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천 쓰레기를 치우며 영화에서 본 알바트로스를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은 강을 타고 흘러 바다로 나갈 것이고, 그중 어떤 쓰레기는 바로 그 알바트로스의 뱃속으로 들어갈 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우리가 쓰레기를 주움으로써 한 마리 새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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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엄마
막막하고, 당황스럽고, 이내 슬프지 않았을까.
한 엄마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지난 주 있었던 일입니다. 염키호테 대표님은 기분좋게 출근하고 있었어요. 봄날이고 날씨도 좋아 어쩌면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아파트에서 커다란 나무를 자르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립니다. 저 멀쩡한 나무를 왜 자르나. 나무 위에는 까치집도 보입니다. 그는 포크레인 밑으로 성큼 다가갑니다. 잠깐만요. 새집이 있잖아요. 새가 있는지 확인했어요? 봤냐고요? 당연히 먼저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지금이라도 확인하세요. 어서요.
커다란 느티나무. 아파트에서 자르라고 해서 자르는 것이라 멈출 수 없다고, 포크레인 기사와 인부들이 대답했습니다. 나무 끝에는 까치집이 위태롭게 걸려 있습니다. 실랑이 끝에 그는 새집을 조심해서 내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잘린 나무와 함께 땅에 내려진 새집은 무척 컸습니다. 그는 무거운 그것을 낑낑 들고 사무실로 가져옵니다. 새집 안에는 채 온기가 가시지 않은 알이 일곱 개 있습니다. 새알을 조심스레 꺼내 손수건에 쌉니다.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가져다주면 부화를 시켜본다고 합니다. 빈 둥지 바닥은 보드랍습니다. 알을 보호하려는 어미 새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집도 새끼들도 사라졌다면 그 마음은 어떨까요. 엄마 새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내는 동안, 엄마 까치는 근처에서 까악까악 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까치를 위하여 항변하고, 무거운 새집을 안고 온 염키호테 님이 고맙습니다. 새알을 수건에 싸고 바구니에 담아 가져가는 그 마음 덕에 우리들도 뭔가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어요.
여의샛강센터에 오시면 커다란 까치집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집입니다. 이제 벚꽃도 벌써 한창이네요. 꽃이 지기 전에 봄나들이 하셔도 좋겠습니다.
까치집과 벚꽃이 있는 샛강에서
2023.03.29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