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키호테와 염수달
2018년 겨울 어느 날 샛강문화다리 위에서 그와 저는 샛강을 굽어보았어요. 저는 그날따라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차가운 겨울바람에 종아리가 몹시 시렸던 기억이 납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샛강은 마르고 죽어버린 덩굴들로 황량한 풍경이었어요. 그런데 그가 말하더군요. “여기를 좀 바꾸고 싶다.”고.
2019년 3월 1일 자원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우리들은 샛강센터 한구석에 옹색하게 짐을 부리고 자원봉사자들과 같이 일을 했어요. 버드나무를 칭칭 감거나 덮고 있던 죽은 가시박 덩굴들이 걷히며 마른 먼지가 풀풀 날렸어요. 당시 생태못은 물이 많이 말라 있었는데, 손바닥만한 죽은 말조개 껍질을 보기도 하고 묵혀 있던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부지런히 꺼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여 2023년 3월이 된 오늘날까지 한 4년 동안 여의샛강생태공원은 놀랍게 변화했어요. “공원이 참 예쁘다.”라는 말이 그 변화의 핵심이고, 또한 수달들이 살아가는 공원이 된 것이 성과입니다. 이런 변화를 이끈 주역이 염대표님이고 그의 추진력과 열정에 저는 염키호테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아, 물론 덤벙대고 곧잘 실수하는 그의 캐릭터를 반영한 별명이기도 합니다. ^^ (그가 수족관의 물을 깨끗하게 갈아준다고 물을 틀었다가 넘쳐서 온직원들이 동원되어 청소한 것이 몇 번이던지!)
마음이 가는 것은 바로 추진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고 가던 염키호테 님. 그러나 이제는 이름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게 이제 풍차를 향한 돌진은 사라지고, 고민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사회 변화와 주변 분들의 반응에도 신중하게 살피고요. 소소한 사고를 칠 때는 좀 원망스럽다가도, 돌진하는 캐릭터가 정감이 가기도 했어요. 고민하고 때로 풀이 죽어 보일 때는 안쓰럽게 생각되지요.
그런 그에게 ‘염수달’이란 별명을 붙여준 것은 송경용 신부님입니다. ‘빼어나고 뛰어나다’는 한자 뜻을 담았다는데, 그것은 송신부님의 과한 애정의 표현이라고 여겨져요. 저는 수달을 쫓아다니고, 수달과 함께 사는 한강을 만들자는 노력을 하는 그이기에 염수달이 그럴싸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이유들로 앞으로는 염키호테 대신 염수달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올해 한강조합에서 ‘강생태부’를 맡았는데, 그가 쓴 사업 계획에는 수달 단어가 33번 나오더군요. 이참에 작성자도 염수달이라고 쓰라고 할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