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씨의 나무
“언제 죽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을 좀 더 남기고 싶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씨의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을 어제 저녁 KBS1 라디오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DJ 전기현 씨가 지난 3월 28일 돌아가신 류이치 사카모토를 추모하며 들려준 말입니다.
저도 류이치 사카모토 씨의 별세 소식을 듣고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들에게 남겨주었으며, 음악만이 아니라 삶을 통해 많은 영감을 준 분이었습니다. 그는 반전 평화운동에도 앞장섰을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는 것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한겨레신문은 4월 3일자 기사에 그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12주년을 맞은 지난달에는 도쿄신문에 글을 보내 일본 정부의 원자력발전소 재운영 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생전에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즈’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기도 했다.’
More Trees. 그가 설립한 단체 이름이라고 하네요. 말 그대로 ‘좀더 많은 나무를’ 심자고 하는 뜻일 것입니다. 나무는 단순이 탄소 저감과 지구온난화 대응과 같은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는 그 의젓함과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주며, 나무 아래 서면 절로 사색에 잠기게 합니다. 나무는 살아가는 일에 대해 멈춰 생각하게 하며, 인생에서 좋은 것들, 선한 것들을 가늠해 보게 합니다.
저희 한강조합은 매일이 식목일입니다. 오늘만이 아니라 언제라도 계속 나무를 심고 돌보려고 합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나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같이 자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럽지 않도록, 후회 없도록, 당신이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이 질문을 오래 간직하려고 합니다. 한강조합의 일을 하며, 또 일상을 살며, 이 질문에 대답해 나가야겠습니다.
한강조합은 숲을 가꾸는 자원봉사와 강의 쓰레기를 줍는 일들은 계속 해나갑니다. 이 봄의 꽃과 나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같이 동참하셔도 좋겠습니다.
꽃비 내리는 샛강숲에서
2023.04.05
한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