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동창들이 쉬고 있는 모습을 담은 샛강 사진전 출품작 c.백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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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두 명의 은희언니가 있습니다. 이름은 조은희와 백은희. 조은희는 제주에 사는 저의 둘째언니로 남을 보살피는 일을 잘하고, 백은희는 한강 샛숲학교에서 만난 언니인데 사진을 아주 잘 찍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을 자연에서 보냈고, 지금도 자연을 아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제주의 은희언니는 학교에서 장애인 학생들의 수업을 돕는 선생님입니다. 인내심과 애정이 많은 언니는 어떤 학생이라도 따뜻하게 북돋고, 궂은 상황에서도 웃으며 장애인 학생들을 지도합니다.
은희언니는 요즘 맨발걷기의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 삼양해변 모래밭에서 맨발로 걷는다고 해요. 언니는 저더러 샛강에서 맨발로 걸으라고 하죠. 채식 위주로 먹어라. 자주 걸어라. 기왕이면 맨발로 걸어라! 언니가 잔소리처럼 곧잘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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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전 아침에 해안 맨발걷기를 하는 은희언니 c. 조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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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희 언니는 샛강숲에서 올해 세 번의 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샛강숲을 자주 걷고, 머물고, 종종 카메라에 담는 분이시죠. 작년부터는 옥상 작은 텃밭을 꽃밭으로 가꾸기도 합니다. 재작년에 프랑스인들이 가꾸다 떠난 그 자투리 땅에 꽃을 심으셨지요. 올해도 옹기종기 작고 예쁜 꽃들을 심어서 센터에 오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있어요.
지난 월요일(5.15) 저녁에 샛강 사진전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2월부터 열린 전시회는 시민들이 샛강에 머물며 찍은 사진들을 선정한 작품들로 이루어졌어요. 샛강센터 로비를 꾸미고 사진을 배치하고 하는 등의 일을 은희언니가 솔선해서 도맡아 했습니다. 그녀가 전시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했어요. 로비에 몇 달째 걸려 있어도 잘 보지 못했던 사진 속 이야기가 하나하나 와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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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전경을 담은 샛강 사진전 출품작 c.김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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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손을 잡을 듯이 가느다란 가지를 뻗은 나무들 c.백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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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언니는 사진에 담긴 겨울 메마른 갈대잎의 단단한 마음, 서로 가느다란 가지를 벌려 손을 잡듯이 이어진 나무들의 마음, 비에 젖은 분홍 벚꽃과 버드나무를 내다보는 늙으신 신부님의 마음, 초록 숲을 가만히 한 방향으로 바라보는 여고 동창들의 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새들이 나무에서 쉬고 날아오는 저녁, 백일홍이 피고 지고 조각구름이 머물던 여름 오후, 갑작스레 눈이 내려 나무들의 실루엣이 눈에 덮여 희미해지던 1월의 어느 날, 물가에 홀로 서서 뭔가를 기다리는 왜가리의 해질녘, 버드나무 숲 위로 구름들이 나란히 흘러가던 늦여름, 그리고 노란 민들레 위로 소복하게 눈처럼 쌓인 버드나무 솜털들의 봄… 그렇게 샛강숲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샛강숲에서 살아가는 나무와 새, 풀과 꽃, 그리고 머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담겨 있었습니다.
#형철의 중랑천 ‘다시 시작합니다. 5년 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을 시작할 때처럼.
어제 성동구 뚝섬역에 마련한 새 사무실을 하루 종일 청소하고, 몇 안되는 짐을 내려 놓으며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과 많이 다른 중랑천에서 시민이 참여하고 자연과 더 가까운 모델을 만드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 그 방향과 결과가 어떻게 될까? 그렇지만 진심과 열정으로 덤비면 뭐든 될 거라고 봅니다.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나가 보겠습니다.’ (염키호테 대표의 2023.05.16 페이스북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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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 성동사무실의 소박한 첫 이사물품들 c. 염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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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조합의 미션은 태백 검룡소에서 서해하구까지 한강 물줄기 곳곳에서 생태를 가꾸고 문화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좀더 따뜻하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1호 생태공원인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저희의 꿈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4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 샛강은 시민참여로 가꾸는 공원으로 확실히 자리잡았어요. 장애인과 시니어 선생님들 30명 가량이 저희 한강조합과 함께 샛강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생태를 지키고 (벌볼일있는사람들, 떴다수달언니들), 가꾸고 (정원미화나눔, 영등포장애인복지관 환경지킴이), 즐기는 (샛강숲길을걷는사람들) 모임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올해부터 저희는 샛강에 이어 성동 중랑천에서 새로운 생태문화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하천대청소를 하기도 하고, 기업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갯버들과 찔레 등을 중랑천 강가에 심는 활동도 했습니다. 수달과 원앙이 살아가는 모습도 모니터링 했고요. 도심 속 자연을 더 가치있게 하고, 시민들이 자연의 혜택은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성동에 허름한 작은 사무실을 구하고, 염키호테 대표님은 새로운 시작에 설레는 것 같습니다. 샛강센터에 처음 올 때도 청소를 참 열심히 했는데, 성동 사무실에서도 가장 먼저 한 일이 창틀의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구석구석 바닥을 쓰는 일이네요.
샛강이 사람들에게 쉼과 위안을 주는 공간이 되고 있듯이, 도심하천 중랑천도 더더욱 그런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나가 보겠습니다. 우리 인간들만이 아니라 수달과 너구리, 원앙과 붉은머리오목눈이, 그리고 큰납지리와 참게들도 편안히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날이 한여름처럼 덥습니다. 아침에 하얗게 핀 산딸나무와 때죽나무 꽃그늘 아래 지나며 출근합니다. 나무 가득 꽃을 달고 있는 나무들을 보며, 여름이 다가오고 시간이 쉼없이 흐름을 생각합니다. 살아가는 이 순간이 문득 소중하게 느껴져 잠시 멈춰 서서 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때죽나무 아래서 그리움에 잠겨 괜히 뭉클한 아침입니다.
2023.05.17
한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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