원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들에게 일감을 주고 생태교육을 실시했다. 프로그램 업체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없애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의 질문들에 대해 진솔하게 답변하기 바란다. 난지, 여의도샛강, 야탐, 고덕, 암사생태공원...이 곳들을 고향삼아 살아가는 수달과 맹꽁이가, 물총새와 박새가, 잉어와 참게가, 그리고 이런 작은 존재들을 사랑하는 시민들을 프로그램 업체는 여전히 사랑하고 지켜줄 것인가? 사랑의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결코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작은 존재들에게 지켜준다는 약속, 사랑의 언약을 했기 때문이다.
2025.03.25
고덕수변생태공원 수탁기관 생태보전시민모임, 난지수변생태원 수탁기관 녹색미래, 암사생태공원 수탁기관 숲엔휴협동조합,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수탁기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한강야생탐사센터 수탁기관 물푸레생태교육센터
(이번 한강편지는 지난 25일 은미씨가 쓴 기자회견문으로 대신합니다.)
(한강애인들의 개사곡 ⓒ.강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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