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숲에는 뽕나무가 아주 많습니다. 우거진 숲에는 네 가지 나무들이 우점하고 있는데, 버드나무, 팽나무, 참느릅나무와 뽕나무입니다. 이렇게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시기에는 뽕나무에 검붉은 오디가 잔뜩 달려 있습니다. 오솔길에는 농익은 오디들이 곳곳에 떨어져 흙이 자주빛이나 검정색으로 물들어 있어요. 맨발로 걷는 어떤 이들은 그 열매들을 밟고 지나갑니다. 저도 따라서 밟고 걸었더니, 발밑에서 부드럽게 으깨지는 느낌이 좋습니다.
앞서 걷던 젊은 남자가 걸음을 멈춰 서더니 뽕나무 가지를 잡습니다. 그는 잘 익은 오디를 하나 따서 입에 넣습니다. 다시 걸어가던 그 남자는 또 다른 나무에서 열매를 맛봅니다. 저는 약간 떨어진 곳에 서서 남자를 보고 있습니다. 생태공원에서는 열매를 채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지만 이렇게 나무에서 몇 알 맛보는 것이야 새들도 양해를 할 것 같습니다. 무성한 뽕나무 숲에서 오디는 차고 넘치니까요.
그 젊은 남자는 오디를 먹으며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그는 샛강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일지 모릅니다.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며 지친 심신을 오디 한 알이 씻어줬을 수도 있겠지요. 샛강의 뽕나무들만 보아도 나무들은 주는 게 참 많습니다. 그리고 나무들은 조건없이 언제나 나눠줍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지난 주 금요일 (5.26) 한강살롱에서는 김주완 기자를 모시고 <줬으면 그만이지, 김장하 선생에게 배우는 실천과 나눔의 철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았고, 그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방송도 하고 책도 썼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평생 기부를 하며 살았지만, 전혀 내세우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들은 실천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가져봅니다.