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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335_37년전 소년에게, 미안해

2026-01-30
조회수 882
“누나 기억나맨? 누나가 옛날에 우리 자취할 때 샹송, 그 프랑스 노래를 계속 들었잖아이? 가수 이름이 아

은미씨의 한강편지 335_37년전 소년에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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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누나 기억나맨누나가 옛날에 우리 자취할 때 샹송그 프랑스 노래를 계속 들었잖아이가수 이름이 아다모그걸 계속 듣고 또 듣고 매일매일 하니까 내가 테이프 갈아 끼운 거 기억나맨난 그 때 너무 많이 들어서 불어도 모르는데 지금도 가사 기억남서똥블라네주 뛰느비앙드르 빠스솨암튼 누나는 기억나맨?” 

어제 저녁에 문득 제주에 사는 남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카톡은 자주 하지만 전화를 굳이 하는 일은 드물죠갑자기 먼 옛날 이야기를 꺼내니 이 녀석이 술을 마셨나 의심부터 했지요그런데 말짱한 목소리더군요현욱은 정말 내가 기억하는지 사뭇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저는 대답했지요물론 기억한다고네가 테이프를 치워버렸고나는 몹시 화를 냈으며 이내 새 테이프를 사와서 또 틀었다고그리고 말했죠그 때 미안해… 내가 화가 나서 너를 때리지 않안그것도 미안해암튼 옛날 일이지만 미안해

우리가 고등학생 때이니 한 37년 전 일이죠남동생은 왜 갑자기 이 기억을 소환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제주도에 눈이 많이 내려서 아다모 노래 똥블라네주~ (눈이 내리네)”가 생각이 났을까요저는 어쩐지 먼 과거의 일이 미안해져서 거듭 사과했지요현욱이는 이어서 말합니다

그 때 내가 테이프를 버린 게 아니고속에 있는 내용물을 바꿘내가 그때 공고 다니니까 조그만 드라이버 같은 게 있었거든그걸로 나사를 풀 수 있더라고누나가 계~속 그 노래만 들으니까 내가 테이프를 열어서 나훈아 노래로 바꿔버련누나는 그건 기억 안 나맨근데 그 때 누나 화가 나신디 눈이 얼마나 무서워신디 몰라눈이 불붙은 거 같안.” 

나이가 들어가는 걸까요언제부터인가 감정 표현이 늘었습니다고마운 것 고맙다고좋아하는 건 좋아한다고미안한 것은 미안하다고 말하죠그러니 어제처럼 현욱이가 다소 생뚱맞은 전화가 왔지만 저는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어요꽃노래도 한두 번이라는데알아듣지도 못하는 샹송을 매일같이 반복해서 틀어대는 누나가 얼마나 미웠을까요저는 불같이 화를 내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보나마나 그 녀석 등짝도 후렸을 거예요

작년 샛강을 잃고 종종 관련된 공무원을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이제는 퇴직한 그 공무원에게 언젠가 물어보고 싶다는 상상을 합니다그가 늙은이가 되었을 때 즈음에 말이죠그 때 왜 그랬어요그 옛날의 진실을 말할 수 있나요

엄마를 부탁해,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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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그제(27엄마가 54일 만에 여주 고향 집으로 귀환하셨습니다작년 12 5일 쓰러져 긴급 후송과 15일간 병원 입원, 12 20일 퇴원과 신길동 차남 집에서 39일간 치유와 회복....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엄마의 힘겨운 여정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병원 입원 15일 동안과 퇴원 이후 일주일 가까이 엄마는 “아프다아프다는 말만 되풀이하셨었죠) (중략)

천서리에서 일부러 남한강 강변길로 귀가 코스를 잡았습니다마침 땅거미와 함께 저녁노을이 지고 있어서 몇 번이나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감상했습니다. ‘고향 마을 앞으로 흐르는 엄마의 곡수천은 남한강~이포나루~두물머리~광나루-노량진을 거쳐서 아들 동네 앞으로 흐르는 여의도 샛강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그래서 이렇게 혼잣말을 해 보았습니다.

“엄마를 부탁해한강~”

(정지환 선생님의 페이스북 글 부분 인용

페이스북에서 샛강지기 정지환 샘의 글을 읽습니다그의 지극한 효심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샛강 인근 신길동에 사는 그는 언제나 샛강과 한강은 하나다.”고 말하죠그가 어머니를 고향 집에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며 마음 속으로 한 말 엄마를 부탁해한강”… 

지난 27일에는 시민의 한강이 창립기념 토론회를 열었습니다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인격체로서의 한강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앞서 이상헌 교수님도 강의 능동적 역할을 말하며 강 역시 역사적 행위자라고도 했어요법인격을 가진 뉴질랜드 황거누이강도 소개되었지요그렇다면 비인간 존재인 한강 역시 생각하고 소통한다면정지환 샘의 마음을 잘 헤아려줄 거라고 생각했어요그가 샛강의 노을을 바라볼 때그의 어머니가 바라볼 여강의 노을도 같은 하늘 같은 강으로 연결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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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수선화를 심었죠. 

오늘 수선화 두 쪽 심습니다파주환경센터 에코온 공사가 일부 끝나서 사무실에 입주한 기념입니다그리고 강사선생님들과도 함께 둘러보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오늘 염키호테 대표님이 수선화 심은 소식을 전합니다저는 이맘때 한창 피어나는 제주도 수선화가 그리워졌습니다언니들에게 수선화 소식을 전해달라고 말하니언니들은 바로 수선화 피어 있는 들길로 나섰습니다가느다란 꽃대에 하얀 꽃줄기 달고 있는 수선화들이 그렇게 언니들의 사랑을 타고 왔네요덕분에 어린 시절 마당 구석에서 겨울 끝자락에 피어나던 수선화그 꽃에 담뿍 애정을 기울이던 아이를 떠올립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어디선가는 꽃이 피어나고 또 피어날 겁니다

우리도 수선화처럼 아름답게 지내기로 해요

2026.01.29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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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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