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257_왜가리와 백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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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hangang 등록일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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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씨의 한강편지 257_왜가리와 백로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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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천 왜가리와 백로 C.최종인)

#왜가리와 백로가 중달네를 걱정하다

점심은 배불리 먹었어요? 여름철에 더 든든히 먹어둬야 해요.”

장마가 그치니 살만해요. 먹을 것도 넉넉하고 집도 수해 피해가 없으니 다행이지요.”

모래톱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우리 마을에 먹성 좋은 가마우지 주민들이 늘어 좀 소란하긴 해도 참을 만하죠?”

그나마 중랑천에 물고기가 많으니 나눠 먹어야죠. 우리 애들은 다 커서 독립했어요.”

지난 번에 보니까 그 댁 애들이 아주 늠름하게 잘 자랐더군요. 애들 어릴 때는 근처 참매가 날아다니면 가슴이 철렁하고 무서워는데, 누구 하나 먹히지 않고 잘 자라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나저나 중달네 소식 들었어요? 이번에 큰비가 와서 그렇게 피해가 컸다잖아요.”

에구 어쩌나. 지난 봄에 새집이 생겼다고 그렇게 좋아하던 중달엄마가 눈에 선한데, 집이 다 망가져서 어쩐대요?”

홍수가 졌을 때 떠내려온 쓰레기며 나뭇조각 같은 것들이 집 입구를 다 막아서 형체도 안 보이더래요. 애들 데리고 생동 생추어리인가 한 곳으로 피신은 했다는데 이 여름 어찌 날지 모르겠네요.”

이웃주민인데 우리가 좀 도와줄 방편이 없을까요?”

그러게요. 애들 데리고 가서 나뭇가지라도 치우는 일을 거들어 볼까요?”

애들 시키면 애들이 말을 듣겠어요? 지들 살기 바쁘지. 그러지 말고, 왜 그 한강조합이라고 생동 생추어리 만든 사람들 있잖아요. 최종인, 가는비, 염키호테, 박기철, 로맨 님? 요즘엔 재혁이라는 젊은 청년도 왔다갔다 하더라고요. 그들이 와서 수리를 도와주지 않을라나요?”

그러네요. 원래 수달집 지어 놓고 무료분양합네 하며 떠들던 인간들이 한강조합 맞지요? 그들이 분양하고 중달네 입주시켰으니, 무상 보수하는 게 맞네요. 그런데 몇 달 전에 짓고 큰 비 몇 번 내렸다고 벌써 망가지다니, 대충 부실공사한 것 아닌가 모르겠네요. 인간 족속들이 날림공사나 부실공사 상습범들 아닌가?”

그래도 너무 뭐라지 맙시다. 돈 받고 분양한 것도 아니고, 인간들이 강에 튼튼한 수달집 짓기가 쉽겠어요? 지들 아파트도 곧잘 부서지는데 하물며 하천에 수달집을 어찌 튼튼히 잘 짓겠어요.”

#중랑천에 사는 중달네 수재민 되다

저는 작년 봄에 중랑천 하류에 와서 살고 있는 수달입니다. 시간은 강물처럼 빨리 흐르네요. 중랑천에 온지 겨우 1년 반 남짓인데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제가 가족을 이루고 어여쁜 새끼들을 둘 낳은 게 가장 중요한 변화였어요. 그리고 올 봄에 무료분양하는 집에 입주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경사였지요.

 

처음 중랑천에 왔을 때는 살만할지 어떨지 잘 알 수가 없었어요. 특히 한여름과 한겨울이 힘이 들지요. 여름엔 홍수 피해, 겨울엔 먹이 부족과 불안정한 주거 때문에 힘들어요. 그래도 자식들까지 낳고 나니 어떻게든 잘 적응해서 살아봐야겠더라고요.

 

5월에는 서린컴퍼니라는 곳에서 한강조합과 함께 수달집을 짓고 주변 환경정화 활동을 했어요. 튼튼하고 안전해보이는 집이 생겨서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새 집에 살게 된 아가들도 즐거운지 귀엽게 재롱도 피우며 잘 지냈습니다. 7월에 수해가 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다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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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집을 보수하는 최종인 대장님 C.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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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집 입구 보수중인 염키호테 C.함정희)

폭우가 며칠 내리고 강물이 범람했어요. 상류에서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떠밀려와서 우리집 입구를 포함해서 주변을 다 엉망을 만들었어요. 우리 가족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지요… 며칠 지나서 물이 빠지자, 한강조합 사람들이 왔어요. 최종인 할아버지가 정말 열심히 쓰레기를 치워주셨어요. 그래도 아직 우리 마을은 수해 복구를 다 마치려면 일손이 많이 부족해요. 좀 도와주세요. 세상 물정 모르고 순진하기만 한 우리 아가들을 안전하고 아늑한 곳에서 키우고 싶어요. 마침 이번 토요일에 한강조합은 수달 마을 수해복구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한다고 해요. 날이 너무 더우니 꼼짝하기도 싫고 만사 귀찮으신 것 알아요. 나무 그늘도 없는 중랑천 수달마을에서 일하려면 땀도 비오듯 쏟아지고 금새 기력이 달릴 거예요. 그래도 손길을 보태주신다면 저희 가족은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수해 입은 샛강 벼들은 도움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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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입은 벼들을 씻어주는 유권무 팀장님 C.김현섭)

우리들은 샛강 어린이논습지에서 자라는 벼입니다. 올해는 논이 좀 높아지고 배수가 잘 되어서 쓱쓱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폭우가 내리고 침수가 며칠 이어졌어요. 서로 손을 잡고 영차영차 버텨보아도 쓰러지고 흙탕물에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며칠이 지나 물이 빠졌을 때 겨우 기력을 차려 몸을 일으켰어요. 그러나 온몸에 덕지덕지 붙은 흙이 땡볕에 바싹 말라 떨어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샛강 공원에는 우리들만이 아니라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들도 너무 많아 공원팀은 불볕더위 속에서도 온종일 바빴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가 너무 안 되었다 싶었나 봐요. 호스로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이삭을 냈고 이제 알차게 여물어갈 시간입니다.

 

#청개구리에게 당부

개구장이 청개구리야. 내가 너희들 올챙이적을 알고 있는 엄마다. 폴짝폴짝 잘 놀고 줄타기도 잘하는구나. 귀엽고 사랑스럽다만 항상 몸조심해라. 어디 뱀이 있나 잘 살피고. 알았지?

(가는비 함정희 팀장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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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 생추어리의 청개구리 C.최종인)

강의 곳곳에서 자연의 식구들을 돌보며

2024.08.01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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