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아침 10시에 줌으로 만나는 것은 어떠냐고, 줌 초대 링크를 보낼 테니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앤
은미씨의 한강편지 334_우리는 서로를 먹이고
한국시간으로 아침 10시에 줌으로 만나는 것은 어떠냐고, 줌 초대 링크를 보낼 테니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앤이 말했어요. 미국 시간으로는 21일 저녁이 되겠지만 한국은 22일 아침이 될 거라고도 했죠. 바로 오늘 1월 22일은 앤과 낸시의 오빠이자 저의 스승이신 다니엘 키스터 신부님의 90번째 생신입니다. 아무래도 90세 생신은 특별하니까, 뭔가 평소와는 다른 더 많은 축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뒤늦게 메일 주소를 보냈고 줌 링크를 받았지만, 함께하지 못했어요. 온라인으로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 지난 주말 다녀온 한강유람단 평가회의를 했어요. 앤과 낸시, 그리고 다니엘 삼남매의 다정한 대화 속에 끼고 싶다는 생각도 얼핏 했지만 일을 했죠.
저녁에도 샛강지기들과 회의를 하고 나서 밤 10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추운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어둑한 정류장에서 신부님 생각을 했죠. 카톡은 보냈지만 전화도 드리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아직 10시 전이니까… 전화해도 되겠지… 신부님은 금새 받으셨어요. 안녕하세요! 하는 예의 명랑한 목소리.
호들갑스럽게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했죠. 그리고 무슨 선물을 원하세요? 그래도 뭐라도 선물하고 싶다고 했죠. 그러자 신부님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민우가 호두가 든 율무차를 사주기로 했다고 대답했어요. “그래도 신부님, 특별한 날이니까요. 생각해보세요. 귤이나 사과라도 보내드릴까요?” 저는 재차 물었죠. 신부님은 천진하게 대답하시더군요.
“그럼 나에게 5만원을 주면 고아 어린이에게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귤? 사과? 과일 다 좋아요.”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요. 신부님 5만원 드릴게요. 귤도 보낼게요.”
이렇게 통화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어요. 그리고 봉투에 5만원을 넣어야 할지 그래도 10만원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사소한 고민을 했죠.
ⓒNancy Kister Ochs
# 온종일 먹었어요.
아침에 한강유람단 회의를 마치고는 석락희 단장님이 점심을 샀어요.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다같이 따라나섰죠. 서로 비빔밥 그릇을 내밀고 콩나물국을 떠주고 반찬을 덜어주었죠. 배부르다고 맛있다고 고맙다고 연신 말하며 먹어댔어요. 석단장님은 기분이 좋은지 (사실 손수 빚은 향미주도 몰래 들고 와서 물컵에 따라 마셨어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는지도 몰라요.) 이런 게 식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한강 사람들은 다 식구죠.
배불리 먹고 나오니 최박사님이 질세라 커피를 쏜다고 했어요. 오늘 코스피 5천이니까, 제가 삽니다. 그는 말했죠. 저는 블루베리 소르베, 누구는 딸기 소르베, 누구는 라떼… 다들 또 마시며 웃고 떠들었죠. 누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네, 어쩌다가 우리에겐 주식 같은 게 하나도 없지? 하면서 깔깔 웃었죠. 오후에 명숙 부장님이 나타났어요. 그는 강서 화곡동에 사는데 성수동까지 오려면 꽤 멀어요. 그런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군요. 아침에 끓인 어묵탕, 삶은 계란 10개, 그리고 찐 고구마.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 음식을 가방에 잔뜩 넣고 사무실로 왔어요. 조금 전에 점심 먹었는 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같이 둘러앉아 또 먹었어요. 어묵탕 국물에 청양고추를 넣어서 알싸하게 맛있네 어쩌네 떠들며 먹었죠.
저녁에는 샛강지기들과 회의가 있어 여의도로 갔어요. 고향선배가 갑자기 연락와서는 근처에서 저녁이나 먹고 가라서 해서 또 밥을 얻어먹었죠. 부라부랴 식사를 마치고 회의에 열중했죠. 진지하고 다정한 사람들과. 우리는 카페 주인이 재촉하도록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헤어지는데 박경화 대표님이 음식을 건네주네요. 청양고추 장아찌, 오이 장아찌 그리고 된장에 버무린 장아찌 세 종류.
# 어제도 꽤 먹었죠.
어제는 여주지부 운영위원회에 갔어요. 여느 때처럼 이상명 위원장님의 디자인 사무실에서 회의를 했어요. 그는 조그만 주방 안쪽에 서서 우리를 맞았죠. 나무 도마 위에는 사과와 콜라비가 펼쳐져 있더군요. “어쩌지. 밖에 두었더니 콜라비가 얼었어요. 너무 추웠나봐.” 그런 말을 하면서 사과와 콜라비를 자르고 깎고 했죠. 제가 선물로 사간 파운드 케익도 먹기 좋게 잘라서 내고 어디선가 땅콩도 한 봉지 꺼내서 접시에 쏟아 넣었죠.
그렇게 펼쳐진 음식들을 먹어대는 동안 운영위원님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진지하고 사려깊은 이야기들을 했죠. 참 지역과 자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구나 감탄하며 저는 계속 먹었어요. 콜라비가 이렇게 달군요! 이런 말은 몇 번이나 했던지!
회의를 마쳤으니 서울 올라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모두 정갈한 정식 음식을 내는 식당으로 갔어요. 여주는 쌀밥이 맛있잖아요. 그 식당은 두부도 유난히 맛있었어요. 그래서 사과와 콜라비와 땅콩과 파운드케익을 먹은 터라 배가 든든했는데도 또 두부와 된장찌개와 간장게장과 잡채 같은 것들이 가득 펼쳐진 밥을 먹었어요.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혼자 달리기를 나갔어요. 얼굴이 얼얼하게 얼어버리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도 천천히 달렸죠. 아무도 없이 텅 빈 공원에서 하늘 구석 걸린 달도 보고 나무들 그림자도 봤어요. 그리고 정신나간 여자처럼 실실 웃었어요. 그냥 좋았죠. 이런 날들이, 다정한 한강의 사람들이.
이번 주는 최강 한파. 정말 춥지요.
우리가 매일매일 먹어야 하듯이 자연 속 식구들도 먹어야 하죠. 이영원 선생님은 중랑천에서 원앙과 다른 새들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 혹한 속에서는 더더욱 먹을 것이 귀하니까요. 박평수 이사님은 공릉천에서 독수리들에게 밥을 주고요. 덩치는 크지만 밥을 버는 데는 재주가 없는 녀석들이죠. 일단 먹이기 시작하면 꾸준히 줘야 하니까, 밥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도 해요. 마치 대가족 식솔을 거느린 가장과 같은 마음이죠.
은미씨의 한강편지 334_우리는 서로를 먹이고
한국시간으로 아침 10시에 줌으로 만나는 것은 어떠냐고, 줌 초대 링크를 보낼 테니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앤이 말했어요. 미국 시간으로는 21일 저녁이 되겠지만 한국은 22일 아침이 될 거라고도 했죠. 바로 오늘 1월 22일은 앤과 낸시의 오빠이자 저의 스승이신 다니엘 키스터 신부님의 90번째 생신입니다. 아무래도 90세 생신은 특별하니까, 뭔가 평소와는 다른 더 많은 축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뒤늦게 메일 주소를 보냈고 줌 링크를 받았지만, 함께하지 못했어요. 온라인으로 만나기로 했던 시간에 지난 주말 다녀온 한강유람단 평가회의를 했어요. 앤과 낸시, 그리고 다니엘 삼남매의 다정한 대화 속에 끼고 싶다는 생각도 얼핏 했지만 일을 했죠.
저녁에도 샛강지기들과 회의를 하고 나서 밤 10시가 가까워오는 시간에 추운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렸어요. 어둑한 정류장에서 신부님 생각을 했죠. 카톡은 보냈지만 전화도 드리지 못했다는 데 생각이 미쳤어요. 아직 10시 전이니까… 전화해도 되겠지… 신부님은 금새 받으셨어요. 안녕하세요! 하는 예의 명랑한 목소리.
호들갑스럽게 축하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했죠. 그리고 무슨 선물을 원하세요? 그래도 뭐라도 선물하고 싶다고 했죠. 그러자 신부님은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민우가 호두가 든 율무차를 사주기로 했다고 대답했어요. “그래도 신부님, 특별한 날이니까요. 생각해보세요. 귤이나 사과라도 보내드릴까요?” 저는 재차 물었죠. 신부님은 천진하게 대답하시더군요.
“그럼 나에게 5만원을 주면 고아 어린이에게 주고 싶어요. 그리고 귤? 사과? 과일 다 좋아요.”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요. 신부님 5만원 드릴게요. 귤도 보낼게요.”
이렇게 통화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어요. 그리고 봉투에 5만원을 넣어야 할지 그래도 10만원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사소한 고민을 했죠.
# 온종일 먹었어요.
아침에 한강유람단 회의를 마치고는 석락희 단장님이 점심을 샀어요. 사무실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다같이 따라나섰죠. 서로 비빔밥 그릇을 내밀고 콩나물국을 떠주고 반찬을 덜어주었죠. 배부르다고 맛있다고 고맙다고 연신 말하며 먹어댔어요. 석단장님은 기분이 좋은지 (사실 손수 빚은 향미주도 몰래 들고 와서 물컵에 따라 마셨어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는지도 몰라요.) 이런 게 식구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한강 사람들은 다 식구죠.
배불리 먹고 나오니 최박사님이 질세라 커피를 쏜다고 했어요. 오늘 코스피 5천이니까, 제가 삽니다. 그는 말했죠. 저는 블루베리 소르베, 누구는 딸기 소르베, 누구는 라떼… 다들 또 마시며 웃고 떠들었죠. 누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네, 어쩌다가 우리에겐 주식 같은 게 하나도 없지? 하면서 깔깔 웃었죠. 오후에 명숙 부장님이 나타났어요. 그는 강서 화곡동에 사는데 성수동까지 오려면 꽤 멀어요. 그런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는군요. 아침에 끓인 어묵탕, 삶은 계란 10개, 그리고 찐 고구마.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 음식을 가방에 잔뜩 넣고 사무실로 왔어요. 조금 전에 점심 먹었는 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같이 둘러앉아 또 먹었어요. 어묵탕 국물에 청양고추를 넣어서 알싸하게 맛있네 어쩌네 떠들며 먹었죠.
저녁에는 샛강지기들과 회의가 있어 여의도로 갔어요. 고향선배가 갑자기 연락와서는 근처에서 저녁이나 먹고 가라서 해서 또 밥을 얻어먹었죠. 부라부랴 식사를 마치고 회의에 열중했죠. 진지하고 다정한 사람들과. 우리는 카페 주인이 재촉하도록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헤어지는데 박경화 대표님이 음식을 건네주네요. 청양고추 장아찌, 오이 장아찌 그리고 된장에 버무린 장아찌 세 종류.
# 어제도 꽤 먹었죠.
어제는 여주지부 운영위원회에 갔어요. 여느 때처럼 이상명 위원장님의 디자인 사무실에서 회의를 했어요. 그는 조그만 주방 안쪽에 서서 우리를 맞았죠. 나무 도마 위에는 사과와 콜라비가 펼쳐져 있더군요. “어쩌지. 밖에 두었더니 콜라비가 얼었어요. 너무 추웠나봐.” 그런 말을 하면서 사과와 콜라비를 자르고 깎고 했죠. 제가 선물로 사간 파운드 케익도 먹기 좋게 잘라서 내고 어디선가 땅콩도 한 봉지 꺼내서 접시에 쏟아 넣었죠.
그렇게 펼쳐진 음식들을 먹어대는 동안 운영위원님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진지하고 사려깊은 이야기들을 했죠. 참 지역과 자연을 사랑하시는 분들이구나 감탄하며 저는 계속 먹었어요. 콜라비가 이렇게 달군요! 이런 말은 몇 번이나 했던지!
회의를 마쳤으니 서울 올라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가야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모두 정갈한 정식 음식을 내는 식당으로 갔어요. 여주는 쌀밥이 맛있잖아요. 그 식당은 두부도 유난히 맛있었어요. 그래서 사과와 콜라비와 땅콩과 파운드케익을 먹은 터라 배가 든든했는데도 또 두부와 된장찌개와 간장게장과 잡채 같은 것들이 가득 펼쳐진 밥을 먹었어요.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혼자 달리기를 나갔어요. 얼굴이 얼얼하게 얼어버리는 것 같은 감각 속에서도 천천히 달렸죠. 아무도 없이 텅 빈 공원에서 하늘 구석 걸린 달도 보고 나무들 그림자도 봤어요. 그리고 정신나간 여자처럼 실실 웃었어요. 그냥 좋았죠. 이런 날들이, 다정한 한강의 사람들이.
이번 주는 최강 한파. 정말 춥지요.
우리가 매일매일 먹어야 하듯이 자연 속 식구들도 먹어야 하죠. 이영원 선생님은 중랑천에서 원앙과 다른 새들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 혹한 속에서는 더더욱 먹을 것이 귀하니까요. 박평수 이사님은 공릉천에서 독수리들에게 밥을 주고요. 덩치는 크지만 밥을 버는 데는 재주가 없는 녀석들이죠. 일단 먹이기 시작하면 꾸준히 줘야 하니까, 밥이 부족하면 어쩌나 걱정도 해요. 마치 대가족 식솔을 거느린 가장과 같은 마음이죠.
많이 춥지만, 서로를 먹이고 돌보며 이 겨울 잘 보내기로 해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봄도 어느 순간 곁에 오겠죠.
2026.01.22
한강 드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Office. 02-6956-0596/ 010-9837-0825
후원 계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우리은행 1005-903-602443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