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샛강에서 다섯 번의 봄을 맞고 있습니다. 샛강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며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경이롭고 찬탄과 기쁨을 안겨줍니다. 자연 속에 있으면 어느 생명 하나, 어느 존재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허리를 90도로 구부렸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못난 버드나무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수형이 그다지 예쁘지도 않고 꼬부랑 할머니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뭄에 어떤 나무들은 겉보기로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시들시들한 나무들을 다 뽑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이상합니다. 생태공원에 와서 자연을 즐기려고 걸으며, 잘라라, 베어 버려라, 약을 뿌려라, 이런 말들을 곧잘 합니다. 살아내려고, 뿌리로 단단히 흙을 움켜쥐고 있는 나무의 마음을 한 번쯤 상상해주면 어떨까요…
며칠 전부터 버드나무 솜털이 눈처럼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아니고, 씨앗을 멀리 보내기 위해 씨앗을 털로 감싸서 풀풀 날리게 하는 나무의 생존 전략입니다. 이 즈음이면 한 보름 정도 흰 눈이 내리듯이 숲에는 온통 버드나무 솜털 천지가 됩니다.
샛강숲에 오시면 풀풀 날리는 버드나무 숲을 거닐 수 있는데요. 사월에 내리는 눈이라고 생각해보세요. 버드나무는 자신의 존재를 솜털에 담아 멀리멀리 날려보냅니다.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요. 할 수만 있다면 어디로 마음을 날려보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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