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 씨에게,
어제 당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신은 지난 3월 3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소식은 3월 14일에야 뉴스에 나왔습니다. 당신처럼 위대한 작가의 서거 소식이 한참 지나 알려진 것은 의외입니다. 신문에서는 당신이 반전 및 평화 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며 2015년 절필했고, 이후 일본 사회에서 침잠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면서 누구보다도 평화와 비폭력, 반전을 외쳤던 당신은 지금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전쟁과 군사 긴장의 상황에 탄식을 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의 전쟁 범죄와 국가 폭력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당신이 점점 우경화되고 반성이 없는 국가에 대해 씁쓸하게 여기실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당신의 책을 달랑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담은 <’나의 나무’ 아래서>입니다. 당신은 깊은 숲 속에 있는 당신의 나무 아래서 어린 시절 소년 모습의 당신을 만나는 상상을 합니다. 그 소년은 노인이 된 당신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살아왔습니까?”
노인이 된 당신은 소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소설을 쓰며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문장처럼 누군가의 가슴에 생명이 깃들 수 있게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에밀리 디킨슨의 시 구절처럼 “내가 한 마리 지친 울새를 구할 수 있다면 /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와 일맥상통합니다.
전쟁과 폭력의 반대편에서, 자연을 닮은 삶을 살아온 당신…
오에 겐자부로 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