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씨의 한강편지 183_
다시, 정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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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지나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센터에 물이 차서 퍼내던 일, 가시박 제거하던 일, 샛숲광장에서 점심 먹던 일, 토닥토닥 다투던 일, 유유자적하던 날, 샛강이 침수되었던 일, 카메라가 물에 잠겨 망연자실했던 일, 두꺼비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졌던 일 (현수막 안 해줬다고 유팀장님이 계속 뭐라 하셨던 일), 맹꽁이 울음소리에 로또 맞은 듯 기뻤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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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해 전 여름 한강조합에 왔던 정희팀장님이 2월말로 한강을 떠납니다. 어제는 직원들이 함께 그녀를 환송하는 식사를 했습니다. 그간의 시간을 회고하며 그녀는 지난 날이 다 행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생각이 달라도 다 유유자적 한 곳으로 흘렀다고 말했습니다. 떠나는 날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하기도 해서 고맙기도 하고 어쩐지 미안하기도 했어요. 한강조합이 주는 월급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먼저 노을이 있습니다. 정희가 처음 한강조합에 면접보러 온 날 해가 지며 노을빛이 서쪽 하늘에 번져 있었습니다. 설레고 약간 떨리기도 한 마음을 누르며 정희는 노을이 번진 하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넉넉히 일찍 도착해서 샛강생태공원으로 들어서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2021년 8월 한강편지 ‘정희의 마음’ 중에서)
정희팀장님이 한강에 입사했을 때 저는 ‘정희의 마음’이라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설레고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녀의 마음을 상상했죠. 함께 일하면서 본 그녀는 짐작했던 대로 자연의 모든 것들을 사랑했습니다. 샛강의 동식물들은 그녀의 애정어린 관심을 받았어요. 수달의 흔적을 쫓아다니다가 미끄러져 옷이 진흙투성이가 되기도 했지만, 카메라에 수달 모습이 담기면 기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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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샛숲학교에서 정희가 했던 수업들이 특별했습니다. 수업 대상들은 다양했는데 유야, 어린이, 가족만이 아니라 직장인들이나 어르신들을 위한 수업도 있었지요. 그 중에서 어르신들에게 그림책을 가지고 수업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어르신들의 살아온 추억을 돌아보게 했죠. 어떤 분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따뜻한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샛숲학교에서 생태전환교육을 시작하고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그녀였습니다. 샛강에 와서 단순히 생태를 체험하고 가는 수업이 아니라, 배우고 자원봉사하고 직접 느껴보며, 지구생태계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자라도록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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